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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분홍 Dec 01. 2017

History of My family

엄마의 시간 프리퀄


이것은 꽤 오래전 사진의 한 장면이다.

오른쪽 아래 안겨 있는 아이가 우리 아빠니까....아빠는 올해 71세이시다.

아빠를 안고 있는 사람이 아빠의 할머니, 그러니까 증조할머니이고, 그 위쪽으로 나의 할머니와 왼편으로 나의 할아버지, 그리고 왼쪽 아래가 고조할머니시다.

이 중에 생존해 계신분은 우리 아빠뿐이다.

아빠도 돌아가시고..나도 죽으면..이 사진을 기억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이렇게 글과 그림으로 남기게 되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림에다 글을 꼭 붙여놓을까보다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나병에...심한건 아니라 아주 살짝이셨지만...걸렸다는 소문이 동네에 퍼져 동네를 떠나셔야 했다고 한다. 그 때가 아마도 아빠가 5살 때쯤이었던것으로 들었다.

그 뒤로 할머니 혼자 아빠와 고모를 키우셨는데, 두 남매를 작은할머니댁에 남겨두고 돈을 벌기 위해 꽤 오랜시간동안 서울로 식모살이를 떠나시기도 하셨다고 한다. 아주 젊어서 고생을 엄청하신거다.

그래서 그런지 할머니는 늘 욕을 입에 달고 사셨다. 말로만 듣던 그 욕쟁이 할머니!가 바로 우리 할머니시다.

굉장히 다양하고 기다란 욕들을 구사하셨는데, 아빠가 사춘기때쯤 해서 할아버지의 소식을 알게 되셨다고 한다.

아빠와 고모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나신것이다.

그 때 할아버지는 이미 소록도에서 새로운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난 후였던것 같다. 아니면 그 후일지도 모르고..

할아버지는 그 새로운 할머니..할머니는 손가락이 거의 없으시다...와 돌아가실 때까지 함께 하셨고, 아직도 나의 아빠, 엄마, 고모는 종종 새할머니를 방문하고 있다.

내가 어렸을적 가끔 시골에 계시던 할아버지가 서울로 올라와 할머니를 만나실 때가 있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쳐다보지도 않으셨고, 분위기는 매우 냉랭했다. 그땐 왜 그랬는지 몰랐었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장례식 때 고모로부터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아마도 염을 하신것이었을텐데..똑바로 뉘이셔서 발과 손과 몸을 천으로 꽁꽁 묶인 모습이었다.

돌아가신 마당에 사람을 너무나 묶어 놓는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너무 답답해보여서 풀어주고 싶었다.

그 때 이미 우리 친할머니는 돌아가신지 꽤 지난 후였고, 새할머니만 슬프게 눈물을 훔치셨다.

난 할아버지와 거의 얘기를 나눠본 일이 없어서, 돌아가셨다고 하는데도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었다. 나 말고 내동생이나 오빠도 비슷해보였다.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있자니 왠지 슬퍼지고 눈물이 날것만 같다...

내가 이미 이 사진속의 증조할머니와 고조할머니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듯이..아 증조할머니는 살아계신 도중 눈이 멀게 되셨다고 한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래서 사진 속에서 눈을 감고 계신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눈이 거의 안보이셔서 그런것이다.

아무튼...고조할머니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이번주에 집에가서 엄마 아빠에게 물어봐야겠다..고조할머니에 대해서..

고조할머니의 이름은 무엇이었을까...그리고 증조할머니는

이 사진을 알게 된것은 내가 포토샾을 시작해서 일명 뽀샾질에 맛이 들렸을 무렵이었다. 아빠가 이 사진을 내미시며..프린트할수 있냐고 하시는거다.

난 아르바이트를 해서 장만한 스캐너로 스캔을 하고, 포토샾에서 사진의 찢어진 부분을 다 복원시켰고, 컬러프린트로 출력을 했다.

아빠는 많이 좋아하셨고.그렇다고 막 웃으시거나 하신건 아니다. 사진을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두셨다. 아직도 부모님집에 가면 그 사진이 걸려있다.

원본은 이렇게 내가 가지고 있고..

사진속의 아빠는 내 3명의 조카(모두 남자아이들이다)와 무척이나 닮아있다.

사진속의 할아버지는 참 훤칠하게 잘 생기셨다.

하긴..우리 아빠 젊었을 때 사진을 보고도 나는 깜짝 놀랐었다. 너무 잘생겨서;;;;;;

그런데 할아버지는 허리가 구부러지시고 결국 온몸이 묶여 떠나셨고,

우리 아빠도 이제는 손자를 둔 할아버지가 되어서, 종종 병원 신세를 지고 계시다.

나도 참 나이가 많이 들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어영부영 지내다 할머니가 되는거겠지...

그러니까..어영부영 세월을 보내는건 그만해야겠다.

사진한장에 갑자기 결론이 희한하게 났다.




2014년도에 이 그림을 그리고 가족들에 대해, 친척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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