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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May 27. 2022

커머스의 기본, 한놈만 팬다!

업의 본질에 대해 정리하라

* 글의 내용과 정치 성향 간에는 아무런 관련도 없습니다. 그냥 코믹짤!


양조장이 패망하는 길은 거의 비슷한데 


창업하면서 처음 만든 제품을 판다 -> 잘 안 팔린다 -> 첫 제품과 비슷한 다른 제품을 만든다(예를 들자면 쌀100%이양주 탁주->약주) -> 잘 안 팔린다 -> 비슷하지만 달라보이는 제품을 만든다(이때부터 쑥 잣 과일 등 첨가물 넣기 시작) -> 잘 안 팔린다 -> 또 다른 제품 개발 ——-(무한반복) ——-



비단 양조장 뿐일까? 모든 사업이 다 비슷하다.   


반복되는 말이 무엇인가?  


 잘 안 팔린다


 이다.


잘 못 만들어서가 아니다. 원래 팔리는 데는 수백 번, 수백 일의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외부에서 보기에 빵 터지는 아이템의 대부분이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남들은 대박난 순간만을 인식하면서 과거의 시행착오는 모르기도 하거니와 알려들지도 않는다. 


잘 만든 제품 하나가 잘 팔릴 때까지, 정말 꼭 맞는 채널을 찾기까지는 몇달, 아니 몇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내가 서울술을 만들기까지 6년이 걸렸다. 그 중간에 얼마나 많은 주류 및 식음료 제품들을 기획하고 브랜딩했나? 5년차쯤 만든 3색 시리즈의 약점을 카바하는데 다시 1년에 넘은 걸 생각하면 창업컨설팅 할 때마다 10년을 고생해야 좋은 제품을 만든다고 외쳐온 건 거짓말이 아니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크리에이티브 하기 때문에 지겨운 걸 못 견디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심각할 정도로 지겨운 걸 못 견디는 사람이라 지금도 하루하루 반복되는 업무들과 씨름하고 있다. 적자인데 신고 누락으로 세금 몇번 때려맞고서야 겨우 고쳐가고 있다.


3개월 이상 같은 남자를 못 만나고 연애를 못 하는 게 서른되기 전까지 사람만나는 패턴이어서 10년 가까이 같은 사람과 의리를 지키며 살아내는 것은 나로서는 자신에 대한 엄청난 도전이었다. 


직장은 이 지경까진 아니었지만 술펀을 창업하기 전까지 3년 이상 같은 회사를 다니기가 어려웠다. 성과를 빨리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과제가 없으면 성취 후의 침체기 후 다음 도전이 올 때까지 잘 기다리지 못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각했기 때문에 최소한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것이 바로 요즘 유행하는 루틴이고 스마트폰만 열면 발랄한 사람들의 온갖 창작물이 넘쳐나는 흥미로운 세상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노력이다. 


17년을 준비해서 창업 5년 차에 연간 10만병을 팔고 계신 분이 찾아왔는데 다음 스탭을 고민 중이셨다. 이 시장에 수많은 업계인이 있어도 진짜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하시며 꽤 오래 준비하는 일을 말씀하시더니 이 방법이 맞는지를 상의하고 싶다고 하셨다. 


“이미 잘 하고 계신 걸요. 사업이란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것 아닌가요? 맞다 틀리다는 없어요. 저질러 놓고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거죠.”


10만병씩 팔면서도 이렇게 고민을 하는데 고작 100병 파는 분들이 확신에 넘치신다. 나는 그것이 자신감이라기 보다 자기 방어임을 안다. 과거의 내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_-;;;


파는 데는 SCM에 의거한 목표값을 정해 여러 채널, 수십가지 방법을 지치지 않고 시도하는 것 외엔 도리가 없다. 대부분의 제조가공사업체를 영위하는 사람들은 만드는 걸 잘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파는 데 도전하기 보다는 만드는 걸 자꾸 고치려 든다. 


게다가 전통주는 유일하게 온라인 판매가 되는 주류이기 때문에 파는 걸 위탁하지도 않고 스스로 다 하려 들다가 양쪽에서 다 실패한다. 3개 제품 개발에 들어갈 자본을 확실한 하나에 때려박고 시작해야 되는데 그 어느 하나 제대로 된게 없다. 상품이란 술맛만 좋아서 되는 게 아니다. 브랜드 디자인 가격 프로모션 채널까지 마케팅의 종합 예술 같은 것이다.


가끔 위탁 생산을 하여 잘 나가게 된 업체들이 있는데 사람이 똥간 들어갈 때 맘, 나올 때 맘이 다르다고 잘 되기 시작하면 초기에 함께 팔아준 사람들을 배신한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곳들이라 공개하진 않겠지만 배신한 인간들의 말로는 대부분 필패다. 설사 아직은 아니어도 곧 그렇게 된다. 


우리가 포트폴리오로 쌓아놓은 제품들이 초기 모습과 다르게 싸구려스럽게 인쇄된 라벨로 돌아다니는 걸 보면 가끔 속상하다. 납품이 끝났으니 ‘님들 것이오 알아서 하소’하고 내려놓으려 해도 맘처럼 잘 되진 않는다. 재질이나 코팅만 달라져도 완전 다른 느낌인데 싸고 저렴한 걸 찾다 보면 그렇게 상품성은 떨어져 간다. 싼 건 싼 이유가 있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잘 만든 제품 하나를 뒤지게 팔아봐야 그 다음 상품도 그만큼, 아니 더 잘 팔수 있다. 잘 만들기만 하거나 아무 거나 가져다 잘 팔기만 하는 건 언젠가는 쇠락한다. 브랜딩이란 잘 만드는 것과 잘 파는 그 사이 어디메쯤 있는데 결국 매출 상승만이 브랜드 가치 증명의 기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창업가들이 브랜드에 자아를 투영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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