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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May 10. 2021

술을읽다 구독 서비스 21개월의 여정(上)

술펀이 가감없이 공개하는 주류 구독 경제 인사이트

안녕하세요, #술을읽다 서비스를 제공 중인 (주)술펀의 대표이사 이수진입니다.


2019년 9월 첫배송을 시작한 이래, 우여곡절을 거쳐 올해 2021년 3월 시즌 2를 통해 가격 조정과 구독 제품군 트랙 세분화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되었습니다. 


7번의 사이클을 거치며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인사이트를 얻었고 그것을 여러분과 기꺼이 공유하려 합니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에서 가장 오래,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은 창업가들과 시장의 고객을 배출해 낸 저희의 데이터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여러분의 진로 고민과 창업 경험에 작으나마 도움되시길 바랍니다.


#술을읽다 라는 구독 서비스가 구체화된 것은 2018년 4월부터 준비해 온 술다방을 8월에 오픈하면서부터 입니다만, 2015년 지리산 꾸러미 등 다양한 마을 기반 특산물 서비스가 등장하면서부터 이미 막걸리 꾸러미 등의 아이디어는 회사 내부에 존재해 왔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막걸리 정도나 전통주로 인식되던 시장이었고 현재와 같은 다양한 전통주 제품군, 특히 프리미엄 탁약주와 증류식 소주 시장은 태동기에 불과했습니다. 미인주가 브랜딩을 필두로 디자인 및 제품군 다변화, 우리술 스토리텔러 주령사 양성 등을 통해 전통주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온 술펀의 시행착오는 #술을읽다 라는 구독 서비스에서 아마 최고점을 찍지 않았나 합니다.


오랜 시간 피보팅 끝에 저희는 술 구독 서비스의 전격 리뉴얼을 앞두고 저희의 인사이트를 아낌없이 공유하려 합니다. 원래 계획은 술 구독 서비스의 지속과 개편하려는 서비스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었으나 구독 서비스의 난제와 고난이도의 물류 및 배송 작업, 콘텐츠 크리에이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선택과 집중의 문제로 현재 상태의 월 1회 숡 박스 배송 형태의 서비스는 잠정 중단할 예정입니다. 대신 #술을읽다 라는 서비스의 네이밍과 백년주대계라는 회사의 미션, 세상에서 제일 쉬운 술상이라는 기본 컨셉을 그대로 유지하되 더욱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 생산자, 유통사업자, 소매사업자 등 상생을 통한 지속가능한 시장 생태계의 성장을 위해 3개월 간의 준비 기간, 이후 3개월의 마케팅 및 프리오픈 기간을 통해 2022년부터는 완전히 새로운 멤버십 제휴 서비스로 탈바꿈할 계획입니다.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정답은 없지만 문제를 바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해답을 찾아갈 수 있겠죠. 자사 혹은 타사의 기밀로 사료되는 부분들을 제외하고는 팩트에 근거하여 적은 부분들이므로 추가로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언제든지 help@sulfun.com 으로 메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우리의 시행착오를 통해 영감을 얻을 수 있기를, 좀 더 쉬운 길을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비용의 문제


1-1. 수익 구조


1달에 1번씩 집으로 술X술, 술X주안상, 술X굿즈를 보내주는 #술을읽다 서비스를 약 20개월 간 운영하며 3개월 사이클을 기준으로 다양한 프로덕트 피보팅을 진행하였습니다. 크게 피보팅 한 가설 및 수익구조는 3가지 정도인데 (1)제품군 결합 방식 (2)보관 및 배송 방법 (3)콘텐츠 선호도에 관한 것입니다.


2019년 9 / 10 / 11
12 / 2020년 1 / 2
2020년 3 / 4 / 5
2020년 6 / 7 / 8
2020년 9 / 10 / 11
12 / 2021년 1 / 2
그리고 시즌2, 
2021년 3 / 4 / 5 


3개월 묶음의 7회 사이클로 저희의 가설을 검증하고 시장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희 서비스뿐만 아니라 경쟁사 제품을 모두 분석한 결과, 직접 제조를 하지 않으면 대략 65% 내외의 매출원가가 계상됩니다. 콘텐츠의 특성, 포장 방식, 물류 세팅 과정에 따라 5~15% 정도의 차이만 발생할 뿐 매출원가율을 수차례 시뮬레이션해 보았으나 10% 이상 절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직접 제조를 할 경우 10~20% 정도의 추가 마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케팅 대신 생산에 투입해야 하므로 구독 콘텐츠나 마케팅에 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거나 인력 고용이 필수적입니다.


전통주 40-50%
물류 20-30%
기타 2~5%
---------------------
매출원가 62-85%



매달 술을 무료로 보낼 수 있다면 여기에서 비용이 추가로 절감될 수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술값만큼의 보상을 양조장에 주어야 하고 이와 연계시킬 수 있는 건 SNS 마케팅이지만 매월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소구 하며 콘텐츠 및 결과물을 뽑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 달 주기는 생각보다 빠릅니다.   


전통주뿐만 아니라 벨루가(현재의 B2B 유통이 아닌 예전 맥주 구독 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주류 구독 상품의 성장에 한계가 있는 것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2020년 구독 경제 스터디를 통해 타 제품군의 사례와 실제 스타트업의 사례를 수집했습니다. 스터디의 결론은 구독 경제로 수익을 창출하긴 어렵다, 다만 구독을 통한 정량/정성적 추가 이득으로 비즈니스 회전율을 높여야 한다 정도로 본 챕터에서 요약하겠습니다.


혹시 도움이 되실까 하여 스터디에서 읽은 책 요약본 일부를 첨부합니다.


https://brunch.co.kr/@ssoojeenlee/130


 

1-2. 배송 이슈


2018~19년까지 저는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진행한 물류 스터디와 그 외 참고할 만한 세미나,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여러 동료 대표님, 대기업 물류사 관계자들을 통해 물류 시장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탐색하였습니다. 2017년 7월 전통주 오픈마켓 규제가 완화되며 시장 자체에 대한 전망이 밝아서라기 보다는 반대로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반드시 이 시장에 대한 이해와 물류의 흐름을 미리 알고 있는 것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물류와 배송은 같은 듯 다르고 택배의 가격 구조 역시 물류 시장의 일부에서 작동하는 원리에 불과합니다. 그러면 '전통주가 아닌 다른 제품은 어떤 구조로 운영되는가?'를 살펴보며 2019년 9월 #술을읽다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 배송에 관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였습니다.


저희의 물류 시스템 테스트는 크게 4가지 방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CJ 화성 물류센터를 통한 하프 콜드 풀필먼트

술다방 취합을 통한 자체 배송

메인 양조장 수합을 통한 배송 대행

각각의 제조장 별도 배송


저희의 물량은 대기업에서 감당하기에 매우 적었으나 CJ대한통운에서 저희의 진정성에 힘입어 격려의 마음으로 기꺼이 저희를 도와주셔서 계약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약 5개월의 대기업 풀필먼트 시스템 경험을 통해 여러 방면에서 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고대석 과장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중 어느 방법도 물류 원가를 유의미하게 절감해 주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주류 배송에는 타제품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비용이 들어가는 아래와 같은 리스크가 추가적으로 존재합니다.


A. 부피와 무게

대부분의 생활용품이나 뷰티, 패션 제품과는 달리 액체화된 술은 무겁습니다. 부피도 많이 차지하죠. 이 부분은 뒤에 경쟁사 분석 부분에서 다시 한번 언급할 예정입니다. 


주류 제품들은 같은 무게여도 부피가 훨씬 큽니다. 덕분(?)에 포장에 엄청난 자재와 인간의 공수가 들어갑니다. 저희가 3PL이나 풀필먼트 견적을 받으면 동일 무게 제품군에 비해 5~10% 이상의 비용이 추가적으로 산출됩니다. 하지만 전체 박스 크기에 비례한 객단가는 매우 떨어지죠. 제품 회전율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상의 문제는 결국 일반 식품 및 음료에 비해 마케팅에 훨씬 고도의 전략과 오랜 시간이 투입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합니다.


B. 포장과 온도

마켓컬리, 오아시스, 쿠팡 등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대표적인 서비스들은 콜드체인을 강조합니다. 그 중에서도 풀 콜드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마켓컬리는 이미 공개된 영상 등을 통해 알 수 있듯 생산지에서 허브까지의 배송부터 고객에게 도달하는 라스트 딜리버리까지 콜드체인으로 운영됩니다. 마켓컬리가 처음 신선 배송을 하며 인수했던 회사를 창업한 이성일 대표의 팀프레시가 현재 오아시스의 콜드체인 배송을 담당하고 있죠. 로켓 배송을 하는 쿠팡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겠고 이 중에서 쓱닷컴이나 비마트 정도가 봉투에 담아서 배달하는 비교적 포장이 간결한 배송을 하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배송 경험은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재 전통주의 반 이상이 콜드체인이 필요한 생주인 탁약주로써 보관-배송에서 일반 제품에 비해 추가적인 보냉 포장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큰 부피와 낮은 객단가, 신선식품에 비해 현저히 낮은 회전율을 고려하면 주류 콜드체인은 매우 골치아픈 작업이 됩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종이 테이프에서 종이 완충재까지 친환경을 지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서 부터 젤 형태의 썪지 않는 아이스팩 대신 물 아이스팩, 생수통 얼리기, 냉동 식품 아이스팩 대신 써 보기 등 온갖 시도를 해 보았지만 전통주 콜드 체인 배송 및 파손 방지에 있어 그 어느 것도 역부족이고 과도한 비용이 투입되었습니다.


C. 손해배상

사실 어느 물류사나 택배사에도 명시적으로 명명되어 있진 않지만 주류 제품 파손에 대해서는 보상 규정이 없습니다. 계약 시 구두로 언급합니다. 일단 택배 가능한 주류 제품은 현재로선 전통주 밖에 없죠.


그런데 전통주 시장 규모가 얼마일까요? 2018년 말 통계로 고작 500억 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큰 부피와 무게에 비해 택배비를 많이 받기도 힘듭니다. 깡통이나 플라스틱에 든 음료, 혹은 유리병에 든 양념이나 발효식품류 보다 훨씬 무섭고 정제수에 비해 밀도가 커 깨지기도 쉽습니다. 확인 및 조사 결과, 주류 제품 외에도 유리병에 든 제품이 파손될 경우 보상받기는 역시 힘들다고 하네요. 그런데 쨈이나 청과 같이 깨져도 새지 않는 제품에 비해 전통주는 냄새도 심하고 알코올로 인한 확산이 훨씬 커서 파손될 경우 박스 안 제품 뿐만 아니라 다른 박스까지 스며들 수 있어 오히려 배상을 해줘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8월 S막걸리가 술구독 배송 과정에서 터지는 바람에 전량 회수하여 새 제품으로 2회 발송 하느라 엄청난 손실을 보기도 했습니다. 


2018년 말 기준 세계 주류 및 국내 주류 시장 분석(술펀)


결국 1-1 수익구조의 문제로 연결되는데 전통주의 포장-물류-배송(택배) 과정에서 이미 구독 요금의 평균 25%, 최대 35%(특히 여름) 이상을 차지하게 되며 파손에 따른 리스크는 보상받을 수 없기 때문에 서비스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비용을 절감할 수 없는 구조임을 학습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꼼꼼히 포장하거나 확인해도 매월 오배송과 파손이 발생하지 않는 달은 거의 없었고 주류 특성상 파손 시 해당 제품뿐만 아니라 전체 제품을 재발송해야 했기에 클레임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는 특히 구독뿐만 아니라 이커머스를 통해 술을 배송하는 모든 제조사가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  



2. 제조사의 문제


2-1. SCM 부재

저희가 월 일정액을 내면 술 세트를 받아볼 수 있는 현재 상태의 구독 서비스를 개편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서비스의 성장이 제조사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순서는 2번으로 빠졌으나 양조장 제품 기획을 하며 전통주 시장 생태계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SCM(Supply Chain Management) 부재임을 2017년부터 문제의식을 가지고 탐구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SNS 형태의 전통주 플랫폼이라던지, 양조장을 위한 마켓플레이스 형식의 판매 플랫폼 등이 술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죠.


현재 우리나라 전통주 양조장들은 규모와 성장을 만들어 내는데 제조장 자체가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이는 최종 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체인에서 중간 사업자들을 생존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전통주를 사기 어렵다, 시중에서 보기 힘들다, 전통주는 잘 팔지 않는다'는 소비자의 불평불만이 필연적으로 파생될 수밖에 없습니다. 


GS, 롯데, 신세계 등 각종 소매 채널과 유통할 수 있는 대형 유통사업자들과 계약할 수 있는 전통주 양조장이 몇 개나 있을까요? 10개 이하입니다. 그중에서도 단순 탁약주가 아닌 이 글에서 언급하는 주세법 상 전통주에 속한 이름난 술들은 문배주, 이강주 정도입니다. 지평막걸리 정도만 되어도 이미 전통주가 아닙니다. 지평 막걸리 건물이 건축 유산이지 술은 지역 특산 주도 민속주도 아닙니다. 다만 특정주류 면허로 유통할 수 있는 탁주류에 속할 뿐이죠.


조금 길지만 미디어커머스이자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유통, MTO(Make to Order)가 아닌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으로 성장한 회사, 블랭크코퍼레이션을 취재한 물류전문기자 엄지용님의 기사를 한번 훑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https://byline.network/2018/12/30-40/



현재 우리나라 전통주 시장의 상업양조 시스템은 크게 막걸리 스타일 공장형 양산 제품과 가양주 스타일 반수동 수제 제품으로 나뉩니다. 시중에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장수막걸리나 느린마을 막걸리, 백세주 같은 술들이 전자에 속하고 여러분들이 프리미엄으로 알고 마시는 복순도가, 풍정 사계, 아황주 같은 술들은 후자에 속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전통주 구독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술은 후자에 속합니다. 또한 후자의 생산시설은 술의 특성, 제조장의 자금 보유량, 초기 세팅 이후의 발전 단계에 따라 모든 양조장이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10인 10색, 10공장 10스타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망 관리의 차원에서 보자면 대부분 용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0.5~1리터 기준, 월 5000병 생산을 넘기 힘듭니다. 


생산에는 술의 제조를 위한 원재료 뿐만 아니라 보관해야 할 라벨, 병, 패키지, 배송용 박스 등 원부자재까지 부가적인 보관 및 창고에 대한 비용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양조장 입장에서는 1L를 1병에 모두 담을지, 500ml씩 2병에 담을지, 250ml 4병에 담을지에 따라 생산 공정이 달라져야 합니다. 마케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용량에 따라 타겟과 전략이 달라지고 프라이싱을 효율적으로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부분들을 신경쓰지 않죠.  


만약 2배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비를 증설했다고 가정해 보죠. 그럼 한 사이클을 돌릴 때 기존 대비 2배의 제품이 산출됩니다. 제조산업의 특성 상 생산 설비를 한번 증축하고 나면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죠. 생산 설비는 대표적 고정비이므로 한번 투입하고 나면 회수하기 어렵습니다. 저희가 구독 서비스로 성장시킬 수 있는 한계는 월 5천 병 정도입니다. 가양주 스타일 소규모 양조장에서 구독 상품 외 기존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면서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양은 2~3천 병 정도입니다. 그 이상이 되면 양조장은 생산 과부하에 걸리게 되고 생산설비 증설이 필요한데 구독 서비스 특성상 한 사이클이 돌아가고 나면 다른 양조장 제품을 태워야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건 재구매를 통해 꾸준히 5천병 이상이 팔리는 것인데 현재 시장은 그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고 실제로 저희뿐 아니라 경쟁사 조사를 통해 얻은 데이터는 구독 이후 1달 정도 1백만 원 안팎의 재구매율이 전부고 이후 2달째부터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입니다. 5천 병 이상 생산하도록 설비를 증량하는 것은 서로에게 마이너스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월 3천 명의 구독자에게 3만 원짜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최종 매출은 얼마인가요? 약 9천만 원입니다. 원가율을 65%로 잡고 인건비 포함 판관비를 제외하면 적자거나 손익분기 정도 됩니다. 5천 명의 구독자가 있으면 영업이익 흑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선택할 수 있는 양조장의 폭은 역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개인적인 분석을 토대로 감히 말씀 드리자면 구독 상품의 제조원가율은 인건비를 별도로 하더라도 최소 30% 이하, 물류와 포장을 포함하더라도 50% 이하 라야 재미가 쏠쏠하겠죠. 성장의 보람도 있고. 



2-2. 브랜드 마케팅의 부재


술은 브랜드 마케팅이 핵심입니다. 물론 매우 소량(월 1000병 미만)만을 생산하여 예약제 판매만을 한다면 인스타 마케팅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성장에 한계가 있고 제조업의 핵심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 한량처럼 먹고살겠다 정도면 모르겠지만 사업에는 단연코 한계가 있습니다. 일정 현금흐름을 만들면서 브랜드 포지셔닝을 장기적으로 하고 싶다면 월 1톤 이상 혹은 10000병 이상 시중에 깔 수 있는 소비자가 5천 원 미만 중저가 제품군 최소 1종을 무조건 보유한 상태에서 전량 소진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가야 합니다.


일반 식품, 신선 식품과는 달리 술은 자체 퀄리티만으로 승부할 수 없습니다. 주류 시장의 이름난 브랜드를 탐색해 보세요. 그 누구도 "와인 주세요"라고 하지 않습니다. 떼루아 부터 품종에 브랜드까지 특정 명칭을 콕 찝어 말하죠. 위스키, 사케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술은 브랜드와 스토리텔링이 절대적인 영역입니다. F&B 안에 같이 묶일 수 없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합니다. 필수품인 식품과 달리 술은 철저히 기호식품입니다. 술의 마케팅 속성은 시대가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가성비? 맛? 블라인드 테스트로 맛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사실 관능평가 전문가들끼리 모여서 비슷한 얘길 합니다. 이거 누가 구분하냐고. 저는 30대에 미각 교육 받던 기관에서 유일하게 0.5 단위 농도를 전부 맞춘 감각의 소유자입니다. 조미료 들어간 음식을 기똥차게 구분하죠. 하지만 저같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소비자에게 중요한 건 첫째가 가성비, 둘째가 가심비, 셋째가 (오마이)갓공짜겠죠.


결국 제품 혹은 상품이라는 건 색향맛을 포함하는 술 자체의 품질, 병과 라벨을 포함한 패키지 디자인, 브랜드를 위시한 스토리텔링과 제품 이미지, 마지막으로 가격이라는 최종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완전체입니다.  요즘은 못생긴 제품은 아무리 맛이 뛰어나도 소비자의 선택에서 외면당하고 아무리 예쁘고 맛있어도 가격이 비싸면 고급 포지셔닝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회전율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또란 브랜드가 시장에 자리잡지 못한 상태에서 첫 제품이 고가일 경우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회사는 단연 복순도가입니다. 복순도가 2세를 제가 가장 처음 만난 기억이 2012년하반기였고 최소 2014~15년부터 이 회사는 전문 에이전시를 끼고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직접 서울 북촌에서 무료 시음도 꾸준히 했고 농림부의 우리술대축제 같은 무료 부스가 아닌 유료로 진행되는 참가객 많고 타겟팅 정확한 유료 부스에도 참여해서 적극적으로 자사 제품을 홍보해 왔습니다. 전통주 생산자들 중 농림부에서 진행하는 우리술 대축제나 지자체 중심의 막걸리 축제 같은 무료 부스 외에 유료 부스를 진행하는 곳이 얼마나 될까요? 전통주라서 많이 팔아달라는 국뽕이 먹히는 시대는 코로나19와 함께 더더욱 안녕하게 되었습니다.


복순도가는 네이버 검색광고부터 쿠팡 같은 마켓플레이스까지 과히 이 바닥의 텍스트북과 같은 모범적인 회사입니다. 하지만 다른 양조장들은 이 사실을 모르거나 모르고 싶어 하죠. 그들이 들인 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제품이 시장에서 빵 터지길 기대합니다.



 미안하지만 그런 일은 없습니다. 


과거 송명섭 막걸리나 해창 막걸리 등이 TV 프로그램이나 유명인을 등에 업고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을 뻔 한 적 있었지만 그 이후로 뒷심을 받쳐주는 건 역시 양조장 자체의 지속가능한 브랜드 마케팅입니다. 가끔 트럼프나 오바마 같은 미국 대통령 힘을 빌릴 때도 있지만 길어봐야 3개월입니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짧고 그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으며 특정 이벤트 이후 올라간 텐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역시 브랜드 마케팅에 비용과 노력을 투입해야 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팅까지 가기에는 아직 이 시장이 그 정도로 성숙하지 못하며 물량이 받쳐주지도 못합니다.




3. 경쟁사 분석


아직 이 바닥이 너무 좁기에 사명 이니셜을 제외하고 서비스 및 제품군을 중심으로 분류해 보았습니다. 아마 이렇게만 적어도 다들 짐작하실 것 같네요.

 

3-1. A서비스(제조)

제품의 서비스화(Servitization)를 통해 자사 제품을 택배 및 정기 배송, 당일 배송으로 서비스 중입니다. 다반 앞서 말한 부피, 무게, 배송의 3단 콤보 리스크로 현재 당일 배송 업체들에서 연달아 거부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도권 당일 배송의 핵심은 이륜 배송인데 아시다시피 이륜은 상차 가능한 부피가 사륜에 비해 매우 적고 한정적입니다. 그런데 같은 요율을 책정할 경우 스티로폼 박스에 뷰티, 패션 제품에 비해 10배 이상 나가는 주류 제품은 업체 입장에서 매우 패널티가 크죠. 이륜 당일 배송 스타트업 초기에 거래량 상승을 위해 잠깐 받아줄 수는 있지만 거래량과 거래처가 패션, 뷰티, 휴대폰, 안경 같은 저부피, 저무게, 저위험군으로 늘어나면 "이젠 안녕~"을 외칠 수 밖에 없는 게 사업이고 적과의 동침이죠. A서비스와 물류 대행 업체 모두 물량이 늘어나도 환영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성장해도 답이 없다


현재 전통주 시장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3-2. B서비스(구독)

적극적인 광고를 통해 저희보다 훨씬 B2C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술 중심의 구독 서비스를 하는 회사, 저희가 1년 반 동안 진행했던 술+술, 술+주안상, 술+칵테일 키트 중 3번재 결합 상품인 칵테일 중심의 구독 서비스를 하는 회사, 최근 나타는 감성과 제품을 뒤섞은 저희의 테마를 벤치마킹한 회사, 최근 2달 만에 구독 서비스를 접은 또 다른 회사, 서비스를 론칭하지도 못한 채 저물어 버린 회사 등 이 바닥 시조새인 만큼 여러 루트를 통해 새로운 소식을 접하고 또 직접 저에게 자문을 받으러 찾아 오기도 합니다.


저희는 전통주 창업 생태계에 다양한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창업하기 전에도 명망있는 예술가들에게 각종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죠 -_-;;;  


하지만 구독 서비스를 하는 모든 업체들은 저희가 경험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그들은 그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조차 인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품 소싱을 하는 데 있어 어려움에 직면할 것입니다. 양조장의 제품 기획 사이클 주기의 한계, 생산량의 한계, SCM의 부재, 비합리적 프라이싱 등 이 글에 나열된 문제 외에도 너무 사소하여 쓸 수 없는 수많은 문제들이 이 시장에는 존재합니다. 


저희가 애초부터 다양한 제품을 큐레이션 하지 않고 5~6개 정도의 양조장으로 20개월의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랜 경험을 통해 체화된 저만의 노하우, 여기에서 파생된 짐작과 저희의 가설, 약 2년 간의 꾸준한 실험에서 우리의 성장에 비해 시장의 성장이 느릴 것이고 양조장의 개선은 더욱 느리다는 것을 각종 데이터와 수치를 통해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 형태의 구독 서비스는 일정 기간 중단 후 개선을 진행하려 합니다.




To be contined...3번째 경쟁사 분석은 다음 편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 전통주 산업 전망 부터 미래 아이템까지,

2편도 읽어볼까요?

 

https://brunch.co.kr/@ssoojeenlee/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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