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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날 Jan 24. 2024

자꾸 골이 난다면

 < 미움 >에 대하여 

최근 며칠 동안 나는 골이 나 있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나는 사실 속상했다. 슬프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내 마음을 내가 잘 알아채지 못했더니, 나는 나에게 골이 나버렸다.



흥!


나는 속상하고 슬플 때, 습관적으로 그 느낌을 모르는 척한다. 모르는 척이라는 것은 다시 말하면 이런 것들인데, 나는 슬픔이 찾아오면 자동 반사적으로 이것들을 실행하곤 한다.


이 정도로는 기분 상하지 않기로 하기

기분이 좋아지는 생각하기

기분이 좋아지는 행동하기

상황이 나아지게 할 궁리하기

그걸 행동으로 옮기기


얼핏 보면 슬픈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이것들은 사실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아무리 이렇게 한다 한들 슬픈 나는 여전히 '내가 알아주길 바라며'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위에 적은 것들을 '모르는 척'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내가 슬프지만, 슬픔을 작게 만들며 '슬프지 않은 척'을 하면, 가족들의 여러 가지 행동들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지나치던 가족들의 행동이 가시처럼 내 눈과 마음에 들어와 박힌다.' 왜 저런 것들을 제대로 못하는가!' 싶어 진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바로 이 말은 내가 나 자신에게 하고 있는 말이다.



왜 너는 그것도 제대로 못하니?!



그렇잖아도 요즘, 내가 일을 잘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속상하고 슬픈데, 내가 나에게 이렇게 탓을 하고 있으니 내가 나에게 얼마나 화가 났나 모른다. 골이 날 만도 하지! 골이 날 만도 하다.. 이럴 때는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것보다 '차라리' 슬픈 게 나은 것 같다. 그럼 자기 자신을 위로라도 하니까..


내가 '골이 났을 때'와 '슬플 때'를 떠올려보면, 놀랍게도 가족에게 하는 행동도 달라진다. 전자일 때는 가족도 나처럼 슬픔을 빨리 털고 일어나길 기대하거나, 슬퍼만 하고 있는 가족이 못마땅하다. 그런데 후자일 때는 슬픈 나도 측은하고, 힘들거나 슬픈 가족도 측은해진다. 위로도 해주고 싶고..



못할 수도 있지..
못하는 게 죄인가..
나도 잘하고 싶다 뭐..


내가 '슬픔'을 모르는 척하지 않고, 슬픈 나를 그냥 있는 그대로 느끼고 있다 보면 이런 말들이 떠오른다. 그러고 나서도 좀 더 내가 슬퍼할 수 있게 놔두다 보면, 내 안에서 슬금슬금 힘이 솟는다. 다시 움직여볼까...? 하는 밝은 힘! 이런 힘이 느껴질 때면 나는 나 자신이 그렇게 대견하다. 안정감도 느껴지고..


엄마들이 일을 하며 이런 기분이 느껴질 때가 어디 한두 번일까. 어쩌면 우리는 매 순간 나의 한계를 만나고 있지 않을까? 나의 한계치와 만나는 순간에 우리는 우리의 '슬픔, 씁쓸함, 속상함, 막막함, 참담함... 등'을 어떻게 대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것들을 모르는 척하고 있다면,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데 그게 나의 상태를 알아차리게 되는 신호가 될 수도 있겠다. 



엄마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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