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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Feb 20. 2020

"사장"여자의 무능을 "여자"사장이라 후려치지 말자

페미니즘 함부로 팔지 말자


안녕하세요, 누구보다 여성창업을 응원하고 스타트업 여성들을 응원하는 여자사장입니다.


저도 창업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도 많이 부족합니다. 회사다닐 땐 완벽주의적으로 일했던 저도 지금은 오히려 "누구나 실수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중입니다. 그래야 직원과 파트너의 실수를 용인할 수 있고 제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 옥죄이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천성이 어디 가겠습니까만 실수와 실패에 대해서는 빨리 시정하고 바른 방향으로 가면서 성장하는 게 인간이라 생각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인 직원들이 남성인 직원들 보다 자기 검열에 엄격한 것에 대해서는 저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좀 더 자신감을 키워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능력도 없이 타인에게 피해주고 자기자신에게만 관대한 직원들에게는 성별 관계없이 가혹해야겠지만요.


겹치는 업계의 여자사장이라 지인 뿐 아니라 언론쪽에서 코멘트를 요청할 때 조차 입 다물고 가만 있으려고 했지만 결국 제 안의 빨간 버튼(빨간약+버튼)이 눌리고 말았어요. "여자"사장이라 후려침 당한다는 뉘앙스의 글에.


https://n.news.naver.com/article/421/0004468228?lfrom=facebook&fbclid=IwAR1HPDjtoYYGTzfhyn4fEVSfnFPFBaT7n_OnVLUWguBCqmbZI-unCAwRCMU


와중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이 이런 글을 썼더라고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5&aid=0002976913


이쯤되면 차라리 인터뷰 안 하는 게 답일 거 같은데...


제가 얼마 전에 브런치에 쓴 글 보셨나요?

신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케 바로 직전에 이런 글을 썼나 싶은데 -_-


https://brunch.co.kr/@ssoojeenlee/110



외식업 >>>프랜차이즈 >>>>(넘사벽 삼천갑자동방석)>>>>>>>>>>>>>제조 및 유통



지금 타회사 여자사장님께서는 프랜차이즈 해서 재미 좀 보셨다고 F&B 제조 및 유통에 뛰어 드신 거 같은데 인터뷰 하면 할수록 1억 고객 대상 연습했다는 걸로 밖엔 안 보여요. 연습할 수 있습니다. 저희도 테스트 서비스를 하니까요. 그러려면 그걸 밝히고 지금 파는 제품이 부족할 수 있다 양해를 구해야지, 완벽한 제품이면서 매우 비싼 걸 싸게 파는 양 언플을 하지 말았어야죠. 게다가 이 무슨 망발입니까? 직원 탓이라뇨. 설사 직원이 그렇다 한들 총알받이 해 주는 게 사장의 본래 역할 아닙니까?


평소 지론: 대표의 역할은 (1)총알받이+(2)총알장전 딱 두가지


상기 브런치 글 초입에 써 있지만 술구독 서비스 시작하며 저희는 3번째 달까지  냉장 배송과 상온 배송을 직원들과 저희 집에 보내며 시뮬레이션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2월 초에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인지, 택배사를 우체국에서 로젠으로 변경해서 인지, 겉포장을 바꾸어서 인지 4박스나 파손되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둘 중 어느 병이 깨지건 통조림까지 고스란히 무조건 새박스로 새로 보내드렸고요. 고객입장에서는 깨진 건 둘 중 한병이라도 깨진 유리에 위험성있지, 바로 먹고 싶은데 못 먹지, 구독 서비스라 기다렸을 텐데 실망했지, 다시 받는데 시간 걸리지, 기존에 받은 박스에서 안 깨진 술이랑 통조림을 추가로 획득한다 해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을 거라 죄송해집니다.


클레임 처리에 있어서도 제가 직접 다친 데는 없으신지 전화로 사과하고 깨진 술병 사진받은 건 양조장과 공유하고 패키지 개발 및 배송 시에 더욱 조심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자료로 쓰고 있습니다. 아직 소수라 가능하지만 직접 CX 하는 게 가능하지만 술리더 구독자수가 많아지면 점차 못 하게 되겠죠. 허나 초심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신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시스템과 매뉴얼을 만들려면 서비스 초창기에 대표인 제가 책임지고 리스크 테이킹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시스템이 갖추어졌을 때 직원들도 본제품 이상의 비용이 투여되는 클레임 처리 과정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재빨리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고객님들 이름을 외우게 되었고 그분들은 화를 내려다가도 진심어린 사과에 괜찮다고 새거 받고 나서 DM으로 새로 받은 건 괜찮다며 답장을 주곤 하십니다. 물론 개발자가 먹튀한 시스템 때문에 예상치 못한 사고도 많았지만 그것도 다 제 불찰이니 손해를 보든 돈을 물어주든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물론 최대한 사고가 없도록 불량률을 떨어뜨리는 게 서비스와 제품의 기본이겠지만요.


그런데 이미 병에 담긴 술도 아닌, 생물 상태에서 조리된 게장을 별도의 속포장도 없이 비닐에 싸서 간장을 채워 스티로폼 박스에 넣어 배송한다고요? 고객을 호갱으로 본 정도가 아니라 기본이 안 된 겁니다. 당연히 액체가 많으면 부피가 커져 포장이 과해지고 배송시 무게가 올라가 판매자 입장에서도 손해입니다. 사업적으로 봐도 최소한의 계산을 못하는 거죠. 소비자는 불편한 상태의 음식을 받게 되고 판매자 입장에서도 과도한 비용을 지출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제조자 입장의 위생은 말할 것도 없지요. 


간장에 절여진 게는 갯수대로 개별 진공포장을 하고 간장은 간장대로 페트병이나 파우치에 넣어 밀봉을 해서 고객들이 통에 담을 수 있게 만들거나 바로 꺼내어 먹을 수 있게 만들어 주면 됩니다. 일이 좀 많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이런 식으로 보내지 않으면 지금 같은 배송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게 게장같이 상하거나 망가지기 쉬운 해산물 조리식품입니다. 아니면 아예 1-2마리 정도 소용량만 파우치팩에 넣어 밀봉하고 살균처리해야 합니다. 저는 직접 문제의 게장을 사 보진 않았지만 올라온 후기로 봤을 때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에 보내야 할 매장 배달용 즉석 조리 메뉴를 제조가공으로 유통한 수준입니다.


스티로폼 박스 아닌 스티로폼 박스 할배에 넣어도 부피가 커지면 안에서 헤엄치던 게장들이 뾰족한 발로 비닐에 스크레치를 냅니다. 액체가 없어서 밀도있게 포장한 패키지랑은 다르죠. 부피가 큰 박스 안에서 이리저리 떠돌던 게들이 반드시 구멍을 내게 되어 있습니다. 샘플 포장해서 자기랑 300명 이상 되는 직원들 중 3%만 선별하여 집에 보내보는 배송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바로 알 텐데요. 아니면 각기 다른 택배사 3개 정도 선정하여 같은 포장 상태의 게장 제품을 운영 중인 직영 매장 다른 지점으로 여러 개 보내어 크로스체크 해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꽃게 제철에 대한 얘기도 많지만 봄에 암게, 가을에 숫게라 봄엔 알이 차서 맛있고 가을엔 살이 차서 맛날 수 있어요. 특성을 잘만 살리면 더 좋은 스토리텔링의 제품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왜 여자 식당 사장이 밑바닥인가? 인정하기도 싫지만 성별은 더더욱 팔지 말았어야지



사업하다가, 아니 사람이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 사과를 하던 보상을 하던 그것도 그 사람, 그 회사 스타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여자"라서 그렇다, "여자"사장이라 후려침 당했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저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자"사장"님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길 가다 들어가는 흔한  밥집 사장님들도 여성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직원 300명 거느린(반어법임) 여자사장님만 밑바닥으로 갈 수 있는 건가요?



"남자"사장 vs 사장"남자"




의미는 더욱 명확해집니다. "남자"사장이란 말은 사회에서 잘 통용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장들이 남자니까 사장하면 남자, 여자들은 사모님으로 불립니다. 저 역시 일전에 저희 남편이랑 휴대폰 매장에 가서 둘이 같이 기기변경을 하는데 자연스레 남편에겐 사장님, 저에겐 사모님 호칭을 붙이더라고요. 당시 제 폰은 법인폰이었기에 법인 사업자를 들이밀고 제가 사장임이 확인되었는데도 계속 그렇게 부르더라고요. 결국



저기요 사장님, 제가 사장입니다.


해도 저는 끝까지 사모님이더군요. 사회에 만연한 이런 종류의 혐오가 "여자"사장이라 살기 힘든 겁니다. 양조장을 다니면 어떤 분들은 초면에 말을 놓거나 호칭을 생략하고 제 이름 뒤에 -씨를 붙여 부릅니다. 제가 단순히 어리기면 했을 때는 그러려니 하겠습니다만, 30대에 창업한 저도 이제는 마흔이 넘었습니다. 미모 칭찬도 달갑지 않지만 젊은 여자에게 말 걸고 칭찬하는 데 미숙한 분들이라 그러려니 합니다. 그만큼 그 분들도 농촌에서 기쎈 여자 사장 만나기 힘들었으니 그러지 않았나 하며 저같은 후배들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사장"남자"는 대개 "사장남자"라 불리지 않습니다. 사장새끼 혹은 사장놈이 되겠죠. 사장여자도 마찬가집니다. 사장년 소리 들을 일을 "여자"인 사장으로 퉁치는 건 세상 모든 일하는 여성들을 기죽이는 일입니다.


"사장"여자의 무능을 "여자"사장이라 후려치지 맙시다. 페미니즘 함부로 들이대서 본인 욕망과 장사에 이용하지 마세요. 연대하지 못할 망정, 똥물은 붓지 말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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