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록스 Phlox
지난여름에 내가 매일 몇 번이고 다니는 길목에 낯선 꽃이 피어있었다. 그날도 다음날도 계속 날씨가 아주 많이 뜨거웠는데, 이 꽃은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색으로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오늘도 안녕? 오늘도 안녕? 나는 이렇게 인사하며, 뜨거운 날들을 ‘이 친구가 거기 있는 것’에 의지하며 지냈었다. “네 색깔 좋아좋아. 아주 짱짱해! 네 색덕분에 내가 힘난다. 땡큐“ 이런 대화들을 나누다보니, 하루하루 여름이 흘렀다. 한결같은 대상이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인지 이때 알았다.
이제는 너의 이름을 알아야겠다 싶어서 찾아봤는데, 처음 듣는 이름이라 며칠을 불러주고서야 외울 수 있었다. 그리고 가을이 되자 내 친구 플록스가 흰꽃을 피워내니, 나에게도 이제 진자주색보다 흰색이 더 위로가 되어 또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