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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Dec 04. 2023

요즘 나의 괴로움에 대한 소회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을 어느 대표의 일기장



1. 생각할 시간이 없다.


이게 제일 괴롭다.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하는데 요즘은 바쁜 정도가 아니라 그냥 사생활 그 잡채가 없다. 생각을 하지 않으면 난관을 타게할 수 없는데 명상할 에너지를 어디서 끌고 오나. 


2. 사람들의 민낯을 알게 된다. 


이게 사실 가장 괴롭다. 29->30 넘어갈 때 사람들의 바닥을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남았다니. 그래 간접이 아니라 직접 겪으란 뜻인가 보다. 그 어떤 순간에도 내 바닥은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 우아하긴 힘들더라도 쓰레기는 되지 말자. 혹은 우아한 쓰레기? 


똥에 된장 바른다고 똥이 된장되겠나.


3. 국제코칭연맹 PCC 과정을 시작했다. 


2020년에 나를 엄청 괴롭혔던 직원이 있었는데 같은 일 반복.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없었는데 이젠 생길 수 밖에. 


그때 코칭이란 걸 처음 받게 되면서 많이 정리됐고 지금은 내가 KAC를 가진 코치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년간의 컨설팅을 바탕으로 한 코치로서 나의 재능은 200%만족도와 재구매율에 준한다. 


요즘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절대 부족한데 결국 내년으로 넘기지 않고 CiTCPC과정에 입과했다. 내년으로 미루면 내년엔 더 바빠질 것 같아서 올해 그냥 죽어보자는 심정이다. 어디까지 또 한계를 부서뜨릴 수 있을까? 


사업과 멘탈이 괴로운 대표님들, 유료 고객 신청하세요. 


4. 그 와중에도 강강약약


나한테 들어올 돈은 밀리고 내가 내야할 돈은 칼같이 돌아오는데 경기가 정말 똥망해가는 건지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만 주변에 있는 건지, 돈 들어오면 어려운 사람들부터 줄세우기 해서 먼저 결제해 주는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 와중에 외국 생활하다 불미스런 사고로 미망인이 되어 귀국하신 분을 알게 됐는데 남편분이 사업 실패로 살자를 하셨다고. 한국에 오자마자 구한 단기 집 주인이 그렇게나 인색할 수가 없더라. 나도 모르게 “착한 사람들이 항상 그렇게 피해 본다. 절대 그 돈 다 주지말고 사정 얘기하면서 불쌍하게 얘기해라. 남편분도 아마 그랬을 거다. 자기 돈은 다 주고 빚독촉에 시달렸을 거다. 푼돈 빌려준 인간들 중에 매일매일 독촉하고 사람 정신적으로 마르게 하는 미친놈들이 한둘 아니다. 나도 사업하면서 살자하는 사람들 매년 한둘은 보는 것 같다. 이기적인 놈들은 남들 돈 떼어먹고도 뻔뻔하게 잘만 살더라. 착한 사람들이 그래서 항상 먼저 죽는다는 소릴 하나 보다.“


음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인가. 


5. 처음으로 직원 월급을 밀려봤다.


4번을 하다 보니 세상에나 마상에나, 난 아무리 직원들이 사고치고 나가도 나보다 약자겠거니 했는데 지금은 내 주변에 사업하는 사람들이 더 어렵고 힘들다. 얼마 안 되는 이 돈 결제해서 뭘 도움되겠나 싶다가도 통신비나 카드값 밀린 사람들이 진짜 생기고 있다. 


직원 월급 밀린 게 결국 도급사 얘긴데(지금은 계약 해지) 내가 대기업도 아닌데 도급사라는 걸 썼다가 정말 큰코 다쳤다. 


이 와중에도 도급사 사장놈은 지가 계속했으면 잘 됐을 거라는데 숫자를 보고서도 뻔뻔하게 입을 놀리고 있는 건지. 심지어 내가 9월분 결제를 했는데 그걸 10월 거랑 몰라서 월급 준다 하고 애들한테 급여를 안 줬다며 나한테 책임지라는데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역시 ㄹㄷ 출신들은 다 저런가 싶다. 대기업하려면 우아하지 말고 쓰레기가 되어야 한다. 현직이건 전직이건 뻔뻔하기가 이루말할 수가 없다. 저 정도 되야 ㄹㄷ같은 대기업 되는 건가 보다. 불매를 계속하고 싶어도 삼성 엘지 현대 롯데쯤 되면 그 이름 안 달고도 우리가 모르게 자회사 계열사로 다 침투되어 있다.


라운지 옆만 봐도 카페 빌라드샬롯이 롯데 거다. 대부분은 모른다. 엔젤리너스나 알지. 


6. M&A와 중재 


엠엔에이나 지분구조를 정리하려면 중재를 해야 하고 중재를 하다 보면 진짜 양쪽 입장은 항상 이렇게나 다른가 싶다.


양쪽 모두 ”난 내거 다 줬고 내가 손해다.“


중재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사적인 친근감에 생길 때가 있고 어느 한쪽이 더 이해될 때가 있다. 아무튼 목표는 궁극적으로 베스트 솔루션을 이끌어 내는 것이기에 설계와 구조, 딜 석세스에만 집중해야 하지만 누군가는 더 솔직히 말하고 누군가는 무언가를 숨길 때 별수 없이 본래의 성향을 떠나 더 손해보는 쪽이 더 솔직한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법정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들에서도 마찬가진데 대부분의 관객들이 나와 비슷할 것이다. 명확하고 솔직하고 투명한 쪽을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다 반전이란 게 생기겠지만.


아무튼 이번 빅딜은 나의 향후 사업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건이라 무조건 성사되어야 하겠지만 이런 다자간 이해관계가 걸쳐있는 걸수록 오히려 운이 더 크게 작용하더군.


간절히 기도하며 최선을 다 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하늘에 맡기는 것, 인간이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항상 여기까지다. 이게 바로 씨크릿 트랜서핑 네빌고다드에서 말하는 근본원리 아닌가. 


바쁠수록 돌아가야 해서 오늘 아침에는 고장난 전등도 사람 불러서 고쳐놓고 집에서 생각을 좀 정리하고 있다. 


나이 40을 넘었으니 10년 주기로도, 12년 주기로도 벌써 3번의 사이클을 돌았고 공교롭게도 사주 상 6대운이라 36살에 주기가 겹친다.


2015-2016 을해 대운을 시작할 때 “지금 이 시장엔 우리의 경쟁자가 없다. 우리의 경쟁자를 만들겠다”고 여러 대회에서 호기롭게 외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갑목 양인 편관인 나에게 을해 대운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꿈(?)은 이루어졌다. 아무도 전통주 시장에서 우리가 시작한 선구적인 일들에 영향받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공항에서 라운지바이술펀을 시작하며 전통주 시장을 넘어 더 큰 목표와 궁극적인 내 사명을 이루기 위해 다음 스텝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투간 투출 다한 2023 계묘년이 경쟁자들한테 탈탈털리며 대폭발할 수 밖에 없는 시기라니.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결국 이렇게 생각을 털어내고 글을 쓰며 솟아날 구멍을 찾아야 한다. 




내가 나를 안 믿어주면 누가 나를 믿어주나. 

대화하자, 나와 내 육체와 마음과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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