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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Oct 08. 2021

당신이 진정한 미식가, 애주가라면

세상에 맛없는 건 그리 먹는 당신의 마음 뿐


애주가라면 

술 앞에 품평을 하기 전에


미식가라면

음식 앞에 평가를 늘어놓기 전에


대식가라면

양이 적다 투덜대기 전에


감사가 먼저다. 


내 앞에 주어진 음식이 땅에서 부터 유통 채널, 식당의 주방과 서버를 거쳐 내 앞에 놓이기 전까지 셀 수 없는 자연과 인공의 노고가 필요했다.



나한테 오는 거의 대부분의 인터뷰 질문지에는 "추천 술"이 들어가 있는데 현실 세계 저의 대답은 "내가 진짜 좋아하는 술은 상품화되지 않았다"입니다. 그러고 나면 다시 "그래도 시중에 있는 술 중에 꼭 좀 추천을..."이라는 답이 돌아오곤 하죠.


저랑 오래 페친을 하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의도적으로 술 품평을 하지 않습니다. 맛 표현에 누구보다 능하고 맘 먹고 해서 못 할 것도 없겠지만 고객과 고객의 제품을 "줄 세우고 평가하지 않는다"는 철칙과 "미식"에 대한 저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 세계 술자리에서는 종종 풀어놓는데 글로는 잘 안 남깁니다. 아직 한국 사회 트렌드는 "빠름과 타인 중심"이라서 재미가 없죠. 굉장히 1차원적인 관능 평가를 합니다. 어렸을 때 부터 제대로 미식 생활이나 교육을 받지 못해서 어쩔 수 없습니다. 미슐랭 스타를 받았거나 남들이 높게 준 평점에만 의존하죠. 제가 백종원을 신뢰하는 이유 중 하나도 그의 어린 시절을 읽어 보면 밥상머리 교육이 미식을 하지 않을 수 없게끔 양육되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극단적인 글과 책이 잘 팔린다는데 "뭐시 중헌고?" 따졌을 때 역시 세상의 평가보다는 나만의 기준과 소신이 중요하고 예전에 비해 굉장히 취향도 다양화되고 글로벌화 되긴 했지만 타이밍상 아직은 품평을 하기에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없지 않습니다. 비교하기 시작하면 누구보다 혀에 칼 대고 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더 조심합니다. 양조장 가자마자 창고문 부터 따는 사람이라면 말 다 한 거 아니겠습니까?


주어진 내 앞의 식탁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그 위의 술과 음식이 몸 속에 들어갔을 때 에너지를 더욱 풍성하고 빛나게 해 줄 것이며 쓸모없는 성분들은 자연스레 몸 밖으로 내보낼 것입니다. 여행가서 먹는 음식, 제주도 놀러가서 먹는 술에 놀랍도록 숙취가 없는 건 역시 맑은 공기와 당신의 마음 때문입니다. 제가 미친 대식가인데(그저께도 밤에 일하다 배고파서 뛰쳐나가 KFC 치킨 혼자 6조각 먹음) 20살 이후 20년이 넘게 줄곧 같은 몸무게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치이지요.


닭가슴살과 분말 단백질로 다이어트 하기 전에 좋은 음식을 고르고 그 앞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장착하세요. 


유튜브 인터뷰 질문지 쓰다 페북에 옮겨봅니다. 저는 불금이라 유튜브 찍고 자기가 구워주는 고기 먹으면 눈물 줄줄 흘릴 거라 예고한 분께 소고기 얻어 먹으러 갑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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