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안타까운 일이 있어 많은 생명이 꺼졌다.
새해 첫 날,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하늘에서 쉬시라고 인사라도 드리고 싶어 아침에 떡국을 후룩 해서 먹고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
인천시청 잔디밭에 있는 분향소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몇몇 있었고, 방명록에 이름을 쓰고 국화를 올렸다. 아이에게는 조용히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한 터였다.
잠깐 동안 고개를 숙이고 이런 저런 생각과 인사를 드리며 시간이 갔다. 다행히 아이도 유치원에서 묵념을 해 봤기에 조용히 인사를 마치고 나올 수 있었다. 차를 타고 와서 주차를 했는데 나가니 회차 차량이라고 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잠깐이라도 박물관에 갈까 했는데 신정에는 쉬는 곳이 많았다. 집에 오다가 밥을 먹을까 했는데 아이는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했다. 2023년 성과급이 엊그제 들어와서 이번 점심은 플렉스 하는 마음으로 크림새우까지 시켜 먹었다. 성과급에 대한 얘기를 쓰려면 한시간은 썰을 풀어야겠지만, 여하간 재작년 일한 나를 격려하며 간짜장에 짬뽕에 이것 저것 시켰다. 크림새우는 1인분 요리라 많지는 않았지만 오빠가 캐나다에서 잠깐 돌아오며 선물해 준 와인까지 함께 하며 새해를 그래도 조촐히 축하했다.
저녁은 냉털로 가볍게 먹었는데, 먹다가 갑자기 "나 이가 빠졌어." 하며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입을 벌려 뱉어보라 했는데 그새 목으로 넘어갔나보다. 친구들은 하나 둘 이가 빠지는데 나는 언제 빠지냐며 시무룩해하던 아이는 8살 된 날 이가 빠졌다고 매우 신이 났다. 아래쪽 이가 빠졌는데 자꾸 만져보고 혀를 대보고 난리가 났다. 이 빠진 걸 축하해야 된다고 해서 급하게 쿠팡을 통해 작은 케이크를 주문했다. 아침엔 그걸로 가볍게 또 축하를 전해야지.
아이가 8살이 되면서 올해 나도 자연스럽게 학부모가 된다. 복직 문제도 있고 신랑의 이직 문제도 있고 이런 저런 일이 많을 예정인 2025년이다. 생활비나 대출이자나 걱정도 많은데 아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간다고 엄마 아빠와 오빠가 좀 지원을 해줬다. 죽으란 법은 없다는 엄마 말이 딱이다. 마흔이 넘었는데 생활비 걱정을 해야 되다니. 그래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가보다.
새해 첫 날. 노는 수요일이 이렇게 간다. 이번주는 아이도 방학이라 쭉 놀고 태권도도 자체 방학을 하고 싶다 한다. 신랑도 아직 백수신분이니 쭉 논다. 노는 수요일이 아니라 노는 1월이 될 지도. 어쨌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을 해 나가야 한다. 삶이 아직 있고 생명이 아직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이 별이 된 그 곳에서 편히 쉬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