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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날 Jan 11. 2024

약속된 시간이 왔어요

글을 마치며

작년 말에 브런치북 응모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었다. 나에게 목표가 한 가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응모 마감일이 딱 2주 남은 시점이었고, 나는 공식적인 글을 써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은 당치도 않는 시도였다. 그래도 나는 2주간 정말 열심히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수정하기를 반복했었다.  


겨우겨우 최소 분량을 채울 때쯤에는 손가락 마디가 아파왔다. 마흔이 넘어서 눈이 침침해지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지만, 키보드는 최근 10년간 그 정도로 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마흔 넘은 사무직의 직업병'을 그때 간접 경험해 보았다. 한마디로 나는 '자신만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기염을 토했었다.


물론 나는 사람이고, 브런치북에 당선되는 것은 '사람이 바늘구멍으로 들어갈 만큼' 확률이 낮기 때문에 결과는 낙방이었다. 그런데, 왜 나는 그토록 필사적으로 노력했을까. 거기서 끝내지 않고, 그 뒤로 연재까지 걸어놓고 계속 글쓰기를 연습하고 싶은 이유는 뭘까? 그것도 흔하고 흔한 '육아'라는 주제로.



이게 결국 내 얘기가 아니겠나
이게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가 아니겠나



요즘 유행하는 용어로 나는 INFP 성향을 타고났다. 그래서 사람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특히 사람을 깊이 탐구하고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그것을 주변과 나누면 즐겁다. 심지어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글이든 그림이든 무엇인가로 표현을 해야 안정감이 느껴진다. 내가 가진 느낌이나 생각을 잘 정리해서 표현했을 때의 기분을 굳이 표현하자면, 맥주를 땄을 때 탄산이 파-악! 하고 빠져나오면서 맥주가 안정을 찾아가는 것과 같달까? 내 속의 느낌이 전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 =)


이러니, 새로운 생명체이자 살아있는 교과서인 아이들의 이야기며, 그 존재를 키워내는 엄마들의 이야기가 나에게 얼마나 흥미로운지 모르겠다. 그런 일상을 매일 살면서, 나는 내 안에 느껴지는 것들을 표현하고 싶고, 정리하고 싶다. 그것이 주변에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육아에서 중요한 것은 방법론이 아니더라



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데, 아직 내 글이 서투니 나는 앞으로도 계속 글쓰기를 연습해 볼 계획이다. 그런데 초등학생인 첫째가 겨울방학을 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통에 잠시 글쓰기를 쉬는 게 좋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마침 이번이 연재 마지막 회이니, 잠깐 쉬기에도 딱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예전의 나라면 그랬을 것 같다. 그때는 육아를 하며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장 우위에 두기도 했고, 아이가 그것을 가장 바랬으니까. 그런데, 그렇게도 해봤더니 결국 '엄마에게 필요한 시간을 아이에게 내어주는 것이 아이에게 좋은 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느낌이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해야 안정감을 느끼는 성향이기 때문에, 이렇게 글을 쓰고 나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오히려 찰져진다. 집중할 수 있달까? 생각의 공회전이 멈춰지고, 좀 더 맑아진 정신으로 아이의 눈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런 엄마의 글쓰기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이도 최근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가 직접 쓴 소설이며 시를 반짝이는 눈으로 나에게 보여줄 때,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나도 같이 그 이야기에 호응하게 된다. 나도 브런치북에 응모한 이야기며, 낙방했을 때는 어떤 기분인지, 매주 어떤 이야기를 쓰는지 아이들에게 생생하게 나누고 있는데, 이렇게 같은 것을 나누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까. 얼마나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서.



나는 그냥 보통 엄마



그래서 한주에 한 번, 이번 겨울방학 동안에 아이와 '작가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어디든 좋은 곳에서 아이와 내가 나란히 앉아서 각자 자신의 글을 써보는 시간을 가져볼 참이다. 나의 글은 '일하는 보통 엄마의 이야기'이고, 아이의 글은 연애 소설이란다. 등장인물은 세명이라는데, 한 명은 글쎄 철벽남이라는 설정이다. 아무래도 아이의 글이 더 재미있을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나도 나의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련다.  


아침에는 분주하게 아이들을 등교, 등원시키고, 퇴근길이 늦어지면 괜스레 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보통 엄마의 이야기.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는 '만나면 잘해 줘야지' 하다가도, 말도 안 되는 일들로 아이들이 짜증을 내거나 칭얼거리거나 떼를 부리면 나도 같이 짜증도 나고 화도 나는 ‘보통 이야기’는 다른 연재로 이어갈 계획이다.


이제 곧 아이와 약속한 하원 시간 4시가 다가오는데, 나의 퇴근시간이기도 한 4시가 되면, 내 입에서는 H.O.T의 '행복'이 절로 흘러나온다. 이 얘기를 적으니 내가 너무 옛날 사람 같단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쩌겠나 옛날 사람인 것을. 혹시나 같은 옛날 사람이 있다면, 웃어주시겠지요. 함께 해준 그대에게 행복을!


저는 그럼 이만 아이 하원시키러 갈게요.

지금까지 저의 서툰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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