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핸들을 누가 잡고 있었나

과거의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든다

by 홍시

지금의 인생이 후회된다면, 나의 선택을 뒤돌아보자. 내 인생의 책임은 오롯이 나의 몫이니.


매일 우리는 선택을 한다. 아침식사로 무엇을 먹을까?부터 시작해서 어떤 옷을 입을지, 누구를 만날지, 어떤 일을 할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이 결과를 만들고, 또 다른 선택을 하고, 그것들이 이어져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런데 그 선택들은 과연 내가 한 것일까?


학창 시절은 부모가 주로 인생의 핸들을 쥐고 있었다. 많은 선택권을 부모에게 위임했고, 어린 나는 여러모로 부모보다 모자랐다. 부모가 가는 대로 따라가야 했고, 어디로 가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궁금하지도 않았다. 부모가 어련히 알아서 좋은 곳으로 데리고 가겠지라는 기대감과 신뢰가 있었을 테다.


몸으로 움직이는 놀이를 엉덩이를 붙이고 하는 공부보다 훨씬 좋아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좋아하는 것보다는 부모나 선생님이 더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하기 위해 몸으로 움직이는 놀이를 줄이고 줄였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난 이미 몸으로 움직이는 즐거움은 잊었다. 내 앞에는 ‘시험’, ‘수능’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고, 그 앞에서 선택을 주저하는 일은 없었다.


우린 질문하는 법을 몰랐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친구들끼리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린 질문하는 법을 몰랐다. 진로에 대한 이야기는 성적에 맞추어 어느 대학교, 어느 학과에 가는 것이 합격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질문조차도 하지 않았다. 나의 성적을 보고, 대학교와 학과를 추천했다. 추천이라고 표현했지만 나에겐 다른 선택지를 찾을만한 의지도 노력도 없었다. 평범한 학생이었던 나는, 나의 진로를 선생님에게 맡기는 것이 당연했다. 나에게 그 흔한 질문, ‘너는 무엇을 공부하고 싶니?’ ‘너는 무엇이 되고 싶니?’ ‘어떤 학과를 가고 싶니?’도 하지 못했다.


선생님의 선택은 대학 합격에 대해서는 확실했고, 덕분에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한 번에 합격 하는 영광(?)을 얻었다. 부모님은 나의 대학 합격을 자랑스러워했고, 한동안 합격의 기쁨으로 늘 찡그려져 있던 눈썹이 활짝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기쁨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언젠가는 멈추어서 스스로 물어야 한다


자신의 인생이지만, 인생의 핸들을 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부모가 대신 내 인생을 살아주지 않는다. 선생님은 나에게 먼저 살아본 선배로서 조언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의 핸들을 적정한 시기에 내가 쥐지 않으면 진정 내가 원하는 곳으로 향하기 어렵다. 언젠가는 멈추어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이곳이 맞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적성과는 전혀 거리가 먼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취업도 자격증을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했다. 그것이 가장 수월했다. 교사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성실해서 직장에선 제법 인정도 받았다. 동료들에게 "내 길이 아닌 것 같아요"라며 푸념해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넌 정말 좋은 교사야"라며 나를 독려했다.


함께하는 동료들을 의지해서 나의 선택을 신뢰했다. 주변인들이 인정하는데, 그거면 되는 거 아닌가! 사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경험의 폭이 적었기에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많았다. 사람들의 말은 모두 논리적으로 타당했다. 적성에는 맞지 않지만,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좋아서 시작하는 일도 힘든 일은 있기 마련이다. 적성 운운하는 것은 어른답지 못해 보였다. 인내하고, 참아내서,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인생의 전반기를 다시 되돌아보면서 40대인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바라본다. 무엇이 두려워서 많은 선택권을 내가 아닌 타인에게 주었을까. 나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시간이었다. 계속 배워야 했고, 경험을 쌓아야 했고, 성장 과정 속에서 나는 타인의 말을 듣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작 내 마음 안에서 어떤 말을 하는지 듣는 법을 몰랐다.


그렇게 인생은 또 흐른다. 흐르는 대로 내 몸을 실어서 여기까지 왔다. 특별히 모난 것도 없이, 둥글둥글한 삶이었다. 이런 삶을 후회한다거나 불행하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 안에서 안정적으로 잘 살아왔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안정만으로 만족되지 않은 삶이라는 정도는 알게 되었다. 도대체 무엇을 원하느냐고 묻는다면, 그저 ‘나는 나이고 싶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나를 찾아 인생의 핸들을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 마음의 소리를 쫓아보는 삶을 선택할 것이다. 아직은 작고 여려서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듯 한 작은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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