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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Feb 06. 2023

말하지 못한 너의 이름은

[a.k.a 1형 당뇨]

"여보세요!"

"쏘야니? 쏘야야,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몇 주째 연락도 안되고..."

"우리가 네 걱정을 얼마나 했는 줄 아니?"

"그래도 동아리에는 락을 했어야지!"


1형 당뇨병을 만난 첫 번째 입원 때는

마음의 정리도 필요하고,  어느 날 갑자기 에게 벌어 상황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과 친한 친구들 외에는

주위에 연락할 겨를이 없었다.


아니...

리카락도 빠지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초라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본의 아니게  약 한 달여간의 잠수...


'당분간, 저를 찾지 말아 주세요...!'


생각하지 못했던 두 번째 입원이 길어지면서

더 이상 잠적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아... '

'선배들이 병문안 오면 무슨 병이라고 말해야

까?'

'1형 당뇨병이라고 말해도 될까?'


'하...'


'아니야... 아니야!'

'군가는 당뇨병이라고 에서 리겠지!'


병문안을 오는 것이 반갑기도 했지만

마음 한 편에는 불편함이 있었다.


당시 방송 매체에서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당뇨 관련 방송들이 나를 더욱 움츠러들게 했다.

"당뇨는 고혈압, 고지혈증과 더불어 성인병의

삼대장으로..."


TV를 켜면 나오는 비만 비만 비만!

비만으로 인한 당뇨병 이야기. 정확히 말하자면

당뇨 합병증 이야기였다.  


2형 당뇨병의 원인도 다양하지만

TV에서 항상 나오는 이야기는 비만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병명을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다.


"세상 사람들!

1형 당뇨병은 자가면역질환으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생기는 병이에요!"라고

 무리 큰 소리로 외쳐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당뇨'  두 글자만 각인될 테니까...


결국 1형 당뇨병을 고백할지 말지 선택은 나의 몫!


'이 친구가 내 친구 1형 당뇨예요!'

'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거니...!'


"10층 몇 호라고?"

"걔는 도대체 어디가 아픈 거래?"

병동 복도에서부터 수군수군 내 이야기가 들렸다.

이래 봬도 내 귀는 저 멀리서 하는 귓속말도

들을 수 있는 소머즈 귀!


'또각또각' 여자 선배의 하이힐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왔다.


'후... 심호흡 한번 하고...'

'그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웃으면서 맞이하자!'


"아이고...!"

"쏘야야 갑자기 입원이라니 무슨 일이야?"  

"아.. 안녕하세요!"

'아니, 병문안을 오면서 다들 왜 이렇게 예쁘게

꾸미고 왔...?'

'세수만 하고 헐렁헐렁한 환자복 차림인데...'


"아니, 뭘 이렇게 많이 사 오셨어요?"

 "쏘야야 입원했을 때는 무조건 잘 먹어야 돼!"


한눈에 보기에도 혈당을 급격하게 올릴 것 같은

빵, 과자, 사탕, 주스, 과일, 떡볶이, 도넛, 베스킨 

아이스크림!


'아... '

'설마... 이 많은 음식들을 나에게 다 먹으라고

하지는 않겠지?'


'에이, 설마...!'


어느덧, 불안한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아... 어쩌지?'


'그냥, 1형 당뇨병이라고 야기하고 못 먹는다고 말해야 ?' 

' 수술을 해서 아직은 가 안 나와서 못 먹는다고 해야 할까?'

'아니야, 나를 생각해서 이렇게 병문안까지 와줬는데 맛있게 먹어야지!'


'그래, 뭐...'

'여기가 병원인데 혈당이 올라가면 어떻게든

처치해 주시겠지!'


겁도 없이 선배들이 주는 음식을 덥석덥석

받아먹었다. 한참을 먹다 보니 몸에서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쏘야야, 그래서 네 병명이 뭐라고?"

고민하다가 나도 모르게 내뱉은 한마디!

"폐... 폐렴이에요... "

또래 아이들이 주로 폐렴으로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았다. 그래서 갑자기 생각나게 된 '폐렴'


"쏘야야, 폐렴이라고?"

"그럼, 잘 먹어야 빨리 낫지."

"항생제가 독해서 입맛이 없어도 잘 먹어야 해!"


폐렴을 겪어 본 적 있는 선배가 경험담을 늘어놓았다. 결국, 사 온 병문안 음식이 거의 바닥을 보이고서야 긴장감 넘치는 병문안이 끝났다.


"쏘야가 많이 피곤할 텐데 우리도 이제 가자."

점점 창백해지는 내 얼굴을 보고 선배들이 집으로 돌아갔다.


긴장감이 풀려서일까?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고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웁... 우웨에에엑


변기통과 한 몸이 되어 쉴 새 없이 구토를 했다.

계속해서 주르륵... 쏟아져 나오는 구토.

'앗! 이 불안한 느낌은...' 

'설마, 당뇨병성 케톤산증?'

정신없이 구토하다 보니 다리에 힘이 풀려 

화장실 바닥에 축 늘어졌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간호사 불러드릴까요?"

계속 구토하는 내 모습이 애처로웠는지

화장실 문밖에서 누군가 간호사 쌤을 불러주었다.


"쏘야야! 괜찮?"

"언니 왔으니까, 문 좀 열어봐!"

간호사 선생님이 창백해진 내 얼굴을 보더니

와서 휠체어에 태우고 병실로 데려갔다.


"어우...  지지배!"

"보기보다 무겁네...!"


"쏘야 DM 환자잖아!"

"빨리 BST 재 봐!"

"선생님, 쏘야 HI 떴는데요!"


"빨리 주치의한테 인슐린 몇 단위 주는지

노티 해봐" 


다급한 간호사 선생님들의 소리.

비교적 평온하게 보내고 있던 어느 평일 저녁 날, 나 때문에 병동이 발칵 뒤집어졌다.


눈을 떠보니 다음날 오후...

머리 위에 주렁주렁 달린 수액 나무들...

한바탕 전쟁이 지나고 난 자리에 남은

내 몸의 십여 개의 주삿바늘 자국들이

어제의 심각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듯했다.


"김쏘야 님!"

"어휴... 내가 너 때문에 못 산다 못 살아!"

무섭지만 따뜻한 이 출근하자마자

나를 찾아오셨다.


"아... 쌤, 제발...!"

"그만요. 알았다니까요!"


"아이고... 이 바보야!"

"그런 일었으면 언니들한테 와서 얘기하면

어련히 알아서 해줄까..."


데이, 이브닝, 나이트 출근하는 간호사 쌤들마다

오셔서 신나게 놀리고 갔다.


'힝... 다들 내 마음도 모르면서...!'   


이런 큰일을 겪고도 아직도 고민되는 내 마음!


'1형 당뇨병!' 

'너를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본문에 쓰인 의료용어


DM(Diabetes Mellitus): 당뇨병


BST(Blood Sugar Test): 혈당 체크


HI : 혈당측정 불가 (혈당계가 체크할 수 없는 500

이상 높은 범위의 혈당)


노티 하다(Notice):(의사에게) 환자의 증상 및

상태를 보고하다


*자료출처 및 고자료


(맹장염, 충수염)

https://m.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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