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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 하루는 맑음 May 13. 2024

내가 정신병원에서 진단받고 놀란 이유-세 번째

검사를 받고 10분 대기 후 진료실로 들어갔다.


선생님은 모니터를 보고 나를 보며 질문을 했다.

"환자분은 우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네?"

 원초적인 질문에 순간 생각이 나지 않아 횡설수설하며 대답했다.

"아.. 음.. 기분이 전체적으로 다운되고, 흥미를 잃고, 눈물이 것만 같은 거요.."

"그렇군요"

선생님은 한번 더 모니터를 훑고는 말했다.


"환자분 제 생각에는 환자분이 느끼는 감정이 우울이라기보다는 공허감인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진단을 받은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울증과 공허감은 비슷한 감정 같으면서도 아주 다른 감정이에요.

우울증 검사에서 13점 이상은 중증 우울인데, 환자분은 12점으로 약한 우울증으로 보여요. 그런데도 우울증이 가지고 있는 증상을 다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다른 결과를 보면 가족에 대한 감정이 빠져 있고, 그림에서도 외로움과 위축되어 있는 모습이 많이 보여요.

그런 종합적인 것을 볼 때 환자분은 공허함이 커서 현재 우울증상과도 같은 증상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선생님의 긴 말씀 중 공허감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나의 원인이라고..

상담을 받고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여전히 답답하고 모르겠다는 말만 했던 상황과 다르게

코가 막혀 입으로 숨만 쉬던 내가 한쪽 코가 뚫려 코로도 숨 쉴 수 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쪽 코가 막혀있어 답답함이 느껴지긴 했다.


나는 대답했다.

"맞는 거 같아요. 선생님. 저는 공허감을 느꼈던 거 같아요..."

선생님은 나를 위해 더 설명해 주었다.

"검사에서 약간의 우울증으로 나오고, 우울의 원인을 물어봤을 때 모른다고 하셨죠?

이건 어릴 적부터 우울증을 계속 가지고 살고 있었던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인을 가지고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따돌림, 경제적 실패 같은 원인이 있어요. 이런 경우는 급성 우울증으로 1년 내에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환자분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계속 가지고 있었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의 만성우울증 환자의 모습이에요"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요즘은 약이 잘 나와서 부작용도 없고 효과도 빨라요. 그리고 꾸준히 감정일기를 써 보는 것을 추천드려요.

하루 있었던 사건에 대해 내 감정을 적어봄으로써 내 감정을 보다 더 자세하게 알 수 있고, 깨닫지 못한 감정도 깨달을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돼요. 공허감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걸 모르던 때보다 알았을 때 이해가 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처럼

본인의 감정만 잘 알아도 힘든 감정에서 빠져나올 힘을 얻을 수 있어요."

"그렇군요...."

만성우울증과 공허감이라는 진단 결과를 들은 나는 시원한 거 같은 마음, 드디어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 그와 반대로 약을 먹는다고 원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나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까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보며 안심하라는 듯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환자분 할 수 있어요. 환자분은 증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하고 일을 하려고 하고 상담도 받으려 하는 모든 모습이 되게 성실하고 심성도 착해요. 정말 대견해요.

정말 힘든 일을 노력해 왔던 거예요. 하지만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는 다른 길을 계속 가고 있었던 거예요.

환자분은 조금만 옆에서 길을 알려준다면 정말 잘 헤쳐나갈 사람으로 보여요. 그러니 걱정 말고 같이 치료해 봐요"

선생님의 말에 안심이 됐다. 그리고 눈물이 나올 것 같기도 했다.

나에게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진료실을 나와 약을 일주일치 처방받았다.

그런데 정신과에서는 약도 다른 병원과 다르게 주셨다. 그 방법은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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