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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시 May 17. 2021

글을 쓰면서 10kg이 빠졌다

글쓰는 일상은 몸을 변화시킨다

무식하게 굶는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해본 적이 2~3번 있다. 일주일 단식원에 들어가 몸을 비우겠다며 시도한 단식과 대학생 때 좀 더 날씬한 몸이 갖고 싶어 일주일을 물만 먹는 단식이었다. 단식원에서는 단식을 하면서도 소금과 당분이 섞인 산야초액을 수시로 먹어줬기에 딱히 먹고 싶은 욕구는 없었다. 하지만 혼자 하는 단식에서 나는 버스 정거장의 작은 상점에서 초코바 하나를 사 먹으며 배고픈 허기를 달랬다. 이런 식의 다이어트는 분명 효과는 있다.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로 얼굴살이 빠졌으니까! 그러나, 단식이 끝나고 일주일도 아닌, 2~3일만 지나면 억눌렀던 식욕이 폭발해 몸무게는 단식 이전보다 더 늘어난다. 그런 과정을 2번 겪으면서 앞으로 이런 다이어트는 절대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몸은 일상의 결과물이다. 단시간의 이벤트로 몸이 급변하는 기적을 보지만, 이벤트가 일상이 될 수는 없다. 특별한 이벤트 때문에 몸은 위기의식을 느껴 오히려 먹는 것에 비해 잘 찌는 체질을 만든다. 시중에 다이어트 식단이 판을 치고, 홍보하고, 광고하지만 이전에 뼈저리게 경험했던 몸은 그러한 식단으로 10년을 살 자신이 없으면 시작도 하지 말라고 한다.


내 신체 치수를 공개하자면 현재는 162cm에 53kg이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음주문화에 흠뻑 빠져 60kg이 넘었고, 임신과 출산을 제외하면 63kg을 유지했다. 이 정도면 날씬하지도 않고, 뚱뚱하지도 않다. 그냥 별 말을 듣지 않는 체형이다. 살아가는 데 불편함만 없으면 족하는 몸, 딱 그 정도였다. 그럼에도 미디어 매체를 무심코 보다 보면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내 뱃살과 허벅지가 한탄스럽기도 하다. 꿋꿋하게 내 몸을 긍정하겠노라며 미디어 매체를 멀리하는 소극적인 선택을 했다. 




의도적으로 다이어트를 한 것은 아니다. 일하던 직장을 퇴사하고, 나를 돌보겠다며 시작한 '글쓰기'. 그 시간이 벌써 2년이 지났다. 횟수로 치면 3년 차다. 시간도, 공간도, 사람도 잊게 만들었던 글쓰기는 나에게는 또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이었다. 평생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최고의 성공이라 믿었던 평범한 소시민이 일탈을 한 것이다. 


직장 없이 남편의 벌이에 기대어 사는 삶이 두려웠고,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틈만 나는 대로 부업을 찾았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직장인이었던 만큼 벌이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돈이 적게 벌릴수록 더 글쓰기에 매진하게 되고, 글쓰기에 매진할수록 그토록 목매달았던 '밥벌이'의 무게가 줄어들었다. 

 

'밥벌이'의 무게가 줄어들면서 '식탐'도 줄었다. 먹는 것 자체에 흥미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앉아서 글을 쓰기 편하도록 위를 과다하게 채우는 일은 자제한 것이다. 의도적으로 한 행동은 아니다. 몸이 알아서 그랬다. 더 먹으려고 식탁에 앉아있다 보면 이상하게 입맛이 사라졌다. 소고기나 기름진 부위의 생선회를 먹으려고 기대에 차, 신나게 음식을 먹다가 급체를 했다. 더 이상 내 몸은 기름진 음식을 소화할 수 없었다. 


과자나 빵과 같은 단 음식도 좋아한다. 없어서 못 먹지, 빵순이다. 글을 쓰다 보니 빵은 위를 더부룩하게 만들었다. 빵만 보면 달려들던 빵순이가, 빵 앞에서 겁을 먹는다. 빵을 끊은 것은 아니다. 적당히, 과하지 않게 먹게 되었다.


대부분의 글은 앉아서 쓴다. 요즘은 사무실에서 서서 작업하는 환경도 있다지만. 나는 집, 카페, 도서관의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쓴다.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상체를 꼿꼿이 한다 해도 시간이 흐르면 노트북으로 몸이 접힌다. 배가 부르면 접히는 살 때문에 불편하다. 이런 불편함이 싫은지, 배부른 과식은 피하게 된다. 뱃살을 늘리는 행동도 하지 않는다. 뱃살이란, 하루 일상에서 쓰이지 못한 에너지의 축적이다. 그러니, 더하기 빼기를 생각해 몸이 많이 움직이면 그만큼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면 적게 먹는다. 적게 움직이고, 많이 먹는 행위를 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한 1년동안 몸무게가 10킬로그램이 빠져 있었다. 그 이후는 유지였다. 1년 동안 서서히, 나도 모르게 몸이 변했고, 글쓰기에 편리한(?) 몸이 되었다.


단순히 글을 쓴다고 몸무게가 빠진 것은 아닐 테다. 나에 대한, 나의 내면에 대한, 나를 깊이 알아가는 글쓰기였기 이런 변화가 일어났다. 거짓된 나를 알아채고, 언어를 만들어주고, 벌벌 떨고 있는 나를 껴안아주니, 식욕을 통해 얻으려했던 만족감을 더 이상 찾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점점 사라졌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힘든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느껴질 때마다, 글쓰기에 기대었다. 친구나, 가족이나, 상담사가 아닌, 전적으로 나에게 기대었다. 그러다 보니, 몸은 글쓰기에 최적화될 수 있도록 배치되었다. 나의 글쓰기 일상이 53kg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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