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Lapaz, Bolivia
여행 가기 전, 여행 그림을 그리는 거야! 라며
연필과 지우개, 작은 노트 같은 것들을 챙겨갔다.
하지만 현실은 숙소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꿈나라로..
어쩌면 아무데서나 이렇게 잠이 잘 오는지
너무 아무것도 안 그렸다고 생각하던 중, 볼리비아 물가가 싸서
좋은 호텔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도미토리가 아닌 개인 침대가 있는 무려 2인실!
그래 이렇게 마음껏 밤새 불을 켤 수 있는 곳이라면 그림을 그릴 수 있겠어.. 라며
필통을 꺼냈는데 연필이 부러져 있었다.
비행기에 칼을 가지고 타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가져오지 않은 게 약간 후회가 되었지만
호텔 프런트에 가서 연필을 보여주며 칼을 빌려달라고 했다. 물론 모두 바디랭귀지로
(대부분 스페인어를 쓰기 때문에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를 막 뒤지던 그 청년은 자기가 깎아 놓을 테니 이따 오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어떻게 의사소통이 되었는지 신기하네.
잠시 후 연필을 찾으러 갔다가, 이건 정말 부엌칼로 깍지 않은 것일 수 없는;; 연필을 받았다.
엄청 서투른 솜씨로 깎인 연필이 너무 귀여웠다.
연필이 이렇게 귀여울 수 있다니. 닳지 않게 하려고 아직도 쓰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