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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Dec 19. 2022

신도시에 살 수 있는 용기


"여보야 그래도 신도시가 깔끔하고 애들 학교도 코앞인데 더 낫지 않겠어?"


근처 구도심보다 깨끗한 외관에 대충 보니 노브랜드도 있고 버거킹도 보인다.

있을 건 다 있는 가보다. 남편 말에 일리가 있다. 좋다 여기가 딱이다. 




세 남자가 모두 나가면 아침 8시 10분. 후훗  다 나갔군. 재빠르게 집안일을 끝내고 차키를 챙겨 든다.

출근시간을 지나서인지 도로에 차가 없다. 그 흔한 갓길 주차도 없다. 미리 검색해둔 빵집과 라떼 맛집을 차례로 찾아내고는 뿌듯함에 어깨가 한껏 치솟는다. 내일은 반찬가게를 꼭 찾고 말겠어 비장한 각오를 다져본다. 돌아오는 길은 역시나 텅텅 비어 있다. 주차된 차 외에 움직이는 차는 내차 포함 3,4대가 전부다. 딱 좋다. 바로 이거거든. 차 안 막히지, 공기 맑지, 하늘은 기가 막히게 예쁘지. 로켓 프레쉬가 오지 않는다는 게 살짝 아쉽긴 하지만 이거야 뭐. 3분 거리의 마트가 있으니까. 쪼르르 가면 되니까. 순조로운 생활의 연속이었다. 

단 몹쓸 고통이 찾아오기 전 까지는 말이다.










전날 밤부터 안면부 압통과 편두통이 시작되었다. 또 부비동염이다. 걸렸다 하면 압통과 두통이 꽤나 심해 꼭 이비인후과에 가서 약 처방을 받아야 한다. 아침부터 서둘렀다. 병원부터 검색하고 목적지를 입력하니 3분 거리다. 주차장까지 날다시피 뛰어갔다. 띠딕 띠딕 띠딕. 뭐야 시동이 왜 안 걸려? 심히 당황스럽다. 괜찮다. 침착하자. 일단 택시를 타기로 한다.  병원이 가까워 오는데 웬 안내판 하나가 불길하게 입구를 가로막고 있다.


접. 수. 마. 감!


아니 지금 아홉 신데? 벌써 마감이라고? 왜지? 다른 이비인후과를 검색해보는데 충격의 연속이다. 우리 동네에 없네? 가장 가까운 병원이 19km 떨어진 곳이었다. 집 계약하는 날 지나가면서 치과는 3개나 있고 한의원도 2개나 있는 거 분명 봤는데. 이비인후과는 왜 하나인 거지. 차도 고장 났는데 어떡해 하. 옆동네 읍내 의원에서 이비인후과 진료도 함께 본다고 하여 다시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누가 망치로 머리를 내리치는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병원 찾아 헤매는 내 처지가 눈물 나게 처량하다. 헛웃음이 난다. 진료가 끝나고 (다행히 의사 선생님은 굉장히 친절하셨다) 약국을 찾는데 약국이 또 없다. 병원&약국 이 두 곳은 원래 세트 아니었던가. 100m쯤 걸어가니 약국 건물이 어서 오라 손짓하고 있었다.



"약사님 빈속에 먹어도 괜찮죠?" 으흑흑

줄줄 흐르는 눈물을 방치한 채 약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30분만 지나면 괜찮다 괜찮아질 거다. 

어제까진 차 없고 공기 맑고 하늘도 미치게 예뻤던 곳이었는데 오늘은 그냥 시골 촌구석이다.

병원 한 번 갔다 오는데 택시비 3만 원을 썼다. 

사람들이 신도시 살다가 다시 구도심으로 나간다던데 다 이유가 있었네.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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