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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 하루는 맑음 Oct 07. 2024

7. 정신과 약을 처음 먹다.

이상한 기분



정신과에 처음 발을 들일 당시, 전 애절했어요.





"맑음님 들어오세요."


살면서 가장 무거운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갔어요.


무슨 문제로 오셨냐는 간단한 질문에, 전 속에 있던 모든 걸 털어놨어요.

여러 상담과 도움을 주겠다던 주위의 물음에도 언제나 담담하게 이야기했던 저와 다르게

세상 무너진 표정으로 애원했어요.

제발 도움을 달라고요.


선생님은 다정했고, 괜찮을 거라고 했고, 도움을 주겠다고 했죠.

근거 없는 위로였지만 묘한 안심이 들었어요.

곧바로 여러 심리 검사를 진행했어요.

그때만큼은 돈이 걱정되지 않았어요. 그저 모든 검사를 하고, 돈 몇 백만 원이 나와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받을 생각이었죠.


결과는 만성 중증 우울증.

조금만 더 심했다면 당장 입원 치료를 할 정도였지만, 다행히 그 정도 까진 아니었어요.

좀 더 상담을 진행했고, 약을 먹어보고 다시 한번 보자고 하셨어요.

집으로 가는 내내 손에 들려 있는 처방약을 꼭 쥐며 괜찮을 거라며

저를 다독이며 걸어갔어요. 30살 다 큰 성인이 그날만큼은 한 없이 여린 어린아이 같았죠.

그 조그마한 약봉지가 뭐라고 그렇게 안심이 되는지. 혼란스러웠던 마음은 조금씩 안정되었어요. 



약을 일주일 복용 후

마음이 이상했어요. 우울감은 줄었지만 다른 모든 감정들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슬픔, 기쁨 모두가요. 꼭 감정 없는 기계가 된 듯했어요.

이후 병원에 방문해 변화나 상태에 대해 설명했고,

항상 괜찮을 거라는 위로와 함께 아직 맞는 약을 찾지 못한 거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여러 약을 바꾸면서 몇 달을 보냈어요.



점점 맞는 약을 찾아갔고, 마음은 더욱더 안정되어 갔죠.

하지만 안정되어 있는 상태가 지속될수록 역설적이게도 저에게 불안도 안겨줬어요.

살면서 이렇게 안정된 마음을 오랫동안 가져보지 못했던 저는 이 상황이 낯설고 불안했죠. 

뭔가 잘못된 것 같았죠.

그런 저를 보며 선생님은 이야기했어요.




"맑음님,

맑은 님이 항상 불안, 우울, 걱정들로 마음을 괴롭힌 것에 너무 익숙해서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지금 그 상태는 다른 사람들이 대부분 가지며 살아가고 있어요.

전혀 이상한 게 아니고 오히려 더욱더 좋아지고 있는 거예요."




머리가 댕~ 하고 울렸어요.

아..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내가 가지고 있던 마음과 생각이 보통이 아닌 병이었구나.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전 제가 제일 잘 알잖아요?

얼마나 저를 괴롭혔는지, 수도 없이 생각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제 마음을 서서히 옥죄었었죠.

그게 일상이었던 전 평온한 상태가 오히려 비정상으로 느껴졌어요.

하지만 그 마음도 3개월 지나니 점점 적응해 나갔어요. 보통사람처럼요.



정신과에선 상담을 오래 하지 않아요. 

길어도 10분? 10분 안에 몇십 년을 가지고 있던 우울감이 나아지는 걸 기대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죠.

그저 약이라는 천으로 우울이 보이지 않게 잠시 덮고 있는 것 같았죠.

그 속에는 무언가 풀리지 않는 덩어리가 답답해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전 두렵고 피하고만 싶었던, 그 깊은 본질을 알고자 상담을 전문으로 받아보기로 했어요.


상담은 빠르게 시작됐어요.

"맑은 님은 상담을 통해 가장 무엇을 알아가고 싶으신가요?"


"선생님 저는 정말 제 우울의 원인을 알고 싶어요... 그거면 돼요."

그렇게 8회기의 긴 상담이 시작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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