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의 하루는 맑음 May 10. 2024

내가 정신병원에서 진단받고 놀란 이유-두 번째

병원들이 모여 있는 건물 5층에는

정신병원이 아닌 '정신건강의학과'라고 되어 있었다.


어쩐지 정신병원으로 검색했을 땐 찾을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들어갔다.

내부는 내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차이는 토끼 의자들이 있고 식물이 많아

딱딱한 분위기보다는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수술실의 찬 기운처럼

내제적으로 차가운 분위기를 감싸고 있었다.

한 공간에 간호조무사, 나, 선생님 이렇게 세명밖에 있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그렇게 처음으로 정신과 진료실로 들어갔다.

살면서 병원을 많이 다녔지만

문을 여는 순간 괜히 움츠려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중요한 자리에 민낯을 하고 간 거처럼 괜히 눈치가 보였다.

선생님은 50대 정도의 단발 여성으로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눈으로 웃으며 나를 맞이해 줬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어요?"

"아.. 저는 우울증에 무기력증을 앓고 있는 것 같아요. 도움을 받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그렇게 몇십 분간의 대화가 오갔다.

선생님은 나의 현재 상황들을 물었고, 학력, 집세, 과거의 일, 부모님과의 관계, 전에도 병원에 찾아온 적이 있는지, 상담을 받아 본 적이 있는지 같은 세세한 것도

무례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너무 잘하고 있었다고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은

환자분처럼 노력하기도 힘들어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면서 참 대견하다고 해주셨다.


"대견하다."


별거 아닌 이 말이 내게 크게 다가왔다.

주위 사람들이 내게 항상 어른스럽고, 독립적이라고 많이 말했다.

아마 그게 대견하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난 내가 어른스러운 게 싫었다.

어른스럽고 싶어서 어른스러워진 것이 아니다.

그저 어느 순간 혼자 해결해야 할 수밖에 없어서 혼자 해결하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그래서 그런 소리가 싫었는데 '대견하다'는 말은

혼자 헤쳐온 인생에 대해 위로를 건네는 듯한 느낌에 괜히 마음이 몽글해졌다.


그 한마디로 선생님의 대한 신뢰가 생겼고, 내 힘듦을 고쳐주실 거라는 생각 또한 들게 했다.

그렇게 나를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내 힘듦의 원인을 찾아보려고 하는 대화가 끝나고


몇 가지 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다시 이야기하기로 했다.

검사실로 가기 마지막까지

너무 대견하고, 잘해왔다고 웃으며 말해주시는 모습에 진심이 느껴져

움츠려 들었던 마음이 조금 펴진 채

검사실로 향했다.


검사를 하고 결과를 들은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음 글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내가 정신병원에서 진단받고 놀란 이유-첫 번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