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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코로나 후유증- 후각, 미각 상실]

by 쏘야

드디어 40일간의 병원 생활을 끝내고 퇴원을 했다.

'그동안 주렁주렁 달려있던 수액도 없고...!'

'이제 진짜 자유다!'


40일 만에 바깥공기를 쐬었다.

'히야... 코끝을 스치는 이 신선한 공기!'

'눈부시게 따스한 가을 햇살!'

'손에 잡힐 듯한 시원한 바람까지...!'


얇은 여름옷을 입고 입원을 했는데,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두꺼운 옷이 필요한 가을이

되었다.


삐삐 삐...

[저혈당 경고 알림 '80']

핸드폰과 연동된 스마트 워치에서 저혈당 알림이 왔다.


'그동안 포도당과 여러 종류의 수액이 들어가서 혈당이 유지되었는데, 수액을 빼고 나니 바로 혈당이 떨어지네?'


떨어진 혈당을 올리기 위해서 가방에 있는

저혈당 주스를 주섬주섬 찾았다.

엡퉤퉤...

'으악! 너무 짜잖아!'

'누가 내 과주스에 소금을 들이부었나?'

혈당을 올려야 해서 주스를 계속 마시는데

너무 짜서 더 이상 마실 수가 없었다.


'주스를 못 마시면 사탕을 먹으면 되니까...!'

평소에 혈당을 빨리 올리는 청포도맛 사탕을 입안에 넣었다.

으악...!

엡퉤퉤...

'청포도맛 사탕에서 왜 깊은 바다의 맛이 느껴지는 걸까...?'


맛이 없어도 혈당을 올리기 위해서 사탕을

꾸역꾸역 먹었다.

'와...!'

'내 생애 이렇게 맛이 없는 사탕은 처음이야!'


집에 도착해서 가게에서 포장해 온 죽을 먹었다.

'입맛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그런가...?'

웁...

'아니, 이건 또 무슨 오묘한 맛이지?'


죽을 한 숟가락 먹었는데

죽에서 약수터 도꼭지의 쇠맛이 났다.

'혀에서 계속 감도는 쇠파이프의 맛!'

'도저히 못 먹겠어...!'


이번에는 내가 3개월이나

삼시세끼 꾸준히 먹었던 미역국을 먹었다.

'미역국은 안 질리니까!'

'에이, 설마...!'

웁...

엡퉤퉤...


'아니, 이 맛은?'

'분명히 먹어본 적이 있는 맛인데...'

드디어 맛의 기억이 떠올랐다.


학창 시절에

친구가 일본에서 어렵게 구한 것이라면서

하나씩 입에 넣어주던 카카오 100% 초콜릿!

크레파스를 씹는 맛이 계속 입에서 감돌았다.


'친구의 멱살을 잡을뻔한 세상에서 아찔한 그 맛!'

'미역국에서 왜 그 맛이 나는 걸까...?'


얼마 전, 코로나로 미각과 후각을 상실했다가 회복한 민 언니에게 전화로 물어봤다.


"언니, 나 이번에 코로나 걸린 이후로

아무 냄새도 맡고, 음식에서 짠맛이 나다가 쓴맛이 나!"

"이제는 모든 음식에서 쇠맛만 느껴지고..."

"언니, 나 괜찮은 걸까...?"


"후각과 미각 상실은 코로나 후유증이야."

"쏘야가 당분간 고생 좀 하겠는걸!"

"언니는 언제쯤 회복이 되었어?"

"나는 완전히 회복되는데 한 달 정도 걸렸던 것 같아."


"언니는 그때 커피를 마시다가 너무 짜서 갑자기

하고 뿜었어!"

"그때, 미각이 상실된 걸 알았지."

"각, 미각상실 후유증은 짧으면 2주

길면 2개월 정도 간대!"

"쏘야야, 너무 걱정하지 마, 금방 돌아올 거야!"


오 마이 갓...!

그동안의 기억을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 보니

후각, 미각 상실 후유증이 왔지만,

계속 금식을 해서 몰랐.


어쩐지...

'간이 전혀 안 된 쌀죽이 짠맛이 났을 리가

없었는데...'


입원 기간 내내 금식을 하거나

쌀죽을 겨우 반 숟가락만 먹었으니

후각과 미각이 상실되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래...!'

'그 기침 시럽이 달면 달았지 그렇게 짠맛이

났을 리가 없었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겨우 남아있던 입맛이 사라져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음식을 먹는 건지 모래를 씹는 건지...'

매일 세 번씩이나 찾아오는 식사시간이 괴로웠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일이 참 감사한 일이었구나!'


매일 당연한 듯 여겼던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그 모든 것이 하늘의 선물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쇠고기 죽에서 쇠파이프 맛이 나도,

미역국에서 크레파스를 씹는 맛이 나더라도...


'가 좋아하는 글을 쓰려면 맛이 없어도 억지로라도 먹고 힘을 내야 해!'


웁...

'더 이상은 못 먹겠어...!'


'그래, 이대로는 안 되겠어!'

'후각과 미각에 자극을 주는 거야!'


집에 있던 아로마 오일로 후각을 자극하고,

신맛이 나는 포도와 오렌지, 식초로 혀에 자극을 줘서 미각을 일깨웠다.


'알싸한 마라탕 정도면 후각이 돌아오지 않을까?'

'그런데, 고수가 무슨 맛이었더라...?'


그러나...

열심히 노력해도 후각과 미각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고, 퇴원하고 한 달째 되던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나갔던 후각과 미각이 돌아왔다.


'어...? 기침 시럽이 원래 이런 맛이었구나!'

'그래, 사과주스는 바로 달달한 이 맛이었지!'


초코 바닐라 사탕을 먹는데 달콤한 사탕의 맛이 느껴져서 감사함과 안도감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초코 바닐라 사탕은 내일 또 먹어야겠다!'

'아니, 모레도 또 먹어야지!'


코로나로 잠시 집을 나갔던 내 후각과 미각아,

다시 돌아와 줘서 정말 고맙다!


휴...

코로나, 너 이 녀석!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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