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상한다
승진발표가 났다. 누구누구 되겠지 싶던 사람들이 됐다. 나야 무급휴직 2년을 쓰고 복직했으니 승진대상이 되려면 아직 멀었을 거다. 만3년 과장을 채워야 일단 승진대상이 된다는데 일단 2년밖에 안지났고, 징계성 불문경고도 받았으니 아마 만년과장으로 남아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승진을 했다. 어린 친구들 중엔 모르는 직원들도 대리를 많이 달았고, 같이 2년 3년 일했던 직원들도 대리를 단 직원들이 꽤 있어서 몇 명은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어제 출장을 가서 시간이 좀 남았을 때에 다들 사는 얘기를 조금씩 했다. 2020년대가 되기 전 아파트를 사지 않은 것에 모두 후회를 했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말을 했다.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과 현재를 사는 사람이 공존했다. 어쩌다가 유학 얘기도 들었는데, 주변엔 왜 이리 잘난 사람은 많은지. 할 말이 없어 가만히 있는 나도 싫고.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들도 부럽고. 난 지금 미래를 계획하기 보단 현재를 살고 있다.
무급휴직과 맞물려 신랑의 잦은 이직으로 지금의 통장 잔고는 0에 가깝다. 빚도 자산이라면 부자다. 아직 아파트 대출도 억 단위로 남아있고 생활비도 여기 저기 빌린 것들이 소액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신랑은 아직도 언제든지 이직이 가능하다고 믿고있으며, 지금 직장을 계속 다닐 거란 착각에 빠져 있다. 여긴 6개월 계약으로 갔고 심지어 4대보험을 떼지 않아 건보도 내 밑으로 있다. 건보에 지금 딸린 식구만 5명인가 6명인가...시가식구도 나한테 있으니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주식은 다 판지 오래고 적금이고 예금이고 생활비에 가려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그나마 연금보험이라도 있으니 다행일까. 팍팍한 마음에 승진인사를 보니 마음이 꼬인다. 난 아직 21년 12월에 머물러 있는데 남들은 잘만 다니는 거 같다. 괜찮은 척 해도 나도 상처받았다. 나도 힘들다. 나도 미래가 두렵고 계획하고 싶지만 계획할 수도 없는 이 상황이 싫다. 아...엄빠네서 살 때가 그립다. 그게 벌써 십 년도 더 됐다.
어린이는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6학년에 이사가고싶단 말을 계속 한다. 이사를 가도 돈이 있어야지...6학년이 되면 나아질까. 그 때가 되면 이 미운마음도 없어질까. 그러면 나는 조금 더 상황이 좋아지는 게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