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고통, 같은 좌절, 같은 기쁨을 공유하는 처음이라는 선물
“어디까지 하셨어요?‘
“… 처음인데요.”
“저기로 가세요.”
수영장에 들어서자 강습생을 기다리고 있던 강사가 어디까지 배웠는지 물었다. 그 간단한 질문에도 당황이 되었다. 기어가는 모기 목소리로 처음이라고 대답하자 손가락으로 무릎까지 올라오는 유아풀장을 가리켰다. 쭈뼛쭈뼛 엉성한 걸음으로 다섯 발자국 옮기니 나처럼 긴장한 눈빛의 초짜 수영인들이 여섯 명 가량 있었다. 처음 본 사람들이지만 다들 서로의 마음을 안다는 듯, 얼굴을 보고 웃어주었다.
‘당신도 처음이라 떨리죠. 나도 마찬가지에요.’
서로의 동질감을 직감적으로 확인하고 바로 훈련이 시작된다.
“자, 보세요! 발차기는 이렇게 무릎을 굽히지 말고 차세요.”
강사가 시범을 보이면 강습생들이 똑같이 따라했다. 아니 똑같이 따라할 수 없었다. 강사처럼 하고 싶은 마음만 컸지 전혀 같지 않았다. 유아풀장 난간에 앉아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쭉 펴고 위 아래로 움직이는 단순해 보이는 동작을 두세 번 해보니 숨이 찼다. 몇 번 다리를 휘젓다가 멈췄다. 다들 그렇게 숨고르기를 했다. 다른 사람들을 강습하다가 초짜들의 꾀부림을 눈치 챈 강사는 쏜살같이 달려들어 매서운 눈빛으로 “쉬지 말고, 차세요!” 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다시 다리를 움직이다가 또 멈췄다가 강사의 눈치를 봤다가, 또 다시 천근만근 같은 다리를 들어올렸다 내렸다 반복했다.
초짜들이 발차기 훈련을 하는 동안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는 물에서 물개처럼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영화 속 장면을 보는 것처럼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강사는 초짜들을 가슴 높이까지 오는 풀장으로 불러들였다.
“이제부터 여기서 킥판 잡고 발차기 하세요!”
초짜들은 킥판을 잡는 폼도 어설펐다. 앞사람이 킥판을 잡고 발을 차지만 앞으로 나가기는커녕 제자리에서 허우적댔다. 그 꼴이 어찌나 우스운지 차마 대놓고 웃을 수 없어 웃음을 꾹 참느라고 입 주위 근육이 움찔거렸다. 한 사람, 한 사람 따라서 출발하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자신은 없었지만 발차기가 뭐 그리 어려울까 싶었다. 마음을 다잡고 출발!
생각으론 벌써 저만치 앞으로 나가는데 물은 나를 허락하지 않았다. 말의 고삐를 잡은 기수가 말의 기분을 헤아리지 못하고 발로 말의 엉덩이만 쳐대는 것 같았다. 말은 뛰어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풀장의 투명한 물은 나에게 ‘그렇게 힘들여 차봤자 안 돼!’ 라고 말했다. 그럴수록 더 기를 쓰고 힘을 주어 발을 찼다.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들렸다. 더 이상은 글렀다. 발차기를 멈추고 서 버렸다.
악다구니를 다해 한 바퀴를 돌아온 초짜들의 얼굴은 벌개져 있었다. 헐떡거리는 숨소리는 나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그 소리가 너의 것이든 나의 것이든 우리는 같은 고통을 공유했다. 같은 아픔을 겪었다. 같은 좌절을 경험했다. 우린 초짜의 어설픔을 공유한 수영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