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래미 결혼 전 마지막 우리 식구의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
이번주에는 우리 가족이 여름휴가를 떠난다. 이번 여름휴가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최근 우리 엄마의 표현에 의하면 '기적'적으로 우리 가족의 커뮤니케이션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겨서 서로가 서로를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년 2월 내가 결혼을 앞두고 우리 넷만의 여름휴가가 마지막이 되었다. 그래서 모두에게 올 여름휴가는 많이 소중한 시간이고 기대되는 시간이다.
우리의 여름휴가에서 매번 아빠가 애쓴 것을 알고 있다. 아빠는 개원의로 20년 넘게 일하며 1년 중 딱 여름 한가운데 4박 5일 이상 휴가를 낸 적이 없었다. 20일가량의 휴가를 받는 나도 휴가가 소중한데 아빠가 휴가에 대해 가지는 마음은 상상할 수 없다. 아빠는 철저한 계획가이다. 국내 휴가에도 분 단위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다. 반면 엄마는 해외여행을 가도 어디를 가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다.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 탓에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언제나 아빠의 몫이었다. 그런 아빠는 엄마에게 '무임승차'를 한다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나와 동생이 크고는 우리가 계획을 짤 법도 한데 나는 항상 허덕허덕 바빴고, 동생은 못 미더웠는지 항상 아빠가 계획을 짰다.
나는 어린 중고등학생 때나 대학에 오고 나서나 회사원이 된 지금이나 항상 바빴다. 심지어 작년 여름휴가 때는 회사 다니며 시험공부를 한답시고 휴가에 가서 새벽에 일어나 혼자 공부를 했다. 아등바등하는 나는 본가인 부산에 가거나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면 긴장이 풀려 그렇게 잠이 많아졌다. 여행을 가도 차만 타면 자는 나에게 아빠는 '느그는 좋은데 다 델꼬 다녀도 소용이 없다', '다 가봤는데 기억을 못 한다'며 잔소리를 했다. 동시에 어딜 가나 '느그 아빠 계획 잘 짜제', '이래 좋은 곳 델꼬 댕기는 아빠도 업데이', '느그는 서울 아들보다 서울에 좋은 데 더 많이 가봤을끼데이'라며 칭찬을 갈구했다.
친구와 여행을 가면 내가 알아보고 계획을 막 짜는데 친구가 별 호응이 없거나 계획적인 성향이 아니어서 나만 준비한다 싶으면 괜히 서운하다. 아빠는 항상 우리 집 대장으로 모든 가족여행을 진두지휘했다. '아빠 최고'라는 호응만으로 나도 아빠투어에 무임승차하며 20년이 넘게 호강했던 나의 여름. 이번 휴가에서 "아빠는 항상 계획 짜고 대장으로 우리를 데리고 다니면서 힘들지 않았어?" 물어보니 "한참 전부터 여유롭게 짜는데 뭐. 괜찮아."라고 했다. 내년부터 나랑 아빠 사위가 여름휴가에 초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