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쓰지 못했네.
살쾡이 같은 엄마여서 마음이 날카롭다는 핑계로, 모진 마음이 잔뜩 든 글이 되어버릴까봐 염려하는 마음에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늘 마음의 기저에는 너를 향한 사랑인것을 나는 왜 있는 그대로로 표현하지 못하고, 왜곡되고 굴절된 언어로 네게 표현했을까.
3월의 셋째 주가 시작되었다. 너무나도 힘들 것임을 안다.
어리둥절한 긴장상태의 날들이 3월이 하루하루 가고 날이 이보다 따스해지면, 너의 마음도 봄 온 듯 따뜻해지고 깔깔깔 노란 꽃이 피어나리라 생각한다.
나도 고등학생의 엄마되기 시작한 첫 달이라서 마음이 힘들었나보다. 마음이 바빠지다보니, 불안이 물들다보니, 몸도 많이 아팠나보다. 아프면 너를 더 살뜰히 챙기지 못할 거란 생각에 괜한 자책감이 들었다.
결국은 학교에 다니며 네가 감기에 걸려버렸을 때, '아, 그럼 그렇지' 했다. 너의 마음이 누구보다 가장 힘들었을텐데 엄마라는 사람이 먼저 아픈 몸으로 반응했구나 싶어서 네가 더 짠하고 내가 못난 엄마 같더라.
얼굴을 보는 시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나는 나의 일을 하면서도 종일 너를 기다리고 너의 얼굴을 생각하고 너의 일과 중의 안부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너의 생활을 상상하면서 나의 여고 시절을 떠올리곤 해. 너도 그렇게 웃으면서 즐거웠으면. 숨 쉴 틈 있을 때마다 크게 웃고 매점을 달리며 그 시절만 가능한 반짝임을 뿌려댔으면 좋겠다 싶었다.
나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기로 했어. 너를 위해 도움이 될까 이런 저런 입시교육 정보책을 잔뜩 사다 높에 쌓아두고, 프린트 잉크가 몇 주 안되서 동이 나버릴만큼 엄청난 정보글들을 찾아 출력을 해서 책자처럼 정리 해두었지. 이 행위가 읽는 행위, 공부하는 행위로 연결되는 것은 내 다짐처럼 쉽지만은 않지만 나도 공부라는 걸 해 두려고.
혹시 네게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는 도울 수 있도록 말이야. 혼자서 고군분투했던, 아니 너무 몰라서 있는 것도 챙기지 못했던 내가 떠올라서, 대치동의 맘들처럼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어찌어찌 돌아가는지 대화가 통하고 논의가 가능한 엄마가 되어 주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너를 공부와 성적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너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그리고 너의 몸과 마음의 건강이 가장 중요한 거라는 걸 잊지 않도록 아주 많이 노력할 거야.
너를 키우면 키울수록 미안한 마음이 더더욱 커져 가는 것 같아.
너와 보내는 세월만큼, 너와 투닥거리는 시간이 쌓여가는만큼 나는 너로 인해서 어른이 되어간다는 걸 느낀다.
너로 인해 속상하고 서운해지는 일들이 늘어가겠지, 그럼 나는 너처럼 '삐질지도' 모르겠다. 영영 어린아이 같은 그런 마음이 내게 있을테지만, 나는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너도 나로 인해 숨 막히는 날이 너무 많아질까봐 사실 너무 염려가 돼.
단지 내가 가장 노력해야 할 부분은 우리 사이가 '말과 행동의 오해' 때문에 상처입은 관계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 하나뿐이야. 그게 가장 우선해야 할 부분이고, 나는 염려와 걱정하는 마음을 잔소리라는 껍데기로 둘러싸고 폭탄같은 말의 형태로 퍼붓지 않아야 할 것이야.
네가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지친 마음을 내게 폭격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저 짜증내는 것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애쓸거야. 엄마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너의 본 마음을 더 알아차리고 힘을 줄 수 있도록, 넉넉하게 그 투정 받아낼 수 있게 아주 너른 보자기를 펼쳐둘거야.
때론 나도 사람이니 당장의 다툼에 네가 미운 순간도 있을지도 모르지.
너도 또한 '당신이 왜 엄마가 내 엄마인가' 하는 날도 있을 수 많을 걸.
때때로 우리는 서로가 이렇게 버겁겠지만, 우리가 명확하게 느끼는 포옹의 온기와 그 너머의 '묵음의 말들'을 잊지 말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