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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꽃의 향기

결코 보여줄 수 없는 행복

by 홍시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었다.
무심코 지나치던 길, 문득 코끝을 스치는 아카시아 향기에 움찔한다.
그 순간, 몸이 먼저 알아챈다. 지금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잠시지만 머릿속이 텅 비워지고, 시선은 오롯이 아카시아꽃에 머문다.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카메라 셔터를 연달아 눌러보지만,
사진 속에는 향기가 담기지 않는다.

우연히 마주친 행복의 기운은 어떤 장치로도 온전히 표현될 수 없다.

사진 옆에 이런 글을 덧붙인다고 해서, 조금은 행복을 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마저도 이미 어느 정도의 행복이 휘발된 뒤의 기록일 뿐이다.


행복은 순간에만 깃든다.
너무 좋아서 손에 쥐려 해도,
그 순간을 영영 가져보려 해도,
결국은 허공으로 흩어지고 만다.


아마 행복이란 애초에 가져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스쳐가는 순간마다 은밀히 다가왔다가
다시 멀어져 가는, 바람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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