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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예 Feb 12. 2023

가끔 불타는 달팽이 김치연

내가 충족감을 느끼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어

| 생후 336개월 |
귀엽구만



새로 산 갤럭시 족쇄 자랑하는 24/7 직장인

따: 요즘 어떻게 살고 계세요??

쳔: (띠띠- 질문하는 순간 스마트워치 울림)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노예 팔찌를 차고. 하루하루. 매일 아침 보도자료에 눈을 뜨고. 보도자료를 확인하고 눈을 감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지요. (폰 확인 후) 개XX@#$... 잠시 하나 수정하겠습니다. 수정해달라고 연락이 와서.


(잠시 무언가 수정하기 위해 노트북 가지러 간다)


따:ㅋㅋㅋㅋ늘 이렇게 살고 있었어? 요즘 특이한 건 없어?


쳔: 진짜 이렇게 살고 있어ㅋㅋㅋㅋ 본대로 매일 정신없이. 요즘에... 흠, 어깨가 아파. 한 2주 전이었나, 술친구들이랑 인천 월미도를 놀러 갔어. 그래서 술 먹고 디스코 팡팡을 탔단 말이야. 생애 처음으로. 그래서 어깨가 나갔어. 못 들겠어. 그래서 어깨 운동은 안 하고 있어. (?ㅋㅋㅋㅋ) 그래서 안 하던 짓은 하는 게 아니다-라는 교훈을 얻었지.



*신상 노예팔찌-이제 술마시다 화장실 갈 때 폰 안들고 가도 된다고 좋아했음 ㅠ




부동산으로 마실가는 부동산팀 기자

따: 지금 무슨 일 하고 계세요?

쳔: 기잡니다. 아, 이거 취조네. (ㅋㅋㅋㅋ) 얼마 전에 부동산팀으로 왔습니다. 부서이동 있어서. 지금은 집값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고요. 똑같은 이야기를 백 가지 정도의 다른 이야기처럼, 갖가지 수치를 이용해서ㅎㅋ. 사람 만나고. 가끔 부동산도 가고.


따: 진짜? 부동산을 왜 가?


쳔: 사장님 요즘 어때요? 이런 거 하러. 모델하우스도 가고.


따: 가면 뭔가 얻을 때가 있어?


쳔: 인사이트를 얻을 때가 있지. 아 이 나라는 부동산에 미쳐있구나. 내 생각보다 훨씬 미쳐있구나. '떨어진다, 떨어진다'고들 하지만 집주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수치와 민심의 괴리를 알아보곤 하지요.


따: 집주인들은 왜 왜 안 떨어진다고 생각해?


쳔: 2년동안 엄청 올랐잖아. 그래서 이미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해. 무주택자는 여태까지 거품이었으니까 더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근데 집 주인들은 올랐던 게 진짜 가격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직전 가격.



수정 요청을 받은 기자 짤




문과면 기자하는 거 아닙니까?

따: 어쩌다 그 일을 하게 됐어?

쳔: 문과니까요. (ㅋㅋㅋㅋㅋ) 문과고. 러시아어를 전공하니까요. 노어노문이라고. 노자 아니고, 노르웨이어 아니고. 로어(*러시아어).


음, 좀 제대로 말하자면, 직장 다니면서 맨날 똑같은 일 하는 건 나한테 안 맞을 거 같고, 돈은 벌어야겠는데 너무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서만 하는 일은 싫고. 근데 내가 대기업을 들어갈 만한, 뭔가 잘하는 스펙은 없고. 그렇다고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고. 이런 어중간한 나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다가, 기자 왠지 괜찮은 것 같은 거야. 그래서 어? 괜찮은데? 그렇게 생각을 했지.


대학 교내 방송국도 했었고. 근데 그땐 절대 기자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안 맞았어. 원래 난 피디가 되고 싶었거든. 근데 과 선배가 "아니야, 너는 기자가 되어야한다"고. 왜냐면? 그때 방송국에 기자가 모자랐거든.


따: 교내방송국 이 XX들. (*교내방송국 했음)


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교내방송국 기자를 하다가. 그래서 진짜 취업할 때가 됐는데 피디냐 기자냐 했을 때, 그때부터 피디를 준비하려고 하니까, 영상을 해본 적이 없는 거야. 지금부터 하더라도, 내가 영상형 사고가 되는 인간인가? 생각해보니까 아닌 거 같은 거야.


그리고 기자는 많이 뽑아. 피디는 쪼꼼 뽑잖아. 알만한 기성 방송국이 얼마 안 되잖아. 막 방송국만 생각했을 때. 그렇다고 내가 드라마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하면 시사 교양 피디 하고 싶은 건데. 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거야. 그래서 내가 이걸 준비하면 3년은 꼬라박아야겠구나-싶어서 기자를  준비하는 게 빠르겠다 싶었어. 그래서 기자를 준비한 거지. 그러니까 기자를 준비하기로 마음먹기까지가 시간이 오래 걸렸지.


따: 그게 언제쯤이야?


쳔: 14년도에 러시아 6개월 갔다 왔다가 그때부터 뭘 해야되지 하면서 6개월 방황을 하고. 그때 다큐멘터리 동아리도 들어가 봤는데 안 맞았어. '아, 난 영상이 안 되는 인간이구나' 해서 기자 인턴을 했지. 근데 생각보다 괜찮았어. 진짜 기자를 준비해야 하나 싶다가, 진짜 취준할 때가 되니까 내가 정말 기자로 살 수 있을까 싶어서 혼자 여행 갔다 오고 방황하고 갔다 온 끝에...  '뭐가 됐든, 일단 직장을 갖고 불안해하는 게 낫다' 싶었어. 갔다 와서 기자 스터디 하고 상식 외우고 그랬지.


따: 왜 일단 직장을 갖고 불안해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어?


쳔: 그 전에 방황할 때 내가 뭘 하면 좋을까 찾아보려고 다큐 동아리도 하고, 베이킹 있잖아? 베이킹도 해보고. (빵 굽는 거?ㅋㅋㅋㅋ) 응. 동호회도 가보고. 인도 여행도 가보고. 혼자 제주도 하이킹도 가보고. 자전거 타고 전국일주도 하고 했잖아.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다 약간 이미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었어. 그러다 보니까, 인간이면 다들 불안을 가진 건 똑같은데, 직장이 있는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불안이 덜해 보이더라고. 아, 이게 방황을 하더라도 직장을 잡고 해야겠다. 그래서 일단, 지금의 가장 큰 불안함을 없애고 보자. 그래서 그냥 마음을 잡았지. 그땐 어느 정도 타협했던 것 같아.




방황의 전국일주 시절




적.퀄.빠.는 좀 합니다

따: 기자 해보니까 어때?

쳔: 생각보다 괜찮아. 직업인으로서 괜찮아. 근데 이건 약간 케바케니까. 어떤 기자가 되느냐에 따라서 케바케잖아? 개인적으로는 '직장'으로 다니기에 나름의 장단이 있긴 해. 자영업자 같기도 하고, 엄청 직장인 같기도 하고.


자영업자 같은 건 내 스케쥴 내가 관리하면서 돌아다니고 나만의 글(?)을 쓴다는 거고, 직장인 같은 건 조직이 있으니까. 근데, 난 안정적인 직업을 얻고 싶었던 것도 컸거든. 소속감도 있고, 월급이라는 것도 들어오고. 나는 뭔가 틀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야. 뭔가 집단에 소속돼있을 때 안정감 느끼는 스타일.


따: 아이가 "제 장래 희망은 기자예요" 한다고 상상하면, 흔히들 사회적 사명감? 같은 걸 떠올리잖아. 그런 것도 있었어? 기자뽕?


쳔: 준비할 때는 지금보다 더 많이 있었던 거 같아. 한편으론 그걸 내 나름대로 나한테 주입했던 거 같기도 해. 기자의 좋은 점을 자꾸 나한테 생각하게 만들고 '이런 가치가 있는 직업이야'라고 나를 설득해야 그걸 열심히 준비할 수 있을 거 같았어.


수능 공부할 때도 "아 씨, 대학가봤자 뭐하냐~" 하면 공부하기 싫잖아. 근데 "대학만 가면 뭐든지!" 이렇게 하면 투지가 생기잖아? 그래서 그때는 일부러 시사인, 한겨레21 좋은 기사도 찾아 읽고. 열심히 뛰어다니는 기자들이 낸 책도 읽고. 그러면서 약간 기자뽕(?)을 채우려고 노력했지.


따: ㅋㅋㅋㅋ이직 생각은 안 해봤어? 이맘때쯤 많이들 하던데.


쳔: 만약에 하면 언론 업계가 아닌 곳으로 전직을 할 거 같고, 언론 업계 안에서 다른 데로 이직할 생각은 없어. 나는 기본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스타일이야. 알바도 한곳에서 되게 오래 하고. 진득허니.


따: 통신사라는 매체 특성은 잘 맞아?


쳔: 응, 난 오히려 잘 맞는 거 같아. 난 글쓰기 자체에 그렇게 자신 있는 스타일 아니었거든. 대신 순발력은 좀 있어. 필요한 걸 빠르게. 완벽하지 않더라도 적정한 퀄리티로. 속도와 퀄리티를 일정 수준으로 충족해서 내보내는 글들 있잖아. 그런 거엔 자신이 있었거든. 근데 지면이나 이런 건 완벽하게 퀄리티가 중요하고, 방송은 완벽하게 순발력이 좋아야 하잖아. 그런 측면에서 나는 통신이 잘 맞는 것 같아.



세상 다 산 척 하지만 귀여운 녀석...




일은 '매일' 하니까
어떤 일보다 누구와 일하느냐가 중요해

따: 썼던 기사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거 있어?

쳔: 최근 거라 기억나는 거 같긴 한데... 발달장애 자녀를 데리고 어머니가 투신한 사건이 있었거든. 그걸 어쩌다 우리가 맨 처음 썼어. 근데 후속 취재를 해보니까 어머니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어. 그리고 한창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하던 때이기도 해서, 사회적 맥락까지 취재를 더 해서 썼지.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 가족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그리고 이번 정권 들어선 직후였나 그래서, 발달장애 가족들도 주간 보호나 이런 것들 확대해달라고 집회하던 때였거든. 그 기사로 시민사회 쪽에서 약간의 반향이 있었어. 그게 좀 기억에 남았지.



따: 일하면서 좌절하거나 회의감 느낄 때 있어?

쳔: 처음에는 직장도 처음이고, 사회초년생이고, 조직 생활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현타가 세게 왔지. 그래서 가치관이 달라진 거 같은데, 예전에는 내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했는데, 이제는 누구와 일하느냐가 훨씬 중요한 거야.


따: 그 일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점이 있어?

쳔: 나에 대해 느끼는 점이라... (염세) 옛날에는 치열하게 살아야되고. 막 가슴이 끓어야되고 언제나 이래야만 맞는 건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냥 달팽이처럼. 이끼처럼. 축축하고 조용하고 뭔가 그런 미지근하고 그런 느낌.


뭐, 근데, 이럴 때도 있고, 그랬다가 사알짝 불탈 때도 있고 그런 거지.


아, 그리고 나는 모르는 사람 알아가는 거, 모르던 분야를 관심 갖게 되는 게 있다. 생각보다 내가 되게 적응이 빠른 사림이라는 걸 알게 됐어. 내가 고집이 세고 그런 줄 알았는데, 꼭 '내가 이걸 하고 싶어!'만 있는 게 아니라, '이 부서에 가면 이것도 재밌네, 저기 가면 어 저것도 재밌네' 하더라고. 얕고 넓은 관심사도 맞구나.


따: 습득이 빠른 사람이라 그런가?


쳔: 거부감이 없는 거 같아. '하면 하는 거지. 해보니까 재밌네~' 이런 느낌?


따: 일하는 사람 중에 존경하는 선배 있어?


쳔: 있지. 내 일이 아닌데 내 일처럼 욕받이를 자처해주는. 후배들의 곤혹을 모른 척하지 않고, 자기가 대신해서 들이받아 주고 불이익을 감수하는 선배가 있지. 선배들, 있지.


따: ㅋㅋㅋㅋ그 중에 친한 사람 있어?


쳔: 있지. 그중에 한 명은 술친구가 됐고.




열정적으로 음식에 영혼을 소진한 자




그의 단란한 동탄 라이프...

따: 일 안 할 땐 뭐해?

쳔: 대체로 가족들하고 시간을 보내는 거 같은데. 시작할 때 본 것 처럼 나한테 일 안 할 때는 주말밖에 없잖아. 주말에 별다른 일이 없으면, 서울 집에 혼자 있기보다는 본가 갔다 오지. 자식 노릇을 하려고 하지.

따: 엄빠랑 친해?

쳔: 친해. 엄빠, 동생, 다.

따: 가면 뭐해?

쳔: 우리의 루틴은... 가서, 같이 밥을 먹어. 밥을 먹으면서 내가 있었던 이야기를 해줘, 막 직장 욕도 해주고, 썼던 기사 얘기도 해주고, 부동산 얘기도 하고. 그럼 엄빠가 한마디씩 끼얹고, 그리고 한바탕 다 먹고 나면 티비를 보면서, 서로 각자 하고 싶은 말 하고 (ㅋㅋㅋㅋ) 시간 되면 각자 들어가서 자고. 다음날은 시장을 가. 시장 가서 한 바퀴 돌고. 별일 없으면 그러거나,


아니면 시골을 가. 조부모님 다 돌아가셔서 외할머니 집이 비어있거든. 그렇게 멀지가 않아서 펜션처럼 쓰곤 해. 저번에는 배추 키워서 김장도 했다고 후후. 그러면 하루가 가잖아. 그럼 주말이 끝나지. 그런 소소한 라이프. 동탄 라이프. 가족이 최고다.


따: 쳔에게는 가족이 큰 거 같아.

쳔: 응, 난 그게 좀 큰 것 같아.


따: 주중엔 혼자 있잖아. 그럴 땐 뭐해?


쳔: 아뇨. 주중엔 거의 혼자 있지 않아.


따: 계속 사람 만나?

쳔: (손을 들어 '술 안 먹은 날 달력'을 가리킨다)

따: ㅋㅋㅋㅋ칠한 게 안 먹은 날? 많이 발전했네.


쳔: 응. 양심적으로 어제도 칠하지 않았어. 어제는 소주를 먹지 않았기 때문에 칠할까 했지만, 양심상 칠하지 않았어. (맥주 마신 듯)


따: 약속은 다 일적인 만남인 거야?


쳔: 아니, 일적인 사람은 없어. 일로 만난 사람이더라도 일을 위해 만난다고 생각하지 않아. 진짜 일적인 만남은 점심때 거의 다 끝내고, 저녁때 만나고 싶은 사람은 '편한 사람들 술자리 간다'야. 술자리 통해서 뭘 캐내려거나 하려는 게 아니라서. 그런 사람들은 안 만나기도 하고.

따: ㅋㅋㅋㅋ근데 아무리 술 먹고 싶어도, 매일 마실 자리가 있지 않거든 보통 사람들은?

쳔: 근데 나도, 어떻게 난 매일 술을 마시지? 했는데 어떻게든 자리 만들어서 마시더라고. 매번 새로운 사람들은 아니야. 만나던 사람들 또 만나고, 회사에 알코올 중독에 걸린 동기들을 만나서 번개를 한다거나.

따: 사람 많이 만나는 건 안 피곤해?


쳔: 피곤할 때도 있지. 피곤하지. 그럼 또 안 만나고. '아 너무 피곤하다. 요즘 사람 너무 많이 만났어' 솔직히 말하고 약속 캔슬하고. 그러다가 또 '아, 슬슬 또 사람 좀 만나볼까~'하고, 조절해가면서.



그리고 그 달력의 뒷면...




부동산 유튜브 생각보다 재밌다니까?

따: 너 내가 뭔 책 얘기하면 앵간한 건 다 읽은 상탠데. 책 같은 건 언제 읽어?

쳔: 유튜브 보다가 손목 아플 때. 눈이 아파서 더 이상 안 되겠다.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 그리고 가끔 뭔가 책이 읽고 싶을 때가 있어.


술 안 먹고 혼자 있을 때, 고요할 때. 제정신일 때. 오늘 뭔가 제정신인 일상을 보냈어. 운동도 갔다 왔어. 유튜브도 볼 만큼 봤어. 거기다 술을 안 마셨어. 그럼 뭔가 흥미로운 일을 찾아서 밀리의 서재를 들어가보거나, 가서 부동산 책 읽거나.


따: 너가 20대 초반에 나한테 <그리스인 조르바> 추천했는데… 난 사실 포기했어.


쳔: 그거 초반이 X라 재미없어. 초반만 넘어가면 재밌어. 앞부분이 지루하고 마초적이고. 그걸 참아내야 돼. 그걸 참아내면 뒤에 그리스 철학이 나와. 그게 꿀잼이야. 거길 못 넘고 덮어버린 친구들이 많아. 나도 한 대여섯 번 덮었어. 근데 사실 나도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나. 흐릿한 감상만 남아있을 뿐.


따: 운동도 사는 내내 정 붙였다 뗐다 하는데. 제일 정 붙였던 운동 뭐야?


쳔: 크로스핏. 진짜 너무 재밌었어. 너허무. 내가 내 몸뚱아리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거 빼고는 너무 재밌었어. 관절에 무리가는 거랑. (그건 심각한디?) 그래서 지금도 다시 하고 싶은데 못하겠는 것도 있어. 아, 그리고 크로스핏 오래 다닌 사람들의 동호회 같은 느낌, 그 친목이 너무 싫어.


그리고 운동을 하려는 이유는 정신건강을 위해서가 가장 크지. 물론 육체적 건강도 크고.


따: 도움이 돼?


쳔: 엄청 도움이 되지. 운동을 하면 내가 괜찮은 인간 같잖아. (맞앜ㅋㅋㅋ) 그리고 운동을 하는 시간은 내 시간이니까. 나를 위한 시간이니까. 나를 아껴준다는 느낌. 내가 나를 돌보는 느낌.


따: 유튜브는 뭐 봐?


쳔: 요즘은 부동산. 부동산을 제일 많이 봐. 그러니까 나는 그때그때 내 부서에 맞춰서 삶이 다 달라져. 내가 사회부 있을 때는 집회 유튜버만 봤어. 집회 시위꾼들 있잖아. 그거 쫓아 다니면서 슈퍼챗 받으려고 다니면서 찍는 애들이 있어. 그거 구독 다 해놓고. 이승만을 국부라고 부르는 사람들, 박근혜 영애님 따라다니는 사람들 보고. 정신건강에 좋지 않았지. 좋지 않았어. 그때는 유튜브 구독 채널 다 그런 거였어. 지금은 70%가 부동산.


따: 일하는 거네?


쳔: 그리고 전에 국제부에 있을 땐 국제 경제에 있으니까. 맨날 국제경제뉴스 보고. 블룸버그. 아침에 눈 뜨면 블룸버그 틀고. 세계 경제 읽어주는 한국경제티비 같은 거 보면서 출근하고.


따: 와... 다 그러고 살아, 기자들은?


쳔: 모르겠어. 그냥 나는 그런 식으로 나의 관심사는 그때 내 일이 뭐냐에 따라서 변하는 거 같아. 그리고 나름 재밌어. 아까 말했잖아. 난 호불호가 없어. 시위 보는 것도 재밌었어. (ㅋㅋㅋㅋㅋ) '와, 진짜 저런 인간군상도 있구나'. 부동산도 '와, 이런 욕망의 산업이 있구나? 재밌다'. 세계 경제도 재밌었어. '일론머스크 같은 미친 놈이 있구나' 재밌다.


팟캐도 가끔 듣는다. 원래는 정치 시사 이런 거 듣거나 라디오 경제 이런 거 들었는데, 요즘 나의 소소한 낙은 ‘여자 둘이 토크합니다(여둘토)’야. 김하나&황선우 작가. 그 두분이 낸 책을 읽고 나서 팟캐를 들었는데 너무 좋은 거야. 그래서 아껴 듣고 있어. 힘들 때 들으려고. 목소리가 둘이 너무 좋아. 미쳤어.



술자리 전에 부동산 유튜브 보는 기자 친구..




서른 좋은디?

따: 10대 땐 어떤 애였나요?

쳔: 아시다시피, 초등학교 다니고 중학교 다니고 고등학교 다니고, 대입 준비하는 그런 삶이었죠. 다 그런 삶. 누구나 겪는 그런 삶. 공부를 많이 했다. 다른 애들 평균치보다 많이 한 것 같다. 끝.


따: 공부만 했어?


쳔: 음... 덕질! 덕질을 했지. SM에 혼을 팔았던.. 노예였지.


따: 맞다!!! 너 씹덕이었잖아. 좀만 추억해줘.


쳔: 동방신기. 동방신기 덕질하다 JYJ 덕질하다가. 샤이니 덕질 했었고. 샤이니로 끝났던 거 같은데? 그 이후로 넘어가지 않았어. 난 사실 덕질이 도피처 여가지고. 그 이후엔 현실 도피를 할 필요가 크게 없었는데, 어릴 땐 마땅히 스트레스 풀 게 없으니까 빠졌던 것 같거든. 중학교 땐 2D . 일본 애니, 오타쿠스러운 그런 거 엄청 1년 정도 빠져있었지. 테니스의 왕자. 완전 재밌어. 난 고전적인 거 원피스 이런 건 안 봤어. 작품성 있는 건 별로 안 봤고. 블리치 이런 거 봤나?


따: 그때 뭐에서 도피하고 싶었어?


쳔: 공부겠지, 뭐. 공부도 있고... 교우관계도 있었던 거 같아. 딱 나한텐 밥 먹을 때 같이 먹을 친구랑 어디 갈 때 버스 옆자리에 앉을 친구 정도면 됐던 거 같은데도.


따: 교우관계가 힘들어서 도피하고 싶었던 거야?


쳔: 뭐, 교우 관계 힘들지. 안 힘든 게 어딨겠어. 근데 막... 그냥 다른 애들 다 힘든 정도였겠지? 솔직히 난 늘 우위에 있었던 거 같아. 크게 막 엄청 힘들었던 적은 많이는 없었던 거 같아.


따: 그럼 그렇게 도피해서... 팬픽... 어디까지 보셨어요?


쳔: AtoZ 다 봤다고 봐야지. 샤이니까진 다 봤다. 호언장담할 수 있어. 2세대 아이돌은 다 봤다.


따: ㅋㅋㅋㅋ최애 팬픽은?


쳔: 마왕이지. 크..



따: 그렇게 커서 20대 초반에 처음으로 학교 밖 세상에 나왔을 때, 어떤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었어?

쳔: 쿨한 사람. 주변 시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그런 쿨한 인간? 그렇게 보이고 싶었지. 뭔가… 틀에 박힌 인간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어. 왜냐면 내 주변 사람들이 다 소위 8학군 느낌이었거든. (*명문대 나옴) 근데 난 8학군이 아니잖아? 그래서 '난 개성이라도 있어야겠다'. 왜냐면 난 처음에 대학 들어와서 너무 재미가 없었거든. 강의도 그렇고 만나는 사람도 그렇고. 실망감이 컸던 거 같아. 그래서 자발적 아싸 같은 느낌으로 지냈지.


따: 성공적이었어?


쳔: 날 특이하다고 느꼈던 거 같긴 해. 왜냐면 3월에 입학해서 5월까지 MT 비롯해서 교내 행사란 행사는 안 빠지고 갔거든. 늘 늦게까지 놀고 첫차 타고 오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 잠적해버렸으니까. 방송국 들어가고 과생활 접었잖아. 되게 과대표 같은 거 할 거라고 생각을 했나봐. 근데 미련 없다는 듯이 슉 과생활을 접었으니까. 그래서 그런 얘기를 몇 번 듣긴 했었어. '과대 할 줄 알았더니 갑자기 사라졌다. 그래서 어디 갔나 봤더니 방송국 일을 하고 있더라'


따: 방송국은 왜 들어갔어?


쳔: 과 생활이 재미없었어. 막 놀아봤는데, 너무 피상적인 관계들 같았어. 좀 친구를 만들고 싶었어. 대학 친구를. 과 생활에서도 그럴 수는 있는데 나는 마음 맞는 사람을 못 만난 거 같아. 방송국 친구들은 아직까지 친하게 지내는 애들 있거든.



따: 서른이 되는 기분은?
쳔: 너무 좋아. 서른보단 마흔이 좋고. 마흔보단 쉰이 좋고. 쉰보단 육십이 좀 좋고. 칠십은 좀 힘들 거 같다. 육십까진 내 체력이 버텨줄 거 같거든.


별로 2라는 거에, 스물 몇에 가치를 두고 살지 않아 가지고. 그리고 사회생활 하면서 사람 만날 때 20대라고 해서 메리트가 없었기 때문에. 난 늘 나이 많은 사람들 만나니까. 또, 나이를 먹으면서 쌓여가는 것들도 많아지니까.


따: 일하면서 나이 때문에 무시당한 적 있어?

쳔: 기본적으로는 깔려있지. 20대라 좋은 건 체력밖에 없는 거 같은데. 젊음. 내가 근데 그래서 요즘 '내가 지금만 즐길 수 있는 상황을 못 즐기고 있나?'하는 생각을 하긴 해. 지금이 제일 좋을 땐데. 내 인생 가장 젊을 때잖아. ....그래서 디스코 팡팡 탔다가 오십견 온 거 아니야.



서른 조오타~




내집마련의 화신

따: 그럼 너의 20대는 어떻게 흘러간 거 같아?

쳔: 목표를 향해서 항상 달려갔던 느낌? 늘 목표가 있었어. 해야 할 단계들이 있었어. 대학 다닐 때는 성적을 어느 정도 받아야 하고, 그다음엔 취업이라는 목표가 있었고, 취업하고 나서도 조직에 적응을 잘해야 한다는 목표, 기사를 잘 써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지. 난 늘 뭔가 목표가 없으면 좀 방향성을 잃은 느낌이어서. 일부러 뭐라도 찾는 거 같아.


따: 지금은 뭐야 그러면?


쳔: 내 집 마련


따: 너 너무 한국 현대인의 초상?


쳔: 그럼~ 나의 안정적인 보금자리.


따: 확실히 태스크가 있는 게 편안한 사람인 듯?


쳔: 응.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거 같아. 열심히 여행 다닐 때도, '목표를 찾아내는 것'이 목표였던 거지. 그땐 방황하는 게 목표였어. '혼자 생각하는 시간 갖기'가 목표.



따: 20대 초반에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은 뭔 거 같아?

쳔: 힘들다...? 걍 딱히 크게 힘든 건 없었는데, 크게 안 힘들 것도 없었던 거 같아. 학교 다니는 것도 힘들고, 방송국 하는 것도 힘들고, 알바하는 것도 힘들고. 고시원 사는 것도 힘들고. 많이 힘들었던 거 같아. 20대 초반에 그렇게 행복하진 않았어. 우울했던 시기였던 거 같아. 크게 즐겁지 않았다. 물론 세세하게 따져보면 즐거웠던 것도 있겠지만, 돌이켜보면 전반적인 나의 인상은 힘들었던 거 같다.



따: 10, 20대 때 부러웠던 사람이나 그 사람의 특징은?

쳔: 늘 시기마다 부러운 사람은 있었던 것 같아. 10대 후반에는 전교 1등이라든지, 교우관계가 좋은 친구라든지. 그런 친구들이 부러웠던 거 같아. 그리고 대학교 들어와서는 8학군 출신에 없이 자라지 않아서 모든 걸 갖췄는데, 인성에다 외모까지 갖춘 그런 친구들이 또 부러웠던 거 같아. 근데 또 엄청 부럽진 않았어. 엄청 막 시기 질투하고 그러진 않았어.


그냥 와아아아 부럽다. 하고. 나는 어쩔 수 없지. 그건 다음 생에 하지 뭐. 자기 객관화가 빨라. 그리고, 힘들어해봤자 나아질 게 없으니까. 난 난데. 우짤? 뭐, 엄마 아빠 바꿔? 싹 다 성형해? 다시 어떻게 중학교 때로 돌아가서 뭘 할 수 없잖아. 이게 살아온 난데.



따: 없으면 넘어가도 되는데, 20대 때 너에게 가장 큰 결핍은 뭐였던 거 같아?

쳔: 집. 내 공간. 그게 되게 컸어. 친구를 초대하지 못하는. 나의 공간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을 초대하거나 내 공간으로서의 안정감을 느끼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었어. 그게 생각보다 컸던 것 같아. 나의 삶에 있어서. 공간이 주는 안정감. 쉴 곳이 없는 느낌이었어.


학교 다니고, 동아리 하고 나서도 자러 와야 할 거 아니야, 집에. 근데 집에서도 편하게 쉬질 못하니까. 그래서 약간 늘 붕- 떠 있는 느낌. 남의 집을 항상 전전하고 다녔어. 친구 집이든 당시 남자친구 집이든. 내 집이 편안하다고 느낀 적이 없는 거 같아. 그 공간이 주는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약간 집에 집착하는 거 같아.


공교롭게도, 또 부동산팀에 와서 집착이 강화되어 버린. 화신이 되어버린. 내 집!! (으으으!)

따:ㅋㅋㅋㅋㅋ 내 공간이 없다는 사실이 제일 서러웠던 순간 있어?

쳔: 술을 동아리에서 엄청 많이 먹은 날이 있었는데 선배가 꽐라가 된 거야. 근데 내가 살던 고시원이 학교 근처였어. 그래서 데려다 재웠어, 여자 선배를. 어쨌든 난 호의를 베푼 거지. 근데 다음날 방을 보고 깜짝 놀라더라고. 뭐 그렇게 막 무례하게 군 건 아닌데 진심으로 깜짝 놀라더라고. 그날 집 치우지도 않았고.

그러니까, 사실 그전까진 나는 남의 시선에는 나는 관심이 없었나 봐. 내게는 나름 아늑한 방이었거든. 근데 그날, 다른 사람들 보기엔 안 그렇구나-라는 걸 새삼 깨달았지. 발상의 전환.


따: 난... 맨날 술 먹고 거기서 잘 잤는데...


쳔: 난 다 너처럼 별 상관없는 줄 알았지ㅋㅋㅋㅋ


따: 근데 누가 그렇게 악의 없이 진심으로 놀라면 나도 당황할 듯.


쳔: 그니까. 이게 누군가에겐 깜짝 놀랄 일이구나? 그런 느낌이 확 들었지.


따: 그 결핍을 어떻게 채우면서 살 것 같아?


쳔: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열심히 살 것 같아. 완전한 해소 = 내 집 마련이겠지? 내가 원하는 곳에 내 집 얻는 거. 공간에 대한 갈망이 생긴 이후로, 내 첫 번째 목표는 친구들과 떠들 수 있는 내 방을 갖는 거였어. 그래서 원룸을 갔고. 그다음은 침대가 분리되는 방. 그래서 1.5룸인 지금 집으로 이사를 왔고. 그다음 목표가 또 있겠지. 방을 한 칸 늘린다든지.


따: 그럼 지금은? 다음 집은 뭐는 갖춰지면 좋겠어?


쳔: 업무 공간의 분리가 있었으면 좋겠긴 해. 서재라든지? 근데 이번에 집 옮길 때, 침실이랑 거실이 분리되는 게 제일 중요했어 가지고. 일단 지금은 다음 목표를 생각하기보다는 만족이 더 큰 상태야.



다방에 집 많던데 내 집은 어딨냐




고민은 없고 추억은 있다

따: 요즘 최대 고민은 뭐야?

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될까. 크게는 그렇지. 이렇게 그냥 흘러가듯 살면 되는 것인가. 관계도 그렇고.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기 위한 관계를 가져야 하는가도 그렇고. 진짜 결혼을 하긴 할 것인가. 하고는 싶은가. 안 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게, 결혼을 안 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내 집을 더 갖고 싶은 것 같아. 나 혼자 살 거면 더 안정적이고 공고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랑 같이 인생을 꾸려나갈 사람이 있으면 굳이 집에 그렇게까지 집착할 필요는 없겠지? 빌라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같이 재밌게 살면 되니까. 근데 지금은 안 하겠다는 생각이니까. 전반적으로 '나 혼자 이 삶을 잘 꾸려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하고 있는 거 같아. 그러면 집이 해결돼야 뭘 하니까.


결혼에 대한 생각도 덮어두고는 있기는 하지만. 혹시 할 생각이 있다면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아도 되는 건가 싶어. 이제 세월이 흐르니까. 진짜 애를 안 낳을 건가. 지금은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상태잖아, '안 할 거야!'라고 정한 게 아니라. '아직은 모르겠네'로 덮어둔 상태니까. 근데 이러다 '때'라는 걸 놓쳐버리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 사실 별 고민 없어.



따: 그 일은 계속 할 거 같아? 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쳔: 일에 스트레스받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이 일을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지만, 어찌 되든 일이 내 전부이지 않은 삶을 살고 싶어. 일은 힘드니까. 기본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이니까.


따: 그럼 뭐가 널 채우면 좋겠어?

쳔: 내 삶이 채웠으면 좋겠는데. 나를 위해 쓰는 시간들. 근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일 수도 있고. 나를 위해 진짜 뭐 취미 생활이나. 뭔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시간을 보내거나. 근데 지금은 내가 이 일을 막 좋아해서 한다는 느낌은 아니거든. 내가 충족감을 느끼는 시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따: 취미 있어?

쳔: 취미? 취미가 뭘까? 취미라는 건 내가 여가시간을 보내는 걸까? 내가 즐겨하는 무언간가?


따: 나도 사실 취미가 없어서 모르겠.. 미안ㅋㅋㅋㅋ 음, 아니면 네가 말한 것처럼 네가 충족감을 느끼는 시간들?


쳔: 사람들 만나서 얘기하는 거 좋아하는 거 같아.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영상 또 보기. 좋아하는 거 계속 보는 거. (광기 어린 눈) 요즘엔 고독한 미식가. 그거 틀어놓고 편안하게 있는 거. "아, 저거 또 먹는다" 이러면서. 내가 새로운 자극을 받지 않는 영상들을 보면서 편안하게 있는 거? 고로상과 함께 하거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따: 20대의 장소를 하나 꼽으라면?

쳔: 회기? (전 애인 집) 제2의 집이었지. 되게 많이 시간을 보낸 장소기도 하고. 안암보다는 회기가 나한테 주는 느낌이 더 많지. 산책도 하고. 오히려 안암은 내가 다니는 학교니까. 나만의 장소 이런 느낌은 아닌데, 추억이 더 많은 장소는 회기.



따: 살면서 돌아가서 그날의 결정을 바꾸고 싶은 하루가 있어?
쳔: (한참 고민) 없어. 그때 그때의 선택들이 쌓여서 지금이 있으니까. 별로 그때 돌아가서 바꾸고 그러고 싶진 않아.



따: 그럼, 살면서 돌아가서 다시 눈 떴는데 그날 아침이야. 그래서 다시 즐기고 싶은 하루는 있을까?

쳔: 있지. 아, 이거 약간 비방용인데. 첫 경험 다음 날. 피크닉을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날도 참 좋고, 많은 추억을 쌓았었지(아련). 그 하루의 기분과 그런 것들이... 남아있는 인상이 좋은 거 같아.


따: 아, 너 진짜 최고다. 니 대답이 제일 재밌음.


쳔: 이건... 잘 숨겨서 써줘.


따: 포장할 방법을 찾아볼겤ㅋㅋㅋㅋ 근데 솔직히 뭐, 다들 공감하지 않을까?


쳔: ㅈ같았을 수도 있잖아.


따: (아, 나네?)


쳔:ㅋㅋㅋㅋㅋㅋㅋ



따: 70살의 너는 어떤 장면 속에 있을까?
쳔: 70살의 나는... 꾸준히 동생을 만나러 가고 있겠지? 뭔가 같이 살진 않을 거 같고. 뭔가 나를 돌보면서, 동생도 돌보면서, 그런 삶을 살고 있겠지.




야 우리 피부 뽀얀 것 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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