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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5분

킥보드 탄 아이와의 산책에서

by 쏘니

평화로운 주말이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 바다도 갔다 왔고 신나게 놀고 와서 저녁도 맛있게 먹고 산책을 나갔다. 재활용품을 잔뜩 들고 아이는 킥보드를 타고 놀이터도 갔다가 산책도 하는 길이었다.


아파트 안에는 나무로 된 길이 있다. 킥보드를 타고 가면 드드득하는 소리가 나서 June이 매우 좋아하는 길이다. 유치원에 갈 때도 주로 가고 산책 할 때도 함께 하는 길이다.


나무길을 가면서 신난 June이 저만큼 앞서 가다가 보이질 않았다. 워낙 킥보드 타고 씽씽 달리는 걸 좋아하니 뒤따라 가고 있었는데 보이질 않았다. 이름을 부르며 가다가 혹시 몰라 처음 길로 돌아오는 길에 전화가 왔다. June 어머니이신가요-? 오만생각이 다들었다.


나무길을 가다가 옆으로 빠지면 놀이터가 있다. 놀이터 생각이 나서 한참 가다가 엄마가 안오니 킥보드를 두고 나무길로 가면서 울고있었던 아이에게 엄마 전화번호를 물어봐 주셨다고 한다. June은 이모한테 엄마 번호를 알려줬다며 무서웠다고 엉엉울었다.


5분이 채 안되는 시간이지만 길었던 시간이다. 짧은 시간 동안 정신이 나갔다. 정말 눈 깜빡할 사이인데 결과적으로는 아이는 엄마를 잃었고 나는 아이를 잃었다. 찾았으면 됐다지만 정말 큰일이다.


실종아동에 대해 옆 부서에서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관련된 행사를 가면 다양한 사연에 눈시울을 붉힌다. 나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오늘의 5분은 너무 컸다. June에게 갈림길이 있으면 멈추고, 엄마가 눈에 안보일때까지 가지 말고, 보이는 반경에 있으라곤 했지만 엄마 탓이 크다. 내 탓이다. 이런 생각을 실종아동 부모님들도 하실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성장하고 행복하길, 어느 때보다 바라게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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