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하게 산다는 것
10월 중순에서 이맘때쯤이면 우기의 포르투 순례길 위를 걸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바람은 차갑지만 포근한 기억들에 따듯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바뀌는 날씨를 적응하느라 뻐근하면서도
피부에 닿는 개운한 공기, 참으로 좋아하는 계절이다.
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나만의 삶을 차곡차곡 꾸려나가고 있다.
이제야 어른이 무언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초연함과 무욕함을 나태와 분명하게 구별해 내며 싫어도 해야 하는 것들을 하면서 살아낸다.
남들과 같은 길을 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는다.
그저 최선을 다해, 나 스스로라도 납득할 수 있도록 부단히 애쓰는 중이다.
높고 낮은 산들을 넘어가다 보니 지나온 산들이 그다지 높지 않게 느껴지고, 산을 넘는 것에 관성이 붙는다.
초록잎이 붉게 물들고, 붉게 물든 잎이 하나 둘 떨어지듯.
순리대로 흐르는 계절의 감각에 깨어있는 게 좋다. 해가 갈수록 깊어진다.
시간의 선형적인 연속성 속의 반복과 변주.
그 덕에 우리는 추억이라는 것을 떠올리고 향수라는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9년 만의 가족여행이 그랬다.
붙잡고 싶은 시간은 늘 흘러간다. 야속하게도.
사람의 생각 또한 고착되어 있지 않고 흐른다. 응고된 정도는 모두 다를지라도.
어제의 생각이 틀렸음을 오늘 받아들이고, 내일 새로운 생각으로 다시 살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성장한다.
엄마가 왜 그렇게 어릴 때부터 집을 쓸고 닦았으며,
이를 잘 닦아야 하고 머리를 바짝 말리고 외출을 해야 한다는 잔소리도 왜 그렇게 해댔는지 이제야 알겠다.
일도, 관계도 개운하게 해내고 싶어졌다.
올해 남은 두 달 조금이나마 개운하게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