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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Mar 20. 2017

백년 주막의 시작

술펀 2.0을 구상하며


주막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나름대로 상상해 본 모습은 확실히 매우 서민적이고 소박한 공간이란 것이다. 주로 양반들이 드나들었던 기방과는 달리 보부상, 장터 방문객, 여행객들이 주된 고객이었고 걔 중에는 신분을 숨긴 임금이나 벼슬아치들도 있었으나 혼밥혼술하기에 이 보다 더 편한 공간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폐쇄적인 한반도 특성과 15세기까지 상업이 발달하지 못한 탓도 있겠다.


해방 후 최근까지도 술의 판매와 제조는 철저히 분리되어 왔으나 작년 2월 일명 하우스 막걸리법의 시행으로 소규모 주류제조 면허가 신설되면서 옛날 주막의 형태가 다시 부활하게 되었다. 주류를 판매할 수 있는 일반음식점과 기존 양조장 시설에 비해 절반 이상 축소된 형태의 생산 시설을 한 공간에서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법이 신설된다고 문화가 동시에 부흥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한때,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퍼져 있는 이자까야나 일본식 선술집이 메이지 유신 시절부터 현재의 형태는 아니었을 것이다. 최고로 손꼽히는 마카롱과 케잌의 나라 프랑스의 디저트가 처음부터, 아니 불과 100년 전부터 현재와 같은 맛, 색, 향 등 모든 면에서 훌륭함을 갖추진 않았을 것이다. 회사가 대학가 근처라 종종 지나다니며 관찰하게 되는데 왜 술집 이름이나 컨셉을 주막으로 내 건 집들은 초라함과 촌스러움만을 매력 아닌 매력으로 내세우게 된 것일까?


100년 전에 사라진 주막이 부활한다면?

100년 전에 사라지지 않고 계속 다른 형태로 진화해 왔다면?

어쩌면 사라진 것 자체가 변화의 일부일까?

최근 한옥과 한복의 부활을 보면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에 부활한 주막이 굳이 초가삼간에서 허름한 주안상만을 내와야 하는 곳은 아닐 것이며 모바일앱으로 재탄생하지 말란 법도 없다.


현재의 술펀 2.0 서비스 리뉴얼 프로젝트는 이러한 의문에서 부터 출발했다.






여기서부터는 공개해도 상관없는 일기다.

읽기 싫은 사람들은 조용히 ← 누르면 됨요 ㅇㅇ


어쩌다가 나처럼 꼰대기 철철 넘치는 인간이 전통문화에 꽂혀 있는지 모르겠는데...


난 사실 이 바닥에 다른 사업가들처럼 문화재가 되고 싶거나 부러워 보인 적 평생 1도 없고 그다지 한옥에서 살고 싶거나(춥고 불편해) 한복이 입고(정말 내 바디라인이랑 안 맞다) 싶은 적도 없었다. 전통주 아니면 죽음을 달라도 아니다. 맥주나 와인도 다 좋은 술이다. 난 누구고 여긴 어딘가? 


사실,

"나는 누구인가?"에서부터 모든 선택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그 답을 못 찾았기 때문에 밥을 먹고 똥을 싸며 생명을 부지하는 거겠지.

나는 여전히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어 안 죽고 살아있는 게 신기한 사람이다.

내가 더 이상 이게 궁금하지 않거나 궁금해 하는 것에도 지친다면 그땐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창조란 부정에서 부터 출발한다. 


이건 아니야...그게 아냐...아, 뭔가 다른 게 있을 거야...

결국 이번에도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지금 이 순간, 현재의 모습과 관련없는 아이템이나 이벤트, 사람 및 사업은 X표기함)

옛날에 XX봤을 때 그랬고, XXX 발굴할 때 그랬고, 술펀 찍어낼 때, 

요즘도 같이 사는 사람 입이 떠억 벌어지게 귀신같이 맞추는 영화 대사나 결말을 맞출 때도 그렇다.

술펀에 이어 두번째로 꽂힌 게 주막이다. 뭔가 나올 것 같다. 될 걸 보면 본능부터 꿈틀거리는 내 육감이 말한다.


"너는 주막을 지금부터 세상에 외쳐라!"



내가 써 놓고도 매우 어이가 없다 -_-;;;


막연히 '뭘 하고 있겠지' 생각한 일들을 시간이 흘러 그 시절 즈음 이루고 있는 걸 보면

아마 나란 인간,

십년 뒤엔 진짜로 기방하고 있을지 모른다.


요즘 나는 주막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살펴 보고 있다.

올해 술펀 2.0으로 모바일 주막 포지셔닝 하고 나면 아마 내년 즈음엔 뭐 하나 나올 것 같다.


나중에 이 글이 "전설의 시작" 이딴 걸로 성지순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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