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풍경
오늘은 몸이 괜히 찌뿌둥하다. 하루 종일 내린 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실은 며칠째 ‘바람 샤워’를 못 해서 그런 것 같다.
내게 자전거는 단순히 운동 수단이 아니다. 페달을 밟으며 다리가 단단해진 건 덤일 뿐, 애초에 허벅지를 위해 자전거를 타는 건 아니었다. 허벅지 근육 만드는 방법이라면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내가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바로 바람 때문이다. 달리면서 온몸을 스쳐 지나가는 그 바람, 그게 나를 씻겨준다. 거친 바람이든, 살랑이는 바람이든, 달콤한 바람이든, 심지어 쏴하게 시큰한 바람이든 상관없다. 자전거 위에 있으면 몸과 마음속에 쌓였던 찌꺼기들이 후드득 떨어져 나간다. 그래서일까, 묵직한 허벅지와 달리 발걸음은 훨씬 가벼워진다.
돌이켜보면 참 오랫동안 이유도 모른 채 자전거를 탔다. 그냥 다들 건강에 좋다고 하니까, 또 성실해 보인다고 하니까, 그런 분위기에 떠밀려 계속 탔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알게 됐다. 아, 나는 바람을 쐬고 싶어서 타는 거구나. 내 몸이 이미 알고 있던 걸, 내가 늦게 눈치챈 셈이다.
자전거를 탈 때 느끼는 그 순간은 분명 황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꿈처럼 기억에서 금세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늘 새롭게 경험하면서도, 또 곧잘 잊는다. 그게 오히려 좋다. 잊어버리니 다시 그립고, 그리우니 또 자전거에 몸을 싣게 된다.
결국, 내 몸은 늘 바람으로 향한다. 그리고 나는 그저 따라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