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일과 중간에 너의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어
하마터면 너의 메시지를 바로 보지못할 뻔 했는데, 그랬다면 네가 조금은 막막했을 것 같더라.
폰 메시지를 즉각 보는 스타일이 아닌데 그 순간 너의 질문에 의견을 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라 생각했는지.
고등학교는 참으로 결정해야 할 것들이 많은 것 같아. 하나하나가 너의 아이디어가 연결되어야하고, 결정하기까지의 고민의 시간도 매우 짧게 주어지는 것 같아 . 교실에서 당혹스러워하는 너의 얼굴이 떠올랐어. 그래도 금방 또 눈치껏 잘 해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말야.
너와 메시지 대화를 끝내고 나서 엄마의 학창시절이 떠올랐어.
어느 날, 어떤 과제를 해야 하는데 도무지 생각이 떠오르질 않는거야 . 툭 하니 내 앞에 던져져 있는 과제 앞에서 머릿속이 정말 하얘졌지.질문을 던질 곳도 의견을 구할 곳도 하나 없어서 막막함에 눈물이 왈칵 터진 어떤 날이 있었지.
그때는 정말 방향을 잃고 길 한 쪽에 서 있는 꼬마 같았달까. 울고 또 울었어. 방법을 몰라서 할 수 없다는게 주변에 도움 받을 곳이 없다는게 그렇게 서럽더라고.
그 날을 기억하고 나니, 내가 적어도 어떤 것을 도울 수 있는 엄마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너의 질문에 "네가 알아서 해" 라고 손을 휘젓고 고개를 돌려버리는게 아니라 , 적어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상대는 되어 주어야겠다고 말이야.
아이야 , 너는 정말 진정한 '시작'의 단계에 있는것 같아. 처음 네가 집 앞의 가게에 나가 심부름을 해 오던 날, 처음으로 친구들과 대중교통을 타고 엄마아빠없이 놀러간 날, 2박3일의 수련회를 떠나던 날을 기억해 . 걱정이 한 가득이어서 옛날 영화를 보면 누구 뒤를 밟는 사람들이 보자기와 썬글라스로 위장한 채 엄청 어설프게 쫓아다니는 장면을 따라, 하마터면 나도 그러고 싶었지 뭐야.
지금은 네가 혼자 밤에 학원에서 돌아와도, 친구와 동네를 벗어나 놀러 나가도, 너에 대한 믿음으로 불안하지 않아.
이제는 어린 꼬맹이 아이가 아니란 걸 내가 인정하고 수긍하는데 다른 엄마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린 것도 같아 . 너를 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풀어주는 용기가 내게 필요했던 거야. 당사자인 너보다 오히려 내가 겁쟁이였던걸 인정할게.
아무튼, 너의 일들에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강구해나가는 것이 이 엄마도 아직은 낯설고 엄청 헤매고는 있지만, 가능한 한 티를 내지 않아볼게. 그래도 엄마가 30년을 더 산 사람인데 그 정도의 서포트는 해야 지당한거 아니겠어?으흠.
나도 고등맘은 처음이라 시작은 너와 같지만, 너의 헬퍼로서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많이 공부해보려고 해. 오늘도 엄청 밑줄 긋고 고개를 마구마구 끄덕이면서 각종 정보 가이드 북들을 꼼꼼하게 읽고 숙지했지뭐야.
내가 직접적으로 대신해 줄 수 있는 것들은 없겠지만, 네가 아무때고 툭툭 던져대는 말들과 질문에 핑퐁핑퐁 할 수 있을만큼 엄마도 다시 고등학교 생활의 '당사자'로 좀 살아보도록 할게.
우리 파이팅하자.
오늘의 너를, 매일의 너를 늘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