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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 하루는 맑음 Aug 27. 2022

아무것도 하기 싫다면, 아무것도 하지 마라.

우울이 오기 시작하면 사람이 모두 무기력해진다.

침대 안에서의 공간만이 나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주고, 침대 밖으로 나가게 되면 세상 모든 중력이 나를 향해 짓눌리듯이 땅바닥으로 껴져 버릴 거 같고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도 싫은 그런 날들이 계속된다.


그럴 때, 한 번쯤은 몸이 시키는 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기간이 일주일을 넘어서는 안된다. 일주일이 넘어 버리면 몸은 습관이 생기고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생활에 익숙해져서 계속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


딱 최대 일주일만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 보자.

첫째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냥 티비를 보거나 휴대폰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게임을 할 것이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밥 먹는 거 조차 귀찮아 하루에 한 끼 정도 대강 라면으로 때울 것이며 시간도 생각보다 잘 가고 재미도 있을 것이다. 어느 순간 보면 새벽에 내가 잠들어 있어 깨어보니 밤이 되어 있고 아침 늦게 일어나서는 또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둘째 날에도 첫째 날과 변함이 없다. 똑같이 누워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첫째 날 보다 좀 더 무거운 몸을 가지고는 밥을 먹을 때와, 참다 참다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 억지로 몸을 일으켜 화장실을 갔다가 또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회사를 가거나, 학교를 가거나, 놀러 가거나를 하지만 나는 그게 부럽지도 않고 그저 지금 아무것도 안 하는 이 순간이 좋을 것이다. 또 어느 순간 잠이 들어있을 테고 어제보다는 좀 더 늦게 자서 늦게 일어날 것이다. 아직도 지금 이렇게 하는 순간에 대해 별 생각하지 않고,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셋째 날도 똑같다. 늦게일어나 늦은 점심을 대강 때우고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휴대폰을 하거나 컴퓨터를 할 것이고,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게 살고 있을 것이다. 난 여전히 부러워하지 않고 여전히 내 공간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둘째 날 보다 더 늦게 자고, 더 늦게 일어나 이제는 오후 12시를 지나 일어난다.


넷째 날도 똑같다. 12시 넘어 일어나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대강 일어나 컴퓨터를 하고 휴대폰을 하고 멍을 때리며 영상을 보면서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낼 것이다. 이때부터는 이제 약간의 위화감이 생긴다. 영상을 보다가 중간에 광고를 하거나 정적이 생길 때 잠시 생각한다. 주위 사람 모두 열심히 사는데 나는 이렇게 계속해도 될까? 그런 생각들이 잠시 스치지만 새로운 영상과 게임을 시작하면 다시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결국은 해가 뜨고 서야 잠을 자게 되고 낮과 밤이 바뀌는 생활이 시작된다.


다섯째 날은 이제 오후 3시에 일어난다. 일어나 저녁을 대강 먹고는 또다시 휴대폰과 컴퓨터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게임을 할 때나, 영상을 볼 때 중간중간 불안이 생긴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라고 생각이 계속 들면서 5일 동안 아무것도 안 한 날들을 생각해본다. 기억나느것이 거의 없다. 기억나는 것은 컴퓨터 게임을 했다. 영상을 봤다. 대강 밥을 먹었다. 이 정도 일뿐 모든 하루하루가 시간이 다를 뿐 똑같은 하루들을 살았다. 그렇게 나 자신이 한심해질 때, 주위 사람들은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기 위해 거리로 향한다. 일주일의 보상을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 나는 한 것이 없기에 그냥 똑같은 생활을 보낼 뿐이었고, 오늘부터는 밤낮이라도 바꾸자라고 생각을 한다.


여섯째 날, 밤에 잠이 안 와 결국 해 뜰 때 자서 오후 늦게 일어난 자신을 보고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이제는 정말 움직여야 할 때이다. 이게 마지노선이다. 


내가 한심스럽다고 생각이 들고, 이렇게 살아도 되나?라고 생각할 때가 내가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해서 6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제는 움직일 때이다. 이때를 놓치면 다시 되돌려 놓기 무척 힘이 들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되돌릴 수는 있지만, 그 시간만큼의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며칠을 보내봤으면 깨달은 게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돌려놔야 한다. 또다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이때를 생각하면 몇 번은 그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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