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이런 정신머리로

by 하늘빛바다

오늘이..... 방학 중 근무일이었다.

2월 5일은 머릿속에 명확히 박혀있는데 어째서 목요일이 아닌 금요일로 기억되어 있었던 걸까?

아침 알람을 듣고 일어났다가 아이의 "엄마, 알람 끄고 와."라는 말에 다시 방으로 들어가 누워 잠시 깜박 졸다 깨어 시계를 보니 오전 8시 45분. 유치원 셔틀 기사님께 개별등원 메시지를 보내고 달력을 보는데...

5라는 숫자가 눈에 확 박혀버린다. '5일... 5일이 근무일인데... 헉...'

혹시나 해서 학교에 전화를 걸어 실무사님께 근무일임을 확인하고.....

무언가 급박한 상황임을 인지한 큰 아이는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며 나를 안심시켰고,

난 후다닥 옷을 입고 작은 아이를 챙겨 집을 나섰다. 하필 또 차는 저 멀리 다른 동 앞에 있었다.

유치원에 아이를 거의 던져 놓다시피 하고 정신없이 학교로 향했다.

씻지도 못하고 출근이라니... 이전의 나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제 갑작스레 머리를 자른 스스로에게, 샘플로 챙긴 톤업크림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근무일을 착각한 나를 계속해 자책하며 나름 거친 운전으로 학교에 도착했다.


본 교무실에 올라가니 공사 중이라 별관 학생부실에서 근무한다는 안내문을 보고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학생부실 문을 여니 교감선생님 머리꼭지가 보였다. 속으로 큰 숨을 한번 들이쉬고는...

" 늦어서 죄송합니다. "라는 나의 말에

" 깜짝 놀라셨죠? "라고 대답해 주시는 교감 선생님.

그 말이 한껏 상기된 나를 안정시켜 주었다.

복직 관련 전화를 했을 때부터 느낀 거지만 교감선생님은 정말 나이스한 분이셨다.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관리자.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는 교감선생님 덕분에 편안하게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며칠 전 교무부장님이 말씀하신 문서를 처리하고 메시지를 확인하고 한숨 돌리는 차에 교무부장님이 학교에 오셨다. 나를 보시더니 더 마른 것 같다고... 그 뒤에 덧붙는 교감선생님 말씀. 육아가 더 어려워...

방학중 아이가 독감으로 아팠고 그래서 계획된 여행도 못 가고 이런저런 일상을 공유했다.


학교가 나에게 아주 잘 맞는 공간은 아니었지만 복직 후 가장 크게 느낀 건,

나의 시선을 옮기고, 스스로를 환기하고, 나의 빛을 낼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육아 번아웃 때문에 교사도 그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나의 온몸을 지배했지만,

결국 나에게 필요했던 건 또 다른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

근무일조차 착각한 내가 과연 올해 나에게 맡겨질 일을 제대로 해낼 수 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정신머리로 뭘 할 수나 있으려는지,,, 나이가 든다는 게 이런 건가,,, 싶은 생각과 함께 어쩌면 조금 과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쓸모가 없어진다라는 말의 무게를 처음으로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 되었든 난 2026년을 교사로서 또 두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가야 한다.

솔직히 조금은 겁이 나기도 한다.

잘 해낼 수 있을지, 그냥 보통이나 할 수 있을지 아니 잘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저 날 믿고 가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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