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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또 퇴사했어.

N번째 퇴사, 그리고 여전히 낯선 불안감

by 박숲

2주 전, 7월이 시작된 지 며칠 되지 않았던 평일 오후였다. 모처럼 엄마와 통화를 하며 수다를 떨었다. 늘 그렇듯 엄마는 아빠 얘기로 시작해서 취미인 파크골프에 대한 이야기로 끝이 났다.

"엄마, 나 사실 할 말이 있어."

"응!" 엄마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대답했다.

"나 또 퇴사했어."

"그래, 그럴 것 같았어. 너가 지금 이 시간에 한가롭게 전화하고 있는 거 보니까."


엄마의 반응에 안심이 되었다.

4번째 퇴사.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나의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에게는 말할 때마다 조심스럽다.

‘내게 실망하지는 않을까?’

누군가는 같은 회사에서 10년을 버티는데, 나는 또 그만뒀으니.

4번째 회사도 오래 다닐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번엔 좀 다를 줄 알았다.


일이 싫었던 건 아니다.

사람들도 괜찮았고, 내가 하는 일에도 애정이 있었다.


그럼에도, 내 안에서 무언가가 자꾸만 멈췄다.

주말이 와도 회복되지 않고, 월요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했다.

그냥 피곤함이 아니라, 방향을 잃은 느낌이었다.


‘왜 참지 않았어?’라는 질문보다,

‘왜 이대로 계속할 수 없었어?’라는 질문이 내게는 더 맞을 수 있겠다.


내게 퇴사는 끝이 아니라, 다시 써야 하는 문장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다시 또 적어 내려가야 하는.


퇴사를 할 때마다 진짜 내 일을 해야지 결심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물론 이번에도 두렵다.

뭘 할 건지, 금전적으로는 괜찮을지, 또 실패하는 건 아닐지.


하지만 나는 이제 좀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삶보다, 내가 지속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쓰기로 했다.

퇴사라는 결정과, 그 이후에 펼쳐질 ‘불확실한 날들’을 기록해보려 한다.

어쩌면 이건 또 다른 시작이고,

나처럼 방향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니까.


엄마, 나 또 퇴사했어.

하지만 이번엔, 그냥 도망친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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