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갔다
친구와 싸운 지 나흘째 되던 날, 정산을 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날은 내가 카드를 쓰고 더치페이를 하기로 했지만, 싸운 뒤라 돈을 달라고 직접 말하기가 영 꺼려져서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먼저 톡을 보내와 정산 내역을 전했고, 친구는 곧바로 정산을 마쳤다. 나는 그것으로 끝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가 그날 왜 그랬을까, 왜 너는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 앞으로 우리는 서로 보지 않게 되는 걸까.” 친구는 여러 이야기를 꺼냈고, 우리는 한참 동안 통화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하고 싶었던 말들을 술김에 쏟아내다 보니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던 부분이 있었다는 걸 인정했다. 낮술로 시작해 밤까지 이어진 자리였기에 더 조심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날의 일에 대해 서로 사과하고 이해하며 정리할 수 있었다.
인간관계는 언제나 어렵다. 싸움은 피할 수 없지만, 화해는 그보다 훨씬 더 어렵다. 그리고 화해 이후 관계를 어떻게 이어 갈 것인가는 더 큰 문제다. 나는 그리고 친구는 각자 화해의 말을 건넸지만, 앞으로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여름이니 건강하라는 짧은 안부를 나누며 마무리했다.
앞으로 우리가 예전처럼 가까워질지, 아니면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남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인간관계는 완벽할 수 없고, 서로를 존중하며 다듬어 가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마음만 잃지 않는다면, 우리의 관계도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