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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Nov 07. 2022

마케팅은 간결하고 일관되며 반복적인 메시지다

농업회사법인 (주)다농바이오 마케팅 전략 코칭 일기(2)

경영학과를 다니던 2학년 시절, 마케팅 원론 수업 부터 심화된 전공 시간까지 교수님들은 한결같이 물었습니다.



니들이 생각하는 마케팅은 뭐니?



마케팅은 끝없이 진화합니다.

네, 시장이 변하고 고객도 변하니까요.


경영학을 전공하고 마케팅 수업을 들은 사람이라면 필립코틀러를 모를 수가 없습니다. 저 역시 마케팅 전공은 필립코틀러의 원서로 수업했던 기억이 납니다. 광고, 영업, 프로모션에 비해 마케팅은 꽤나 범위가 넓고 정의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모든 마케터들이 그렇 듯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필립코틀러의 저서는 꾸준히 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제일 놀랐던 건 2009년 필립코틀러의 마켓 3.0이 출판되고 불과 6년 후 마켓 4.0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가 교과서로 사용하는 마케팅 매니지먼트는 1967년에 초판이, 2016년에 15번째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실상 Marketing Management는 마켓 2.0이라 할 수 있죠. 즉 기존에 우리가 열심히 공부했던 4P 믹스와 STP 이후 마켓 3.0이 나오기까지 약 40년 이상 걸렸으나 그 다음 버전까지는 불과 5년 남짓이 걸렸다는 얘기죠! 


무려 1/8의 시간이 단축되었으니 그만큼 빠르게 마켓이 변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즉, 우리는 과장 좀 보태어 10배 빠른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는 겁니다. 과거 50년에 1번 변하던 게 최근에는 5년에 1번 꼴로 변한다고 하면 좀 더 와 닿으실까요?





그런데 무려 마켓 4.0에서 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는 우리를 두번 죽입니다.


마케팅은 없다. 
마케팅을 모른다.


마케팅의 창시자가 이러시면 저희는 어떡합니까?


네, 지금 시장은 대혼돈입니다. 퍼포먼스 효율이 안 나온다, 도대체 고객들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데이터 일관성이 없다, 등등 마케터들의 호소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주류와 푸드를 중심으로 하는 시장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나고 초기 기업, 시장에 랜딩하는 신제품을 많이 핸들링하는 저는 그래서 나름의 전략으로 저비용 가설검증 마케팅 실행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초기 기업의 사업 전략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매출 상승을 통한 수익 구조 안정화

2. 고정 고객, 적지만 깊은 관계 확보

3. 브랜드 인지도 (차곡차곡) 쌓기


물론 기업이 현재 보유한 자원에 따라 1,2,3을 모두, 동시에 실행할 수도 있고 그 중 하나나 둘을 먼저 해 볼 수도 있고 우선 순위를 정해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쪽이 되었든 OBM(Original Brand Manufacturer)을 실행하고픈 제조장이라면 결국엔 3가지를 모두 실행해야만 합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마케팅과 이커머스가 보편화 되면서 자체 브랜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제조장이 급격히 늘고 있으며 이는 주류에 비해 법이 비교적 까다롭지 않은 음식, 푸드 뿐만 아니라 패션, 뷰티 쪽에서는 일찌감치 활성화된 전략입니다.


OBM을 실행함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바로 고객에게 전달할 메시지입니다.


그 어떤 효율적인 광고 소재나 채널도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다면 수억 예산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 입니다. 


그럼 우리 브랜드는 고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것인가?


좋은 마케팅 메시지는 3가지의 특성을 지닙니다. 저는 나름대로 마케팅 메시지의 SCR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간결함(Simplicity)

일관성(Comsistency) 

반복적(Repetitiveness)


우리는 우리의 제품과 회사와 브랜드를 매일 수천번씩 접하고 봅니다.


하지만 고객들은? 


하루에 수천가지 제품에 노출됩니다. 내 몸에 지닌 물건, 바르는 화장품, 먹는 음식, 스마트폰을 켜면 불쑥 튀어나오는 광고에 출퇴근길 여기저기 널린 간판과 상점들에 무의식적으로 노출됩니다. 


과연 우리는 이렇게 많은 상품 전쟁 속에 우리의 브랜드가 가진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처음 제품을 만들면 너무나 귀하고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내 얘기를 무조건 전달할 순 없습니다. 고객들은 전술했다시피 수천 개의 브랜드에 이미 노출되어 있기에 피곤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복잡하고 많은 얘기들을 한 문장 안에 최대한 간결하게 축약해 넣어야 합니다. 시선을 확 잡아끌고 길 가던 고객을 멈춰 세울 수 있도록요.


핵심 메시지를 도출하는 과정은 오래 걸리며 쉽지 않습니다. 구구절절 설명을 쓰는 것 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무언가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보다 간결하게 만드는 쪽이 훨썬 더 공 들여야 합니다.




2017년 리뉴얼 전 이미지


#취함존중


이라는 메시지는 어떤가요? 4글자 안에 다양한 의미를 내포합니다. 취함을 취향으로 읽는 사람, 뜻을 묻는 사람, 재치있다 칭찬하는 사람, 다양한 해석자들을 만나며 관계를 일구어 왔습니다. 2020년 선과 색을 약간 다듬기 전까지 자주 쓰이던 배너입니다. 아직 저희가 문구를 바꾸지 못 하는 건 아마 우리 사회의 취함존중 문화가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겠죠?


항상 열정 넘치는 다농바이오(이하 다농)팀들과 함께 하면서 가장 중요한 아젠다 역시 이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많은 자원과 개성있는 역량, 좋은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래서 더 선택하기도, 골라내기도 어렵죠.


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다농은 브랜드 로고와 라벨 개발, 리플렛 등의 홍보물 제작이 완료된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큰 돈 들여 개발해 놓고 출시를 하려 보니 분명 고민이 많았을 겁니다. 그러니 저를 찾아왔겠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쳤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고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아래 개발된 브랜드 설명문을 보세요. 

 




워크샵을 시작하며 잠깐 화면을 가리고 다농팀에게 물었습니다.


자, 이 중에 얼마나 기억나나요?
떠오르는 브랜드 메시지를 말해 보세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무엇이 떠오르나요?


여기에 쓰여 있는 모든 문장을 담을 수 있는 오로지 한 문장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우리의 여정은 이제 시작입니다. 이번 컨설팅의 핵심 아젠다이자 초기 제품 출시 기업들이 가장 공들여 해야할 작업, 다농팀은 빠르면 3회차, 늦어도 5회차 안에 한 마디의 핵심 메시지를 도출해 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침묵의 마스터에서 도출된 핵심가치 #행복 하게 #열정 적으로 #성장 하는 과정을 함께 헤쳐 나가며 제품의 컨셉과 타겟을 찾아내기 위한 4, 5, 6번의 과정을 이어서 탐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실시간으로 연재되는 다농팀 마케팅 전략 코칭 일기 (1)편은 아래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ssoojeenlee/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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