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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날 Dec 28. 2023

엄마의 송년 인사

올해 저는 새로운 분야에서 몇 가지 시도와 도전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참담하고 좌절스러운 결과도 맛보아야 했고요.


신기하게 아이들은 엄마가 기쁘면 함께 기뻐하더라고요. 반대로 엄마가 울면, 곁에 있다가 같이 울어요. 순수해서 인 것 같아요. 그러니 저는 일하며 시도한 여러 가지 도전들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모르는 척하지도, 멋진 것으로 포장하지도, 그것에 매몰되어 있지도 않았습니다. 노력한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것에 슬픈 나도 느끼며, 그럼에도 내년에는 또다시 시도하고 노력하려는 나에게 미소도 날려주고 있어요. 엄지 척도 날려주고요. 이렇게 소화하는데 시간이 필요했지만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에게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묻고 싶어져요.



얘들아, 너희는 올해 무엇을 시도했니?
무엇을 위해 노력했니?



엄마인 나도 좌절을 겪어 슬프기도 했으니, 아이들이 도전한 것의 결과에 대해서는 섣부르게 언급하진 못하겠어요. 다만, 아이들이 새롭게 시도하고 노력한 것이 있다면, 이 얘기는 해주고 싶어요.



잘했다. 도전했다니 엄마도 기뻐!
올 한 해, 큰 힘을 썼네?
마지막 며칠은 충분히 쉬자!



도전을 했으니, 좌절도 있겠죠.. 좌절은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너무 빨리 없애려고 하진 않아도 괜찮아요. 슬픈 게 당연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그저 그 상태에 있다 보면 스르륵 힘이 생기거든요. 회복되는 힘이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기대한 만큼 이뤄지지 않아서 속상한 건 당연해..'라고 말로 위로해도 좋지만, 그저 그 마음으로 아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요.



조금 더 공부해 봐야겠어!



슬픔이 자연스럽게 사그라질 때쯤에, 드디어 이 말이 나옵니다. 저는 그렇더라고요. 포기할 것인가?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질문에서 Go! 를 선택하려면, 다음에는 실패하지 않을 방법을 연구해야죠. 뭐.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주변에 만 2살 아이가 살고 있는데, 그 아이도 그러더라고요. 그 아이가 오래 기다려서 얻어낸 막대 사탕을 먹다가 땅에 떨어뜨렸어요. 아이는 엉엉엉 울었지요. 당연히 슬프죠, 얼마나 슬프겠어요. 그러니 최대한 쏟아내고 울다가, 울음을 뚝 그치더니 그러는 거예요.



엄마, 또 사줘



얼마나 현명해요. 그렇죠? 울음이 잦아들 때즘에,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해결방법을 스스로 찾아내더라고요. 저는 그 장면을 보며 아이가 무척 대견했어요. 그리고, 그 아이가 울도록 품을 내어준 엄마에게 마음속으로 엄지를 치켜들었고요. 나도 아이들이 슬플 때 저렇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죠.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은 이때쯤엔 마무리를 하고 싶어 져요. 저는 비록 일에서는 좌절을 경험했지만, 그것을 소화시키며 나와의 돈독함을 얻었고 저는 한층 풍요로워졌습니다. 이 풍요로운 힘으로 내년에 또다시 일하고, 도전할 거예요. 이 돈독한 마음과 만난 것이 올해 제가 수확한 열매이고요. 그것을 꼭 쥐는 느낌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려보았는데, 어때요?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성취를 손에 꼭 쥐어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자니, 아이들이 이룬 작은 성취들도 발견되고 귀하게 여겨지는 효과도 있어요. 같이 풍요로워지니까 좋아요.



올해, 노력한 게 있으세요?
충분해요!



small but g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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