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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May 07. 2020

술병은 왜 죄다 유리인가

지구와 공존할 수 없는 문명화된 인간이란 존재여


요즘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술병 포장"입니다.


전통주 패키지는 플라스틱 아니면 유리병인데 배송 시 플라스틱은 새고, 유리병은 깨집니다. 플라스틱 패키지는 주로 막걸리나 탁주가 많고 맑은 술(약주, 소주, 과실주 등)은 대부분 병에 담죠.


술구독 서비스를 9개월 째 하고 있고 9번째 배송을 앞두고 있는데 단 한번도 같은 포장을 한 적이 없네요. 상온, 저온, 스티로폼, 종이, 2중 포장, 종이 완충재, 평범한 뽁뽁이와 에어캡, 좋게 말하면 커스터마이징, 나쁘게 말하면 비표준화된 프로세스입니다. 솔직히 나쁜 게 아니라 현실이죠.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기 위해 그만큼 노력했고 매번 다른 포장재 준비하느라 비용도 만만찮게 깨졌습니다. 하지만 좋은 답을 찾진 못했어요 ㅠ_ㅠ




홍보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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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고객이 파손된 제품을 받게 되면 파손된 것이 비록 그 중 아주 일부라도 저희는 무조건 새로운 박스를 보내줍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 입장에선 뽁뽁이 몇번 더 두르는 게 새제품을 보내는 것 보다 기회비용 측면에서 훨씬 절감되니 당연히 완충재를 많이 쓰게 됩니다.


그렇다고 모든 양조장 병을 저희가 맘대로 바꿀 수는 없고 컨설팅해서 제품 만들 때 대부분의 양조장들이 고급져 보인다며 유리를 주장합니다. 어떤 친환경 플라스틱은 유리보다 비싸기도 하고 아직 양조장 사장님들 인식이 환경 보다는 다소 예전 상태에 머물러 있어요. PC하고 진보적인 분들 별로 없죠. 오히려 젊은 친구들 중에 많을까 싶은데 인스타를 해야 하나 -_-;;; 근데 전 사진이나 영상같은 비주얼 도구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뽁뽁이 말고 종이 상자에 한번 더 넣는다? 단가도 올라가고 종이 상자에 담아도 뽁뽁이는 무조건 써야 합니다. 마켓컬리랑 에터미에서 쓴다는 종이 테이프랑 종이 완충재는 10배 정도 비쌉니다. 저희가 그만큼 고객수가 많은 것도 아닌데다 전통주 마진율이 매우 낮은 관계로 ROI가 너무 안 맞습니다. 사람들이 전통주가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 비싼 국내산 농산물 다 떼려넣는데 비쌀 수 밖에 없죠. 심지어 마진이 너무 안 남으니 유통사들이 별로 없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일단 크라우디 홍보부터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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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PL하면 아끼고 아끼며 고이고이 닦아 재활용하는 우리보다 더 팍팍 쓰게 되겠죠. 이번에 코로나 터지고 다시 국가주의, 공동체 사회로 돌아간다는데 사실 이번에 제주도 터지는 것 보니 그렇지도 않을 것 같고요. 해외도 좀만 잠잠해지면 금방 헬렐레 풀려서 바로 뱅기 타고 다닐 것 같네요. 해외의 생산시설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네 어쩌네 하는데 중국 제조단가 생각하면 그리될 일도 없고요. 우리나라에서 제조하면 수지타산 안 맞아서 망하는데 뭐, 이러나 저러나 망하는 건 똑같죠. 그럼 벌 수 있을 때라도 중국에서 가져와서 벌어야죠.


아 왜 지구 인간사회에 태어나서 이런 고민하고 있는지 너무 우울하고, 술은 왜 다들 병에 담아 먹는 건지 말통에 호스꽂아 다니면서 배달해 주면 어떨지, 그럼 또 일산화탄소랑 가스배출로 공기오염되겠죠? 내가 산다는 건 결국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라는 게 지구(혹은 자연)와 인간 사이의 모순이네요. 인간이 지구에 와서 남기고 가는 게 똥이랑 쓰레기 외엔 뭔지, 참.


도수 너무 높은 술은 코팅 벗겨지니 사실 종이팩에도 못 담는데 나는 어떻게 술을 팔아야 하나. 진짜 레알 대박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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