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러운 통증이 내게 남긴 말
처음엔 그저 두통이었다. 머릿속에서 누군가 망치로 천천히, 두드리는 듯한 고통.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웠던 건, 그 두드림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몸은 저절로 새우처럼 말렸다. 움직일 때마다 두통이 거대한 파도처럼 치밀어 올랐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약통을 뒤져 진통제 한 알을 털어 넣었다. 이제 조금 나아지겠지. 그 작은 기대가 잠시 숨을 붙잡아 주었다.
일 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지는 느릿한 속도 속에서 통증은 슬로모션처럼 머릿속을 짓이겼다. 그제야 이상함이 스쳤다. 명치 부근이 돌처럼 굳어 있었다. 손을 대자,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아, 체했구나. 엊그제 헬스장에서 오래간만에 무리하게 복근 운동을 해서 아픈 줄로만 알았다.
사혈침을 꺼냈다. 엄지와 넷째, 다섯째 손가락을 찔렀다. 피가 한 방울씩 피어오르는 동안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피를 본다는 건 내 몸이 말문을 여는 일 같았다. 숨이 트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두통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진통제를 한 알을 더 삼켰다.
그리고 어느 순간, 통증이 물러갔다. 아주 조용히. 그제야 원래의 통증, 명치 한가운데 자리 잡은 그 고집스러운 불편함이 모습을 드러냈다.
‘막혔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명치가 꼭 문고리처럼 걸렸다. 음식물은 위에서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붙어 버린 듯했다. 답답함은 천천히 가슴까지 올라왔다. 집 안을 서성이다 결국 밖으로 나갔다. 산책길에 나서서 걷는 동안에는 조금 나아졌다. 몸이 내게 보내는 신호는 예민하고도 솔직했다.
그렇게 사흘이 지났다. 오늘, 나는 카페 창가에 앉아 있다. 바깥에서는 때 이른 눈이 조용히 내린다. 안에서는 캐럴이 흐르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배경음처럼 들린다. 고요한 이 풍경 속에서 나는 울컥했다. 눈물이 차올랐다. 이유를 모른 척할 수도 있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지금 뭘 겪고 있는 걸까.’
‘정말 체한 걸까, 아니면…’
눈물은 몸보다 먼저 진실을 말하는 법이다. 서러움인지, 지쳐서인지, 아니면 오래 눌러 담아 온 어떤 마음의 돌덩이 때문인지, 명치의 답답함과 눈물의 뜨거움이 같은 자리에서 올라왔다. 몸이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 말을 흘려보냈고, 두통과 체기는 결국 나를 앉혀 놓았다.
결국 문제는 통증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던 나와의 불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