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소에 가면 차가 아니라, 마음이 고쳐지는 것 같아
“아저씨, 며칠 전부터 자동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요.”
“(보닛을 연다, 10분이 지났을까) 다 고쳤어요. 시동 걸어 봐유.”
“(아휴~) 이제 소리가 안 나네.”
“얼마예요?”
“그냥 가유.”
자동차에 필요한 부품을 교체하지 않고, 고칠 수 있는 자신의 노력에는 돈을 받지 않는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지만 그의 선심에는 따스함이 묻어있다.
그가 운영하는 정비소에는 외부가 번뜩이는 새 차와 외제차보다는 오랜 연식의 승용차나 트럭, 작업용 대형차량들이 오고 간다. 대부분은 처음 온 사람들이 아닌, 몇 년 또는 몇십 년 단골들이다. 운전경력이 4년 차에 접어든 나도 단골이다.
평소와 다르게 자동차의 낌새가 이상하다. 정비소에 가야 하는데, 왠지 마음이 부담된다. ‘차에 대해 잘 모른다고 바가지를 씌우는 건 아닐까?’, ‘차가 오래됐는데, 배보다 배꼽이 큰 건 아닐까?’, ‘여자라고 무시하면 어쩌지?’ 이런 고민에 정비소도 가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른다.
10년 된 작은 차를 중고로 구입했다. 새 차랑 다르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교체해야 할 부품들이 많다. 차의 엔진 소리가 영 시원치 않다. 도로에서 갑작스럽게 멈춰버리는 것이 두려워 얼른 정비소를 가야 했다. 난생처음 향하는 정비소를 혼자 갈 자신이 없었다. 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고, 어찌 설명해야 할지 도통 몰랐다. 나보다는 운전경력이 오래된 남편을 데리고 갔다. 내 차의 이상한 증상을 남편이 설명했다. 정비소 아저씨는 설명을 듣고 “정품은 40만 원인데, 중고로 하면 20만 원이면 될 것 같네. 중고로 해도 괜찮아. 좋은 부품 찾아볼게"라고 말한다. 무조건 정품을 권하기보다는 차의 연식에 따라 좋은 중고를 적절히 갈아 끼워 차의 수명과 부품의 수명을 맞추는 것이다. 덕분에 비용 부담이 적어져 한시름 놓는다.
자동차의 큰 부품을 바꿀 때 수리비 안에 공임비도 포함되겠지만, 손님들은 안다. 공임비가 크지 않음을 말이다. 그의 얼굴은 노동으로 흘린 땀이 흐르고, 작업할 때 입는 멜빵바지는 까만 기름때로 얼룩졌다. 처음 보면 거친 외형에 주눅이 들 수도 있다. 내가 그랬다. 왠지 기계를 다루는 남자들은 말이나, 행동이 거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오랜 시간 정비소를 드나들면서 이런 나의 선입견은 사라졌다. 거친 외형과는 달리 자동차에 대해 모든 손님들에게 똑같이 세심하게 설명한다. 또한 정비소를 찾는 서민들의 얇은 지갑을 고려해 적절한 처방도 내린다.
자동차가 아프다고 신호를 보낼 때마다 남편 없이 혼자 맘 편히 정비소를 찾는다. "아저씨, 여기 뒤에 불이 안 들어와요." 작은 전구 교체에 하던 일도 놓고, 달려와서 교체해준다. 나의 든든한 자동차 주치의다. 자동차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여기가 좋을까, 저기가 좋을까' 고민할 필요 없이 곧장 이곳으로 향한다. 혹시나 자동차의 고장 난 부분이 이곳이 아닌, 다른 정비소가 적절하다면 기꺼이 다른 곳을 추천한다. 이런 배려 덕분에 나의 작은 자동차는 오랜 연식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엔진 소리를 내며 고장 없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