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첫번째 체대 실기 입시 시험이 시작되었다. 실내에서 3종목, 실외에서 1종목이었다. 입시생들을 한 조 10명씩 나눠 먼저 실내에서 각 종목을 순환시키고 다같이 실외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첫번째 종목인 10m 왕복 달리기. 폭발적으로 속력을 내는 순발력과 순식간에 방향을 180도로 전환하는 민첩성이 요구되는 종목이다. 보통 10m 간격을 두고 양쪽에 네모난 박스를 그려놓은 후 콩주머니나 나무토막 두개를 하나씩 왕복해서 가져다두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방향 전환 할 때 손으로 땅이나 무릎을 짚으면 실격이다. 오로지 균형감각와 위치감각 만으로 몸을 최대한 기울여 중심을 잡아야한다.
나만 당황했을까? 그동안 연습했던 것과는 달리 10m 왕복 달리기는 콩주머니를 옮기는 것 대신, 버튼을 누르고 방향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크게 다를 거 있겠냐만, 첫 시험 첫 종목부터 예상을 벗어나는 상황에 적잖이 당황했다. 긴장 때문에 말 한마디 섞지 못하고 있던 같은 조 친구들에게 묻고 싶었다. 나만 몰랐어? 나만 처음 알았냐고!
다행히 첫 종목은 큰 실수 없이 넘어갔지만 기대했던 기록에는 약간 모자랐다. 9초 1~2정도 였는데 10명중 상위 3~4등 정도의 기록이었다.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긴장이 그제서야 실감났다.
다음 종목은 구름 사다리였다. 27개 정도 한다면 최상위권이다. 내 개인 최고기록은 23~24개 정도였다. 보통은 20~21개 정도를 했지만 며칠 전 손바닥 살이 터져 잡는게 쉽지 않았다. 아직 빵꾸(?)가 다 아물지 않은 손에 거친 탄마 가루를 묻히고 매달렸다. 출발 신호를 기다렸다. 아직 몸이 좀 무거웠다. 10초가 금방 지나갔고 내 기록은 19개였다. 손바닥에서 다시 피가 났다.
'선방했다. 피 나도 괜찮아. 이제 잡을 일 없으니까.'
구름 사다리를 마치고 난 후 이동한 종목은 30초 반복점프였다. 제자리에서 오른손을 들었을 때의 손 끝 높이를 잰다. 그 높이에서 40cm위의 지점에 있는 터치 패드를 30초동안 점프해서 얼마나 많이 터치하는지를 측정하는 종목이다. 보기보다 상당히 지구력이 필요한 종목이고, 한번 리듬을 잃으면 다시 찾기가 어렵다.
반복점프는 사실 크게 걱정하지 않는 종목이다. 체공 시간이 있기 때문에 갯수의 편차가 크지 않아서 뛰어나게 잘하기가 쉽지 않다. 늘 하던대로 45~48개만 하면 경쟁자들에게 최소한 뒤쳐지지는 않을 정도의 기록이 될 것이다.
문제는 내 바로 앞 순서에서 시작되었다. 최대한 팔을 높이 들지 않으려는 입시생과, 있는 힘껏 그녀의 팔을 뽑으려는(?) 감독관들의 불꽃튀는 신경전이 이어졌다. 어깨를 고정시키는 감독관, 골반을 고정시키는 감독관, 의자 위에 올라가 팔을 위로당기려는 감독관 세 명의 힘을 입시생 한 명이 버티고 있었다. 보다못한 팔 뽑기 역할 감독관이 "팔 드세요! 드세요! 실격 시킵니다??" 라고 반협박을 하고 나서야 겨우 측정이 끝났다.
아쉽게도 나의 멘탈은 거기까지였다. 앞 순서 입시생의 신경전 현장을 보면서 '워매 나는 저러면 진짜 실격 당할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조용히 말 잘 들어야겠다는 순종의 본능(?)이 샘솟는 순간. 뭐라고 지시를 하기도 전에 나는 벽에 바짝 붙어 감독관들이 힘을 쓸 필요도 없이 팔을 최대한 들어보였다. '얜 뭐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덕분에 내 터치패드는 평소 연습했던 높이보다 훨씬 높은 곳에 위치하게 되었다. 시작 신호가 울렸다. 첫 점프에 바로 느낌이 왔다. '아, 망했다'
48개를 예상했던 반복점프. 나의 기록은 25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