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대회에 출전했을까

제대로 승부욕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by 홍시

제대로 승부욕을 발산하고 싶어 검색을 통해서 한 달 뒤에 진행되는 광주전국마스터즈수영대회를 발견했다. 코로나 때문인지 수영 동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수영대회가 많지 않았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안에서 벌어지는 경기면 딱 좋겠다 싶었지만, 아쉽게도 없었다. 지역 경기는 그 지역에서만 다니는 수영인들로 제한되어 있어서 내가 원한다고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그냥 하자 싶었다. 기다린다면 머릿속 생각은 미뤄야 하는 이유를 재빠르게 준비할 것이었다. ‘생각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은데, 창피하지 않겠어.’ ‘배영 스타트도 할 줄 모르고, 플립턴도 못하는데.’ ‘대회에 참여해서 네가 얻는 게 뭐야! 시간 낭비고, 돈 낭비지.’ 이렇게 미루다보면 결국, 동했던 마음은 흔적도 없어 사라진다. 그러니, 마음이 내킬 때 저질러야 했다. 내가 참가할 수 대회면, 그걸로 좋았다. 광주까지는 집에서 2시간 거리였고,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영인들이 모이는 대회였지만 그게 문제되진 않았다. 승부욕을 발산하고 싶은 욕망은 나를 대회로 밀어붙였다.


내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종목은 지금까지 글을 읽은 독자라면 대충 예상 했을 것이다. 그렇다, 배영이다. 좋아하다보니 자주하게 되고, 자주하게 되니 실력은 점점 나아졌다. 물론 내 기준에서 말이다. 나의 배영은 점차적으로 성장했고, 가장 즐겨하는 영법이었다. 종목을 선택할 때 있어서는 망설임 없이, 편애하는 배영이었다. 두 종목을 선택할 수 있어 50m, 100m를 선택했다.


대회를 한 달을 앞두고도 가족 외에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수영으로 친목을 다졌던 언니들에게도 말을 할 수 없었다. 참가신청은 했지만, 당일 출전할 때까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언제라도 대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뒷걸음질 칠 수 있었다. ‘한다고 해놓고, 하지 못하는’ 실없는 사람이 되기는 싫었다. 출전을 하고, 그 이후에 말해도 늦지 않을 것이었다.


수영장에 가서는 혼자만의 훈련에 돌입했다. 아무도 모르게 배영에 좀 더 속도를 붙였다. 그동안은 목적이 대회 출전이 아니어서 천천히 오래하는 배영을 즐겼더랬다. 유유히 천장을 바라보며 편하게 숨 쉬는 배영을 천천히 음미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대회 출전이니 속도를 내야 했다. 1등에 대한 욕심이 없지는 않았다. 모른다는 것이 사람을 이렇게 천진난만하게 만든다는 점이 우습기만 하다. 혹시나 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니 귀여운 상상까지도 하게 되는 것이다. 로또 복권을 사면서 누구나 마음속으로는 ‘혹시나 1등할 수도 있으니’ 하는 헛된 기대와 다르지 않다.


기대는 철저하게 숨겼다. “참가하는 데 큰 의의가 있지.” “수영 3년 차에 대회 나간다는 게 대단하지.” 가족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응원 차 따라가겠다는 남편의 말에도 손사래를 치며 오지 말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지만, 역시나 하는 마음도 있었던 것이다. 기대보다 나쁜 성적이 나오면 쪽팔리고, 제일 가깝다고 여겨지는 가족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광주는 처음 가봤다. 자동차를 운전해서 가니, 불필요하게 돌아가는 코스가 없어 비교적 실수 없이 도착했다. 처음이니 혹시 몰라, 경기 전날에 도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침부터 진행되는 경기인데, 운전하고 정신없이 얼렁뚱땅 경기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대회라는 모든 과정을 즐기고 싶어졌다. 전날에 도착하면 시합이 열리는 수영장 분위기를 미리 살필 수 있었다. 연습도 가능하다. 광주 남부대학교 안에 위치한 국제수영장은 규모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입구가 어디인지 한참이나 찾아다녀야 했다. 연습할 수 있는 수영장을 가까스로 찾아서 들어간 50m레일은 끝도 없이 길게만 느껴졌다. 동네에서 매일 수영하던 레일은 정확히 반 토막인 25m였다. 길고 큰 수영장의 크기에 위축됐다. 이미 많은 수영인들이 스타트대에서 물속에 뛰어들며 연습 중이었다. 위축된 마음은 60대로 보이는 여성을 보면서 말랑해져갔다. 한 눈에도 마르고 체격도 작은 60대 여성이 혼자 묵묵히 연습을 했다. 나도 그녀를 보며 ‘배영을 하면 된다’ 혼자 되뇌이며 천천히 몸을 풀었다.


50은 25의 딱 2배수였지만, 체감되는 거리는 2배 이상이었다. 천장을 보면서 위로 팔을 던지고 던져도 도착은 하염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랄까. 혹시나 1등, 이라던 그 무모한 기대는 여지없이 사라졌다. 과연 이대로 경기를 뛸 수 있을까가 되었다. 이미 엎어진 물이니, 불안한 마음을 지니고 시합에 나갈 수밖에 없다. 얼른 숙소로 돌아가 편안한 안식을 취하고 싶어졌다. 맛있는 밥 먹고, 푹 쉬어야지. 그럼 또 새로운 기분이 들거야.


미리 찾아보았던 맛집으로 향하니, 뭔가 불길하다. 쉬는 날이란다. 한번 꼬이니, 이상하게 다른 데는 가기가 싫다. 만사 귀찮은 태도가 되어 숙소로 돌아가 무난한 치킨을 배달시켜 배를 채웠다. 휴~ 집 떠나면 고생인데, 뭐 하려고 이 고생을 하나 싶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알고 지낸 수영인들에게 대회 참가를 떠들어 대지 않은 나의 판단이 기특하기만 했다.


연습이 무리가 되었던지 초저녁의 시간임에도 피곤이 몰려왔다. 그래, 일찍 자자. 뒤척거리면서 잠을 청하지만 깊은 숙면으로 들어가진 못했다. 한참을 이런 저런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니, 벌써 한밤중이다. 정말 자야겠다고 맘을 먹자, 다행히 아침이 찾아왔다. 가까운 식당에서 뜨끈한 국밥으로 배를 채웠다. 치킨은 치킨이지, 밥은 아니었다. 한국인은 역시 밥 힘이라고, 밥 한 그릇을 뚝딱하니 새 기운이 솟는다. 어제의 태양은 졌고, 오늘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가벼운 기분이 되어 드디어 대회장으로 향한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수영장의 동호인들이 클럽이란 이름으로 소속되어 같은 이름의 수영모를 쓰고, 수영장 밖의 야외에서도 자연스럽게 수영복만 입고 다녔다. 대회에 출전하기 전에는 경기를 관람하거나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대회 참가하는 수영인들은 수영복만 입은 채 기다리는 사람도 꽤 되었다. 수영을 해서 몸이 탄탄한 건지, 뱃살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 건강한 몸매를 누구하나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면, 나는? 그런 분위기에 휩싸여 나도 수영복만 입고 털레털레 밖으로 다녔다. 야외에서 수영복만 입고 다녀도 누구 하나 눈길을 주지 않았다. 묘한 해방감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삼삼오오 다들 소풍 온 아이들처럼 들떠보였다. 도시락을 까먹고,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경기를 관람하고, 누워 잠이 들기도 하고, 스트레칭과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푸는 사람까지. 대회이기 보다는 축제 분위기에 가까웠다.


다른 경기도 직접 관람하고, 드디어 나의 순서가 다가왔다. 얼른 대기실로 뛰어가니, 대회 진행자가 늦었다고 엄포를 놓는다. 이미 대기자들은 수영복 차림으로 한참을 기다린 중이었다. 큰 모니터 화면으로 직전의 경기를 바라보며 순서를 기다렸다. 이름이 호명되고, 차례차례 공간을 이동했다. 나이별로 그룹 지어져서 나는 40대의 그룹에서 경기를 뛴다. 대기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 보다는 농담을 주고받는 여유가 느껴진다. 농담에도 나는 웃지 못한 채, 애꿎게 수경과 수모만 만지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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