익준아, 넌 요즘 널 위해 뭘 해주니?"
"너는?"
"나는... 이거 샀어."
"장작거치대."
"그게 왜 필요해? 왜 샀어 그런 걸?"
"날 위해 샀어.
내가 이거 살 때 얼마나 행복했는데."
그래서 너는? 널 위해서 너한테 뭐 해주냐고."
'
( 출처: tvN 슬기로운의사생활)
오랜만에 다시 만난 드라마였다.
짧은 쇼츠 영상으로 수십초 간 흘러간 말들이 귀에 내리 앉은 건, 요즘 내가 나를 돌보지 못했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을 멈춰두고 대사를 옮겨 적었다 .
누군가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은 적도,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건네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앞으로는 이 질문을 많이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요즘 너를 위해서 넌 무엇을 샀니?"
"요즘 너를 위해서 넌 어떤 걸 했니?"
우선 이 질문에 나의 답변은 ,
" 응, 오늘 아침에 나는,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망설였던 노트북 거치대를 샀어."
저렴한 건 돈 만원도 하지 않았고, 조금 비싸다 싶은 것은 10만원이 조금 안되었다.
쇼핑몰에 검색 된 여러 가격대의 제품들을 보면서, 뭐 거치대 따위가 이렇게 비싼가 생각하기도 하고, 하루종일 노트북 가지고 작업하는 것도 아닌데 비싼 것은 사치야 하는 마음도 들었다.
너무 싼 것은 거치하는 순간 힘없이 무너져버릴까봐 후기를 꼼꼼히 읽고 패스, 결국은 많은 사람들이 고민 끝에 선택하는 '중간' 을 나 역시 선택하고 말았다는...
하지만, 이 구매 결정이 가져온 의미는 이 대사를 읽기 전부터 남달리 느껴졌다.
별 것 아닌 일이지만, 그냥 내가 글을 쓰거나 작업을 할 때 내 목의 건강을 더 챙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다른 고민들에 앞서 가장 나를 우선시했던 결정의 결과였다는 것.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서 두 주인공이 장난처럼 주고 받은 이 대사가 ,나를 위한 소비보다 늘 다른 것을 앞서 세웠던 날들을 떠올리게 하였고, 나를 위한 지금의 소비가 그것이 사치품이 아니라 단 한 개의 야구르트였다고 해도 의미 있었을 것이다.
나를 위해 하는 소소한 행위로부터 지켜지는 자존감의 상승은, 아주 작은 것부터 성실히 나를 챙길 줄 아는 마음과도 같다.
근래의 아침 풍경도 다를 바 없었다.
등교 전 간단한 샐러드나 핑거푸드를 식사로 준비하여 아이에게 먹인다.
특히나 아침이면 더 소식가가 되는 딸은 아무리 적게 그릇에 담아 내어도 꼭 음식을 남긴다.
그것은 때때로 나의 아침식사가 되어버리기도 하였는데, 내가 왜 이걸 먹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드는 날도 분명 있었다. 그러면서 어릴 적 엄마가 늘 싱크대에서 깎고 남은 과일 깡치를 드시던 모습, 남은 밥을 국에 말아서 서서 드시고 바로 설거지 하시던 장면이 떠올랐다 .
그땐 왜 남은 거 먹지,싱크대 앞에서 먹는 엄마가 구질구질하고 참 싫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은 내가 그 당사자가 되어 있다.
나에 대한 존중의 문제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아깝다고 그냥 이거로 내 식사를 '때우고 말지'로 넘겼던 날들의 나에게 미안했다.
아이에게 이쁜 그릇으로 차려 주고 싶은 것과 같이, 5분, 10분의 시간과 정성만 더 해서 혼자 앉는 식탁일지라도 곱게 곱게 먹자고.
이 또한 마찬가지의 마음이다. 나를 위해서 '나는 어떤 것을 해 주었는가' 의 질문.
그리고 나로 향하는 마음뿐 아니라 이런 마음을 바깥으로도 향할 줄 아는 살뜰한 마음.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를 가장 사랑해주어야 할 사람은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