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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날 Mar 17. 2024

개망초가 부러웠다.

작년 어느 날 아이들이 놀고 있는 놀이터 한편에서, 개망초가 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주위 상황에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모든 꽃잎을 꽉 닫고 쉬는 꽃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좋아 보였다. 그 당시 나는 무척 지쳐있었고, 그럼에도 쉴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나 보다.



개망초야, 그 시끄러운 곳에서 자고 있는 네가 무척 멋져 보였어



상황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면야, 나도 어디서 북스테이도 하고 멍스테이도 했겠지. 하지만 일상을 벗어나는 게 불가능했으니, 나는 꽃에게 마저 부러움을 느꼈다. 북적거리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 잠시 자투리 짬을 발견하곤, 개망초를 따라 해 보기로 결심할 만큼. 당시 ‘휴식과 자기 돌봄’에 대한 나의 절실함은 처절했다.


집에서 고요한 때를 찾은 뒤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 앉고, 두 눈을 감은 채로 '쉬고 있는 개망초'를 떠올려보았다. 나도 개망초가 되어 꽃잎을 모두 닫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리고 내가 지금 '얼마나 난감하고, 얼마나 애쓰는지, 그리고 원하는 대로 쉬지 못해서 얼마나 좌절스러운지 등등' 나의 마음에 머물러보려 했다.


나는 ‘이 시간만큼은’ 외부로 향한 나의 모든 감각을 꽉 닫고 나에게만 집중하고 싶었다. 그때 감사하게도 나에게 휴식이 찾아왔다. 나의 한정된 노동력을 어느 곳에 어떻게 쓰면 좋겠고, 어떤 역할에 대해서는 포기도 해야겠다는 판단이 서기 시작했다. 나는 마치 충전선에 꼽힌 핸드폰처럼 다시 채워지고 있었는데, 그건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서였다.


그때 나에게 떠오르는 느낌은 ‘순간은 분홍, 순간은 하늘, 순간은 금빛, 순간은 은빛’이었다.

그러다 붉은 생기가 탱글 느껴지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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