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학부모상담에서

by HeySu


지난주,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 상담이 있었어.

학생 상담 일정으로 마침 같은 날 오후에 너와의 상담도 잡혀 있다고 하셨지. 학생과의 상담 이전에 조사지를 작성하게 하셨다면서 일부를 보여주셨어.

부모님께 바라는 것을 적으라는 란에 '나를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쓴 너의 글씨를 읽었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어.



나의 어떤 말과 행동들이 네게 그런 마음이 들게 하였을까? 나의 염려와 불안이 너에게 그대로 새어 나갔구나, 잔소리가 너에 대한 불신으로 비치게 했구나 싶어서 너무나 미안했단다.

나의 마음과 달리,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잘못된 것이겠지.



내가 어떤 방향으로 너를 지지하며 보살펴 가야 하는 건지에 대해서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하고 네가 생각 없이 허투루 너의 삶을 흘려보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

교복 입고 웃는 너의 얼굴을 떠올리고, 스무 살의 푸르른 청춘을 상상하고 지금보다 점점 더 아름답게 빛날 너의 모습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꿈을 꾼단다.


솔직하게 가끔 학업, 입시 등등 당장에 닥친 복잡한 것들에 대한 걱정들에 엄마도 정신이 혼미해질 때가 있어. 너무나도 어렵고 복잡하고 그래. 어떻게 네가 최대한 덜 힘들게 이 시기를 지나갈 수 있을까 자주 고민해.

이런 걱정들이 네게 무겁게 다가갈 수 있음을 또 가볍게 여기고 말았나 봐.



상담 후 며칠이 지났는데도 담임 선생님의 모니터에서 본 그 한 줄의 문장이 눈앞에서 사라지질 않네.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그리고 네가 안심하고 불안하지 않도록, 엄마 아빠가 염려하는 마음들을 좀 내려놓기로 할게. 그저 우리 즐거이 보내자.

너무 극으로 몰아붙이지 않으면서도 묵묵하게 하루하루 해야 할 것을 서로 하면서 잘 지내보자고. 그렇게 할 일만 제대로 빠짐없이 하다가 보면, 우리는 어찌 됐건 목적지에 도달하게 될 거라 믿어.



사실 그게 인생의 최종의 목적지도 아니고 어찌 보면 큰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도 있어.

괜히 마음 튀겨대지 말고, 지글지글 머리 끓지도 말고,

자주 안아주고 사랑하고 응원의 말을 전하면서 부둥켜 안자.



엄마가 너무 미안했다고 말하고 싶었어.

굳건한 믿음으로 더 단단한 부모가 되어 보도록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