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가 구토가 나왔다. 가래도 끓었는데 너무 끈적해서 뱉어도 나오지 않아 가슴이 답답했다.
콜록콜록... 컥컥
"선생님, 저 기침이 너무 심하니까 배가 땅겨요."
"기침할 때 뱃속에 장기들이 들썩이는 것 같아요!"
"코로나 무증상도 있다는데..."
"저는 왜 이렇게 증상이 심해요?"
"쏘야님, 그건 사람마다 면역력이 달라서 그래요."
'난 왜 무증상이 아닐까...?'
"환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김쏘야요."
"선생님, 그런데 제 이름 불러주시고
왜 또 물어보시는 거예요?"
"아, 그건 약물 투여할 때 꼭 환자 확인을 해야 돼서 그래요."
'아하! 그동안 궁금했던 부분이 풀렸다.'
"쏘야님, 오늘부터 항바이러스제 치료 들어가요."
"가래 묽히는 주사도 들어가고요."
"항바이러스제요?"
"혹시... 이 항바이러스제가 뉴스에 나온
그 약이에요?"
"렘... 렘 뭐였는데..."
"맞아요, 렘데시비르에요!"
'렘데시비르?'
'뉴스에서만 들어보던 약 이름인데...'
'내가 이 약을 주사로 맞는다고?'
"선생님, 이 수액에 렘데시비르가 들어있어요?"
"네, 맞아요!"
"그럼, 주사기에 들어있는 이 약은 이름이 뭐예요?"
"암브록솔이라고 가래를 묽게 해주는 약이에요."
내 몸은 약에 매우 민감했다. 먹는 약도, 주사제도
용량이 과하면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을 일으키곤 했다. 그래서 내 몸에 어떤 약이 들어가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간호사 선생님께 꼭 여쭤봤다.
"쏘야님, 열이 계속 높아서 해열제도 드릴게요."
"선생님, 코로나 증상에 근육통도 있어요?"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뼛속까지 욱신욱신
쑤시고 아파요!"
"해열진통제니까 진통효과도 있어요."
"주사 들어가면 통증이 줄어드실 거예요."
주사를 맞고 잠깐 잠이 들었는데,
어느덧, 해가지고 깜깜한 밤이 되었다.
'왜 이렇게 속이 불편하지?'
'아... 토할 것 같아!'
'악!'
'배가 너무 아파!'
웁... 우웨에엑
푸다다다 다닥닥
변기통에 비둘기 30마리를 날려 보내주었다.
'위, 아래로 다 빠져나가니까 몸에 힘이 없네...'
'그래도 일어나 보자!'
'아... 너무 어지러워! 눈앞이 하얘지네?'
다시 일어나려다가 기절하면서 본능적으로
빨간 긴급 호출벨을 눌렀다.
삐이익...
쾅쾅쾅...
"누구지...? 혹시, 김 쏘야님이세요?"
"김 쏘야님, 문 좀 열어보세요!"
"문을 열어주시지 않으면 저희가 도와드릴 수가 없어요!"
"힘들어도 문 좀 열어보세요!"
'아... 저도 문 열고 싶은데, 몸에 힘이 없어요!'
철커덕...
한참 뒤에 정신을 차리고 겨우겨우 화장실 문을 열었다.
"김 쏘야님, 화장실까지 멀어서 나오기 힘드시면
콜벨 누르세요."
"선생님, 저 계속 토할 것 같은데 비닐봉지 좀 갖다 주세요."
'헉... 병원용 지퍼백을 20장이나 주셨네!'
구토와 설사는 잠시도 쉴틈을 주지 않았다.
웁... 웨웨엑...
'어랏...?'
'이건 노란색, 초록색 구토가 아니잖아?'
지퍼백에 진한 회색 구토가 가득 찼다.
'어, 이거 뭐지? 회색 구토?'
생전 처음 보는 낯선 구토 색깔에 무서워졌다.
'혹시, 이게 말로만 들었던 렘데시비르 부작용인 걸까...?'
'내 몸에서 고인물이 나오는 건가?'
'이 구정물 같은 구토는 뭐지?'
'외계인이 된 것만 같아!'
'나 괜찮은 거겠지?'
'저 좀 살... 살려주세요!'
회색 구토는 밤새 이어졌고 지퍼백 세 개를
가득 채우고 나서야 멈췄다.
*본문에 나오는 의학용어
항바이러스제(antiviral drug)
바이러스 감염 치료에 특화된 의약품
렘데시비르(Remdesivir)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한 항바이러스제. 에볼라 치료에는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개발이 중단됐으나 2019년 발생한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초기 임상시험에서 치료 기간을 단축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0년 5월 1일 코로나19 중증환자에 대해 렘데시비르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