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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Oct 24. 2021

술을읽다 구독 서비스 21개월의 여정(下)

술펀이 가감없이 공개하는 주류 구독 경제 인사이트


전통주 창업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한 물류 - 콘텐츠 인사이트부터 경쟁사 분석까지

1편부터 읽고 올까요?


https://brunch.co.kr/@ssoojeenlee/159


上편에 이어...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 형태의 구독 서비스는 일정 기간 중단 후 개선을 진행하려 합니다.


3-3. C서비스(판매)

원래 특정주류 도매를 주로 하던 업체는 "양조장의 마켓 플레이스(중계거래) 온라인 규제 허용"이라는 법을 이용하여 원래는 자사 제품만 팔 수 있던 양조장 쇼핑몰에서 타사 제품을 추가할 수 있도록 법적 규제 허용을 제안한 분이 입사한 양조장과 함께 콜라보로 본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서울 동대문 인근에 물류 센터를 만들고 재고를 사입한 후 합배송을 하는 식으로 온라인 쇼핑몰 판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양사는 결별하고 본 유통사는 다른 양조장과 결합하여 종합 전통주 쇼핑몰 사업을 지속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9 주류시장트렌드 보고서



위의 그래프는 가장 최근의 소비자 조사 결과입니다. 왜 구매인지도와 경험의 상승에 비해 의향은 떨어지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X같은 배송경험 때문입니다.


요즘은 당일 배송을 넘어 새벽 배송, 로켓 배송까지 물류의 혁신이 이루어지는 시장입니다. 그러나 전통주는 어떨까요? 주문을 했는데 일주일 째 연락도 없이 배송이 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찾기도 힘든 고객센터에 전화라도 해 보면 그제서야 재고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막상 받은 포장재는 재활용을 했는지 깨끗하지 않습니다. 네, 저희도 고객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친환경을 위해 아이스팩 등은 재활용을 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깨끗히 닦고 상태 좋은 것들만 사용해야겠죠?


배송 경험의 불쾌함은 재구매를 이루어지지 않게 하는 치명적인 패널티입니다. 저희는 술을읽다 서비스와 술다방을 통해 3PL, 풀필먼트, 노을배송이라는 주문 당일 15시까지 주문X19시까지 배송완료라는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습니다. 전통주 커머스 모델의 핀포인트와 고객 만족은 다양한 제품군 마련에만 있지 않습니다.



4. 코로나19로 인한 변화


4-1. 산업성장주기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성장통



현재 전통주 시장의 이대로만 간다면 폭발적 성장을 5년 내로 눈 앞에 두고 있다고 사료됩니다. 이 그래프는 전적으로 저의 인사이트에 기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이 그래프를 미적분 해 본다면 2011~2018년 사이에 전통주 시장에는 최소 2번의 "성장할 뻔한" 웨이브가 들어왔죠. 2012~14년 즈음 교육기관과 프리미엄 막걸리들이 우후죽순 출시되기 시작할 때, 그리고 오픈 마켓 규제가 풀리던 2017~18년 즈음입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시장 변화가 제가 느끼는 3번째 웨이브이고 저는 이 불꽃이 기존처럼 꺼지지 않을 것을 예상합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산업, 시장의 성장과정에는 필연적 성장통이 존재합니다. 이 성장통에는 위에 열거한 여러 문제들이 포함됩니다.



4-2. DT가 필수인 온라인 중심 시장 변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 Digital Transformation)은 전 산업군의 화두입니다. 가족 2-3명이 운영하는 양조장의 DT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시는 전통주 온라인 규제 완화 시기에 대해 그려 보았습니다.


이 난제는 제가 오래 전부터 고민해 온 숙제와도 같습니다. 술펀 1.0에서 여러분들은 알지도 못 하는 몇번의 버전업과 교체를 거쳐 우리가 도전해야 할, 이 바닥에서 해결할 수 있는 ICT 시스템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는가?


저는 이에 대해 3가지의 마케팅 모델과 생산 모델, 인공지능 모델을 구체화 하였습니다. 가장 린하게 가는 방법과 확실한 수익 모델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지만 지치지 않는 도전과 시도의 경험은 우리에게 함께 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식에 대해, 생태계의 구조적 개선에 대해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4-3. 상생을 위한 구조적 개선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시장의 변화는 더더욱 단축되었습니다. 5년 이상 걸릴 것이라 예상했던 다양한 4차 산업 변화가 각종 산업군에서 등장했습니다. 모임은 축소되었고 비대면에 익숙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많은 양조장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5년 전부터, 3년 전부터 부르짖던 얘기들이 현실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양조장들은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연락이 왔습니다. 어떤 양조장은 2년 전에 하자고 한 거 지금 할 수 있냐고 급한 문의가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단호하게 말씀드렸습니다.



그건 2년 전이라 가능했고 지금은 어렵다. 2년 전부터 꾸준히 대비했다면 지금쯤 별 노력과 비용없이 매출이 상승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해서 성과를 내려면 월 3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꾸준히 지출할 수 있는 맷집이 있어야 한다.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산업군이 외식업종입니다. 음식점들, 전통주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주점들도 마찬가지로 다들 힘든 상황입니다. 소매 단이 힘들면 생산자 역시 도미노처럼 힘들 수 밖에 없죠. 온라인 시장을 처음부터 노리고 도심과 수도권에서 시작한 양조장들 보다 오래동안 술을 빚어온 지역 생산자들이 지금은 훨씬 더 힘듭니다.


2019년 물류, 2020년 인공지능을 공부하면서 전통주 시장 생태계의 상생을 끊임없이 고민해 왔습니다. 앞서 말한 물류와 배송단의 어려움과 비용을 절약하고 서플라이 체인 개선 및 예측을 통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저희는 이제서야 조금씩 해답에 도달하는 길목에 들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구독 서비스를 출혈을 감소하고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도 술다방이라는 캐쉬카우와 컨설팅, 그 중에서도 브랜딩과 제품 기획이라는 저의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VC라운드를 돌면서 다시 한번 면밀히 분석하고 투자자들 및 멘토들과의 심도 깊은 분석을 통해 저희는 마지막 구독 타입 피보팅에 도전했습니다. 이것도 안 되면 구독은 진짜 희망이 없다는 가설과 함께요.


그리고 3개월 간의 #술을읽다 시즌2 서비스 시도 후 저희는 현재 상태의 구독 서비스는 지속할 수 없다는 최종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고객만족을 위해 적자 출혈을 감내하며 최선을 다하였고 파손된 제품은 해당 제품 뿐만이 아니라 전체 박스를 무조건 새로 보내 준다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하였습니다. 수요 예측 방식이었기에 재고가 모자랄 때 빼고는요.

 


5. 새로 시작될 서비스 


5-1. 구매 중심의 제휴 서비스


온오프라인 제휴사와의 협력을 통해 훨씬 편리하고 저렴한 방식으로 구매가능한 서비스로 재편할 예정입니다. 양조장 부터 판매처, 고객까지 저희의 크루가 되실 분들은 페메, DM, 카톡, 메일, 가장 편한 방법으로 다가와 주세요. 환영합니다. 


5-2. 멤버십 한정판 구독 서비스


시중에 유통되지 않고 오직 구독자만 구매할 수 있는 최고가의 제품라인을 (쉿!) 선보일 예정입니다.


현재의 구독 서비스에서도 "술펀ONLY" 제품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개선될 서비스에서는 완전히 다른 포지셔닝, 한정판 레이블만을 공개합니다.


5-3. 인공지능 개인화 추천서비스


지금 현재 출시되는 전통주 앱들은 이미 제가 5년 전에 구상했던 모델입니다. CPI 대비 효율도, 경쟁력도 없습니다. 저희는 K대 연구실과 협력하여 전통주 시장의 인공지능 시대를 열어갈 예정입니다. 제가 꿈꿔왔던 글로벌 진출은 단순한 제품 수출로 이루지 않을 겁니다.






오랜 기간 사업을 하면서, 그리고 최초의 전통주 플랫폼을 출시한 후 여러번 접으면서 "나도 그 생각했는데"라는 말을 수십번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우리를 따라잡지 못했고 실제로 활성화된 서비스는 없었습니다. 지금도 저희의 로코 컬러부터 멘트까지 따라하는 회사가 시장에 비일비재합니다. 저희가 구독 서비스를 통해 시장에 최초로 출시한 제품들은 저희를 모니터링 하는 다양한 경쟁사에 의해 시장에 퍼뜨려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쌓은 노하우, 거쳐온 시행착오를 아무도 따라올 수 없다고 자신하기에 기꺼이 공개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서비스를 따라할 순 있지만 우리를 따라올 순 없습니다. 뇌를 헤집을 수도 없겠죠. 


21개월의 대장정을 잠깐 쉬어가며 이 자리를 빌어 저희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 주신 멘토님들, 투자사들, 무엇보다 저희의 고객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특히 작년과 올해를 거쳐 인공지능 세계로 이끌어 주신 인텐트코리아 김윤경 본부장님, 진정한 커머스의 세계로 인도해 주신 KT&G 상상스테이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의 오원택 대표이사님 두분께는 더더욱 가슴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마 짐작 못 하셨겠지만 제가 길을 잃고 헤매이던 순간, 저의 등불이 되어 주셨죠.


그리고 지금 저를 든든히 지켜주는, 내 자식보다(참고로 자식없음ㅋ) 사랑하는 우리 회사의 귀염둥이들에게 감사의 뽀뽀를 전한다. 너희들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무엇보다 나에게 힘이 되어 준 것을 너희들은 모르겠지. 아무도 없는 시장에서 곡괭이 하나로 여기까지 밭을 일구는 데는 옆에서 함께 버텨준 사람들 힘이 가장 컸습니다.




저희가 5년 내에 목표하는 비전을 달성한다면 그것은 전부 부족할 때부터 아낌없이 후원해 준 고객님들 덕분입니다. 고객으로 만나 일도 도와주고 친구도 되어버린 술을읽다 서비스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구독 중인 고객님의 결혼 연락에 구독 종료 및 서비스 개편 소식을 전했는데 아쉬움과 섭섭함 대신 격려의 문자를 주셨어요. 일요일에 나와서 일하던 저와 담당자에게 큰 감동이 되었어요. 우리 담당자는 오늘 아침에 같이 회사 내부적으로 공식 구독 배송 종료 선언을 하면서 찔끔 울더라고요. 그 동안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팀원들은 이 글에 못 다 쓴 구체적인 수치 자료와 경쟁사 상황, 시장의 변화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결정한 것에 셀프 박수 갈채를 서로 보내 주었습니다. 이글을 마무리하고 3시 부터 촬영이 있어 비록 같이 점심먹으러 나가진 못했지만 믿음직하다는 피드백을 주고 나가는 아이들(이렇게 부르면 안 되지만 내 눈에 그러하다...회사마다 분위기가 다 다르겠지만 뭐)을 보니 참 귀엽더라고요.


저 역시 7년 간 사업을 지속하며 B2C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은 처음이기에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 누구보다 실패를 싫어하고 오기로 버텨 온 공격적인 사람이기에 저는 이것이 제 인생의 새로운 한장이 될 거라고도 생각합니다. 제 인생에 많은 포기와 실패가 있었지만 저의 존재는 굳건하듯이 술펀 역시 그러합니다.


잠시의 쉬어감 후에는 더더욱 건강하고 에너제틱한 모습으로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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