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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의 딸, 가교의 자랑 박수빈’

대충 8월을 떠나보내기 아쉽단 이야기

by 박숲

브런치에 글을 써야지 써야지 계속 생각만 하다가 두 달만에 비로소 꺼내보는 이야기. 실은 퇴사 후 지난 두 달간 나는 잘 못 지내기도, 잘 지내기도 했었다. 격동의 7월이 지나 어느정도 내려놓고 나를 받아들인 8월은 조금은 평온하기도 했다.


그러던 오늘 내 대학생활의 일부분을 감히 차지할 정도로 친했던 동기오빠를 오랜만에 만났다. 마치 10년 전 그 때의 장면장면을 어제 본 연애프로그램을 이야기하듯 신나게 추억하며 떠들어대다가 아참 청첩장 주려고 만났지. 받아든 청첩장 앞에는 ‘울진의 딸, 가교의 자랑 박수빈‘ 이라고 적혀있었다. 문득 지어진 씁쓸한 표정을 감추고 환하게 웃으며 축하해주었다. 나 누구의 딸, 누구의 자랑이라고 할만한가? 그렇게 살고있을까? 간당간당 들고만 있던 마음이 푹 내려앉았다.


매달 인스타그램에 그 달에 좋았던 장면들을 아카이빙해서 올리고 월말 회고록을 쓴다. 8월의 마무리를 해야하는데 얼른 글을 써야하는데, 어떤 이야기를 전해야 좋을까 고민만 하다가 8월이 끝났고 그렇게 5일을 흘려보냈다. 8월은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 그들이 전해준 사랑 에너지로 분명 이 과정을 잘 지나고 있다고 스스로를 토닥였다. 나의 8월을 우리면 아마 청량하고 밝은 파란 빛을 띈 사랑의 색깔이었을거다. 그래서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충분히 평온하고 행복하다고 그렇게 글을 쓸 참이었다. 근데 아니었나보다. 떳떳하지 못했나보다. 스스로 묶어놓은 사슬이 풀린 줄 알았는데 또다시 조여온다. 그런 생각이 들라치면 몸을 움직였고 바쁘게 산 덕분에 고민을 덮어놓고 잘 지내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9월이 되자마자 찬기운이 느껴지는 밤공기가 문득 나를 몰아세우는 것만 같아 괜-히 지나간 8월을 붙잡고 싶어진 오늘. 별로 좋아하지 않던 여름을 이리도 아쉬워 할 줄이야..! 꽤 스스로를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랑과 평온으로 가득했던 8월을 뒤로하고 9월의 나는 다시 부단히 고민의 시간을 보낼테지. 인생은 과정의 연속이니까-! 혼란은 안개고, 이 안개를 걷는 유일한 방법은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 뿐. 안개는 금세 걷히지 않겠지만 달리다 보면 언젠가, 시야는 또렷해지고 길은 드러날 거다. 그러니 나는 내일도 달리기를 해야겠다. 나는 울진의 딸, 가교의 자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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