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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날 May 10. 2024

네 이상형이 마음에 들지 않아

좋아하는 게임 유튜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네 눈에

하트가 50개는 들어있더라

그런데 나는 그게 공감이 안 돼서 난감했어


네가 6살 일 때,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다고 주장할 때도

비도 안 오는데 레인 부츠를 신겠다고 할 때도

너는 나에게 귀엽게만 보였고

뒤죽박죽인 네 취향이 나는 재미있었어


오늘 아침에도,

학교에서 소풍을 가는 날인데

그저 앞주머니가 있다는 이유로

나에게는 '칙칙해 보이는' 옷을 골라 입고 나간

너의 선택이 나는 괜찮아

오늘은 왠지 실용주의이고 싶은 날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왜 이 주제는 나에게 여엉 불편한 걸까

네가 결혼 상대를 데려온 것도 아니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내가 결혼할 사람도 아닌데

이번에는 내 마음이 불편해

아마도 지금부터는 '진짜'라고 여겨져서 그런가 봐..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고는 있어

나도 그랬거든

연애할 때 내 엄마의 취향은 안중에도 없었어

그때, 엄마 마음도 불편했으려나..

내가 누굴 만나든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견 없이

늘 환영해 주던 엄마의 속을 이제 와서 되돌아보게 되네..


나는 있잖아.

'선을 지키는, 품위 있는 엄마'이고 싶어

그래서 우리에게는 안전거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단히 떠올려보려고

아 그래서 말인데, 얼마 전에 네가 한 말이 나에게는 효과가 있어

"우리 딸 아빠랑 결혼할 거지?"라고 여전히 질척거리는 딸바보 아빠에게 네가 야몰딱지게 했던 말  

"아빠는 내 취향이 아니야"


우린 서로 다른 존재니까

각자 자신의 영역을 그렇게 구축해 나가 보자

그날 깜짝 놀라며 타격을 입은 '내 취향인' 남자는 내가 잘 다독여볼게

오늘도 사랑해. 우리 딸.

 






 

*)그림출처: Breathe, ISSUE 15, 틔움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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