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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May 18. 2017

술로 빚은 옥구슬에 취하다(3)

경기 대부도 특산주 - 경기 무형문화재 옥로주

https://twitter.com/SJL322/status/865200663986290688

헬 조 선 주 막 특 공 대

술로 빚은 옥구슬에 취하다 (1)

https://brunch.co.kr/@ssoojeenlee/32

헬 조 선 주 막 특 공 대

술로 빚은 옥구슬에 취하다(2)

https://brunch.co.kr/@ssoojeenlee/37

전편에 이어


유민자 장인은 '여장부'라는 말이 꼭 알맞은 1980년 대를 주름잡던 신여성이었다.


옥로주 전수를 본격적으로 받으시기 아주 전부터 젊은 날 패션과 섬유 쪽으로 크게 사업을 하던 분이셨다고. 당시 고운 한복 차려입고 전두환 대통령을 몇 번이고 찾아가서 당당히 건의를 할 만큼 호방한 캐릭터로 은퇴하신 후에도 옥로주 사업을 부친에 이어 크게 부흥시킬 만큼 에너지가 넘치고 강인한 분이셨다. 여전히 그 성정이 남아있는 듯, 함께 나이들어 가는 동생과 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분 좋다며 호탕하게 몇 잔이고 들이키신다. 특히 같은 여성으로 사업의 고된 길을 가고 있는 나를 굳이 말로 꺼내지 않아도 이해하시는지 참으로 이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다.


여장부와 술은 참으로 잘 어울린다. 대장부라 하지 왜 여장부라 했냐며 시비 걸지 말자. 아직 우리 사회는 여성임을 강조해야 할 만큼, 남녀가 평등하지 못하다. 그래서 나는 양조장을 이어가는 여성분들을 만나면 두배 더 반갑다. 


'그래, 난 여성 우대자야. 욕 할 테면 욕 해 보렴-_-//~'


사실 인터뷰 다니면 이데일리 기사나 내 브런치에 전부 쓸 수 없는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지만 실제 외부 송출은 일부에 불과하다. 2015년 미깡 작가와 함께 한 다음뉴스펀딩 <양조장 방화 사건> 때도 그렇고 이번 주막특공대도 마찬가지지만 함께 다녀 보지 않으면 우리가 느낀 그 감동과 정을 나눌 수 없음이 매우 안타깝다. 조금 여유가 생기면 정말 주령사들과 함께 양조장 전문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까 싶다.


옥로주가 오랜 역사와 뛰어난 맛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못한 건 2000년대 즈음 크게 한번 무너졌기 때문이다. (허락받고 약간 과격한 언어를 씁니다. 소심소심~) 손 큰 사람은 일을 벌릴 때도 날릴 때도 역시 규모가 남들보다 큰 법! 우리의 여장부 유민자 장인께서는 수십 억대의 재산을 한 방에 찜 쪄 드시고 옥로주 양조장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이 때의 시련을 어찌 이 한 단락에 다 표현하랴. 게다가 집 안팎으로 터진 대소사들로 개인적으로도, 사업적으로도 매우 힘든 시기였으리라. 이후 명맥만을 유지하며 미리 빚어 두었던 술이 시중에 풀리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 안산 대부도에 새로운 터를 마련하기까지 전북 남원, 경기 용인을 거치며 10여 년 이상의 세월을 힘들게 보내야만 했다.


얼마나 찜 쪄 드셨는지는 기사에 상세히 나와 있다.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C21&DCD=A00302&newsid=01564566615896448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3대에 걸쳐 쌓은 양조장과 가산을 거진 탕진해 버리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경기 무형문화재로 변경 등록해 지금의 대부도에 옥로주 제조장을 잡기까지 프랑스 유학을 거쳐 조선대 미대 교수로 활약하며 여전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장남 정재식 전수자의 노력이 눈물겨웠다. 앞날이 보장된 교수로서의 안전한 길을 포기하면서 까지 옥로주를 살리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언젠가 내가 주령사들과 우리술이 함께 하는 문화공간을 하게 되면 '술로 쓰는 인문학'에 이어 '술로 그리는 미학' 특강도 정재식 선생님과 한번 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다.



 


이미 아침술에 알딸딸한 알코올 기를 이슬 마냥 머금고 브런치 치고는 다소 거창한 오리고기구이를 먹으러 이른바 로컬들만 아는 맛집으로 향했다. 이 곳은 오리고기를 파는 집인데 쌈채소를 전부 식당 옆에서 키우고 추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뜯어 와서 갖다 준다. 농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퇴비 냄새는 농약 없이 키우고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상추, 로메인, 케일, 깻잎까지 적어도 5종 이상은 재배되는 것 같았는데 먹느라 정신없어서 전부 세어보진 못하고 가장 신선한 것들 위주로 뜯어 오시는 것 같다. 일요일인 데다 점심시간 전이라 가게는 한가했고 6명이서 쌈 채소 두 양푼을 뚝딱 비우고 나자 정말 종업원이 나가더니 쌈채소를 한 바구니 채집(?) 해 온다.



좌표를 찍어드려야 하나요? 검색하면 다 나올 것 같은데...


특별히 공개한다.


한마당오리 TEL. 032-886-5292


유민자 장인께서는 혈압 때문에 술을 조심하셔야 한다는데 저를 넘나 맘에 들어하시며 기분이 샤방샤방 좋아지셨는지 술을 아주 그냥 원샷으로 연거푸 들이키셔서 다들 심장이 쫄깃해졌다(원래 제가 술 땡기게 하는 맛이 있음 :) 그러나 저 역시 막가는 인간 중에 한 명이라 숨 쉬는 순간 행복한 게 최고라며 '기분 좋게 마시는 술은 다 약이여~ 마셔마셔~'이러면서 수작에, 대작에 폭음을 하고... 마침 운전은 김피디가 하기로 되어 있었기에 더더욱 부담 없이 아침 달리기(?)를 하니 적은 양에 2배 빨리 취기가 오른다. 그러나 역시 술은 대낮에 마시는 게 최고다. 남들 다 멀쩡한 틈에서 남몰래 헤롱 거리는 기분이란... 평소 왠지 모르게 꺼리게 되던 1호선도 다 좋아 보이고 뭐 이런 맛에 술 마시는 거 아닌가 말이다!


보아라 오리의 이 아름다운 기름기를


옥로주는 진정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리는 술이다. 먹방 찍는답시고 족(발)보(쌈) 시켜놓고 '최고의 음식궁합' 찾기 하는데 김 기자가 먼저 족발 찍는 바람에 똑같은 거 하기 싫다며 백김치로 꼬장 부려 봤는데 결국 족발이 쵝오! 보쌈보다도 야들야들 기름기 흐르는 족발 특유의 구수함과 한방 냄새가 옥로주의 짙고 진한 텍스처와 찰떡궁합이랄까? 우리나라에서는 고기 먹을 때 주로 쌈을 많이 싸 먹는데 깻잎이나 케일처럼 향이 강한 이파리에 함께 해도 어느 것 하나 튀거나 죽지 않는 환상의 소주, 이슬처럼 마시고 또 마셔도 질리지 않는 그런 맛이랄까?


https://t.co/ay0blclyFi


옥로주 체험과 문화재 전수관을 할 수 있도록 좀 더 전통에 어울리는 공간으로 확장을 하고 싶어 준비 중이라고 하니 우리도 열심히 방법을 찾아 보아야겠다. 말이 쉽지, 인력이나 비용이 꽤 들어갈 텐데 지자체 도움없이 자체 비용만으로 하기는 아마 힘들 것이고 허허벌판에 불륜의 성지로만 낙인 찍힌 안산시 대부도에서 이런 좋은 아이템을 다른 지자체에 뺏기지나 말았으면 좋겠다. 


안산시장, 보고 있나? -_-


토요일은 예정보다 취재가 일찍 끝났고 일요일은 생각 보다 늦게 끝나 김피디 사정 상 전철역까지만 데려다주고 김기자랑 둘이 1호선을 타고 오며 서서히 숙취가 사라짐을 체험한다. 내가 옥로주를 사랑하는 두 번째 이유, 바로 깔끔한 숙취 때문. 나 같은 고도주 마니아들 대부분 비슷한 이유로 고량주나 증류식 소주를 좋아할 텐데 빨리 취하고 혈액에서 알코올이 날아가는 게 느껴질 정도로 선연하게 깨어나는 숙취의 향기(?), 좋은 술일수록 깔끔하고 뒤끝 없기론 두말하면 잔소리지.



자 여기서 잠깐 퀴즈!

전편에 등장한 네모난 무광택 갈색병과 위 사진의 둥그스름한 광택병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리플로 정답을 맞추시는 분께는 소정의 선물을 드립...


...고 싶었으나 답이 아래 나옵니다.


옥로주는 이미 6대에 걸쳐 수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사실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어쨌건 현재를 사니까 과거에 어떠했고 왕년에 얼마나 잘 나갔든 100년 후에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는 지금 이 순간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옥로주 마케팅 제언>

#1. 중저가 2nd 라인이 시급하다.
지금 옥로주는 500ml에 출고가 7.5만 원으로 상당히 비싼 고급술이다. 소수의 부자(?) 혹은 술 마니아들만 맛보기엔 너무 아쉽다. 누구나 쉽게 맛볼 수 있을 가격대(술집에서 1.2~1.5만 원 정도)의 저용량, 중저가 제품 출시가 필요하다.

#2. 이유 없는 차별은 안 돼!
스토리텔링은 바로 이 지점에서 필요하다. 바로 위 퀴즈의 답은 "차이가 없다"이다. 용량, 알코올 함량, 가격 내용물 전부 같은데 대체 왜 병 모양만 다른 거야? 차라리 제법을 달리했거나 한정판이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하나는 수출용이라던가. 단순 취향만으로 같은 제품을 다른 병, 그것도 가격 만많찮은 도자기병에 담아 2종으로 출시하는 거, 남는 거라곤 진정성밖에 없는 컨설턴트로서 난 결사반댈세. 포장 가격을 전체 소비자가에서 20% 정도 잡는다고 했을 때 지금 도자기병에 쓸 비용을 줄여 1번에서 말했듯 중저가 라인을 만드는 쪽이 훨씬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다양한 제품을 원한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까. 그런데 현재 디자인만 다른 2종의 옥로주 도자기병의 경우 선택의 다양성이 아닌 혼돈만 가져올 뿐, 그 비용(도자기병 1가지 200개 만드는 쪽이 2가지 100개씩 만드는 것보다 저렴함)에 비해 매출이나 인지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브랜드 내의 선택이란 건 '딸기맛 먹을까, 오렌지맛 먹을까'처럼 A를 선택한 후 다른 때엔 B를 선택해 보고(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다음엔 B 할까 A 할까 고르는 건데 지금처럼 내용물이 모두 같아서는 A를 선택한 고객이 굳이 B까지 사 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병 모으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예외겠으나 식음료는 대부분 내용물, 용량 등의 차이가 선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의 시작은 Why에서 부터라는 걸 사람들은 너무 쉽게 잊는다.


3월에 다녀온 옥로주 이야기를 5월에야 끝내다니 넘나 현장성이 떨어져서 죄송스럽지만 술 맛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 하나만은 잊지 말자.


- 옥로주 편 끝 -


다음 예고: 나만 열심히 덕질하고 올 수 있는 묻어둔 충남 광관지를 독자와의 약속 땜에 어쩔 수 없이 공개한다. 여기 너무 좋아! 왜냐면 안 알려졌기 때문인데, 알려지면 난 이제 자주 안 가게 되겠지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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