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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May 04. 2020

와디즈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미달성의 결정적 이유

우린 왜 중단했을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술펀은 작년 11월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주를 모집하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론칭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간 연장이나 투자금 증액은 커녕 아예 달성(80%가 되면 성공으로 종료됨)을 하지 않고 어설픈 퍼센테이지에서 멈추었죠. 


왜 그랬을까요?



벌써 반년이나 지난 일이니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2주 종료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던 중 종료를 1주도 채 남겨두지 못한 채 아래와 같은 메일을 발견하게 됩니다. 광고라 생각하고 넘겼는데 다시 보니 아니었던 거죠. 






저희 회사 대표 계정으로 온 이메일은 꽤나 장문이었습니다. 워낙 광고나 홍보성 메일이 많이 오는 계정이라 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을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서 론칭했던 제가 직접 각 잡고 읽어봤을 때, 상당히 전문적이고 제가 이전에 알지 못하던 내용들이 쓰여 있어 몇번을 읽어보고 모르는 단어들은 검색까지 해 본 후에 직접 메일을 보낸 분께 전화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저희 회사 메일 계정(hello@sulfun.com)으로 받은 메일을 개인정보 부분만 가리고 그대로 넣었습니다. 진짜 저렇게 빨간 글씨로 왔습니다.





먼저 저도 처음 들어본 제도, 

그리고 제가 앞으로도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을 받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제도, 



명의개서대리인


https://estenpark.tistory.com/311


위의 글에 명의개서대리인 제도에 관해 상세한 설명이 되어 있어 링크를 걸어 보았습니다.


네, 법인이 외부의 돈, 특히 남의 돈을 받았으면 엄격하게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게 맞습니다. 문제는 소수의 인원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1당 100 역할을 하는 스타트업에는 메일 첫 부분에 쓰인 것처럼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다는 거지요. 


대한민국에서 증권을 발행하여  명의개서대리인은 국민은행, 하나은행, 예탁결제원 세 군데에서 가능하다고 합니다. 단, 증권형=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달성 시에는 예탁결제원에서만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저에게 메일 보낸 수석님은 작은 스타트업들에게 이게 얼마나 큰 부담인지 실제로 겪으며 알게 되셨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올라오면 이렇게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로 회사로 직접 메일을 보내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메일을 보내주신 수석님과 통화하며 실제 와디즈 펀딩 후 아예 법인 청산했다는 회사 얘기도 듣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1. 80% 이상으로 투자형을 달성하고

2. 명의개서대리인을 의무적으로 쓰게 되면

3. (거의) 법인 청산이 되기 전에는 자발적, 자율적으로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비용 뿐만이 아니라 법인 등기 하나 바꾸는 데에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투하됩니다. 별도의 법무법인, 혹은 법무팀을 둘 수 없는 스타트업이 진행하기에는 불가할 정도의 서류와 업무량을 견뎌야 하는데 거짓말 아니고 이거 하다 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다른 벤처캐피탈, 개인 투자 조합 등 외부 투자를 받을 예정이 있는 스타트업들은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일반적으로 캡테이블이라 불리는 주주명부가 지저분해 지고 추후 투자 준비를 할 때 상당히 귀찮아집니다. 최악의 경우 VC에서 투자를 하지 않게 되실 수도 있어요. 저는 이 사건이 발생하고 투자형을 계속 진행하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며 실제 우리나라에서 이름있는 벤처캐피탈 심사역에게 자문까지 받았습니다.


제가 진짜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와디즈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사전고지를 하지 않았으며 담당자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저희 프로젝트 담당 매니저(와디즈는 이 분들을 프로, 심사역 정도로 호칭하더군요)너무 좋았고 진행과정에서 여러가지로 친절하게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매몰 비용에 대해서는 일말의 불만도 없습니다. 저는 그분을 믿었기에 오히려 이 메일을 담당 심사역에게 전달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여쭈었습니다. 그런데 심각하게도 그 분은 이러한 제도에 대해 명확하게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저에게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오히려 예탁결제원 수석님과 통화 후 상세히 알려 드렸습니다. 그분도 조금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았어요. 






만약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꼭 필요한 성격의 기업이라면 너무나 좋은 제도입니다. 그런데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제도가 시행되고 왜 생각보다 스타트업들이 리워드는 진행해도 투자는 받지 않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회사나 스타트업들이 이러한 부분을 잘 알고 진행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막상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며 생각보다 비용도 들고 정관 변경 부터 등기까지 해야하는 일들도 많아집니다. 와디즈는 나름 이러한 시스템은 잘 갖추어져 있어서 각 부문 담당자들이 매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매뉴얼도 상세히 잘 나와 있었습니다.


최근 사망여우라는 유튜버가
와디즈 리워드 실체를 밝히는 영상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https://youtu.be/sJ56CG0R3mY

 

저는 위에 쓴 것처럼 무명의 일반인들 여럿에게 투자=돈을 받으려면 당연히 엄격한 제도들이 도입되어야 하고 그들의 자금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 명에서 수십 명의 투자자에게 현금성 지원을 받았는데 해당 기업을 믿고 투자해 준 사람들에게 미안해서라도 회사를 빠른 시일 안에 매각하거나 주식을 털고 나오는 사람들은 너무나 비양심적인 게 맞는 거죠. 당연히 매각을 일정 기간 금지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봅니다.


문제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게 되면 이후에 예탁결제원을 통해 명의개서대리인 제도를 도입해야 하고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위의 2,3,4와 같은 것들을 감내해야 한다.


는 사실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고 담당자가 심지어 이러한 제도를 제대로 알고 있거나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생각한 저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와디즈는 2020년 IPO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아마 스타트업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저 아니고도 많이들 알고 있을 거라 봅니다. IPO를 앞두고 사망여우가 지적하는 리워드 부문도 그렇고 투자형으로 규모와 프로젝트 수를 양적으로 불리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이나 신제품들은 출시 속도가 어느 날 갑자기 늘거나 증가하지 못합니다. 그럼 리워드에서 풀 제품들을 다른 루트를 통해 소싱해야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사망여우가 지적하는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투자형도 마찬가지로 무조건 프로젝트를 유치하려면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의 단점에 대해서는 설명해선 안 되겠죠?


이 부분은 수석심사역님 코멘트에서도 드러나는데 와디즈가 증권형을 시작하고 초기에는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즉, 담당자(심사역, 프로)들에게 설명을 다 듣고 왔더라는 거죠. 그래서 별 문제가 없었는데 저랑 통화하던 당시로 부터 6개월 - 1년 사이에 저처럼 명의개서대리인이나 예탁결제원 관련 사실을 모른 채 80% 달성하고 찾아와서는 난감함을 토로하는 대표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메일 초반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등의 울분을 토한다는 얘기를 실제로 쓰셨고요.


1.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기 힘들거나 받을 생각이 없고

2. 계속 증권형 크라우디 펀딩을 받을 의향이 있고(울며 겨자먹기로 한번 받으면 이것 밖에 받을 수가 없게 됨. 벤처캐피탈은 도망감. 혹은 돈 많은 개인자산가가 오히려 적합.)

3. 직접 제조나 기술을 개발해야 해서 초기 자금이 상당히 필요한데 제품성은 아직 증명할 수 없는

4. 하지만 출시 후에는 소비재 성격이 강하여 B2C 판매, 매니아 형성이 필요한 품질 보장 제품이나 서비스


를 진행 중인 기업에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제맥주 제조사들이 많은 펀딩을 받았던 것 같고요. 


저는 뭔가 제가 의심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3번의 자문을 구합니다.

 

첫번째는 기업 내부의 구성원들에게, 

두번째는 이 분야를 잘 알 것 같은 전문가에게,

세번째는 이 상황을 잘 이해할 것 같은 외부 전문가 혹은 관계자에게.


저에게 메일 보낸 수석님과 1시간 여의 통화 끝에 


펀딩을 해서는 안 되겠다


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이거 했다가는 술펀 정말 문 닫아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먼저 업무량이 엄청났고, 두번째는 비용이 엄청났으며, 세번째는 제 마음대로 이 늪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는 거였어요. 한 번 시작하면 낙장불입! 80%가 달성되는 즉시, 아직 커 보지도 못한 저희 회사는 문을 닫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저는 비전문가이고 이러한 용어부터 상황을 처음 접했기에 외부 전문가들에게 메일을 보여드리고 자문을 요청했습니다. 놀랍게도 의외로 실제 벤처 캐피탈 투자 심사역들도 이러한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의 명의개서대리인 제도에 대해 잘 모르더란 겁니다. 저는 이러한 부분을 모르는 제가 너무 멍청한가, 자책을 하기도 했었는데 확인해 보니 제가 이상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와디즈에서는 반드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하려는 스타트업에게 이러한 사실을 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저희 담당자였던 프로님께는 이 자리를 빌어 정말로 감사드려요! 진행하면서 궁금한 점, 어려운 점, 그리고 홍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주셨습니다. 다른 매니저분들도 마찬가지셨고 일하는 분들은 하나같이 너무 좋았습니다.


다만, 저는 이러한 문제는 회사의 대표, 특히 높은 자리 계신 분들 때문에 나오지 않나 싶어요. 초반에는 이러한 문제를 기업 대표들이 알고 진행했는데 요즘은 아니더란 사실에서도 알 수 있고 회사의 방향성과 비전은 결국 리더가 설정하는 대로 가니까요. 저도 대표하면서 자신감 보다는 자책만 늘었습니다 -_-;;;


여기까지는 저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브런치에 차마 다 쓸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어서 이쯤에서 마무리하고요, 추가로 궁금하신 사항은 댓글이나 메일로 보내 주시면 제가 아는 선에서는 말씀 드릴게요!






작년 8월, 당시에 저는 크라우디에서도 처음 증권형 크라우디 펀딩을 론칭한다고 제안을 받았었는데 와디즈랑 하기로 구두 약속을 해 버린 상태라 진행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결국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자체를 할 마음이 이제는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때의 인연으로 이번에는 5개 양조장을 모아 전통주 기획전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다들 어떻게 알고 문의주시는지, 오픈 베타 서비스로 소리소문없이 진행하던 술구독 서비스를 어떻게 알고 찾아오신 건지 정보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마침 코로나가 터져서 양조장에 도움이 될까 하고 진행하게 되었는데 펀딩이 시작될 즈음에는 조금씩 경계가 풀리기 시작해서 소중한 분들과 봄나들이 가셔서 즐기기에 더욱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시중에 풀리지 않은 신상들이 많으니 한번씩 살펴봐 주세요.


째뜬 기승전홍보!


https://www.ycrowdy.com/c/sul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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